허회태 작가는 이번 전시와 관련 “서화의 관계성을 토대로 하여 사물을 재해석하고 문자의 해체 및 재구성을 통해 문자의 가독성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물을 서예적 필획으로 과감하게 표현, 기운이 생동함으로 분출되는 이모그래피는, 인종과 시대를 초월하여 서예술과 회화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정신세계의 산물”이라며 “현대 미술은 설치 작품 조류 속에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현상이 주류를 이루지만, 이모그래피라는 장르는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과 경험으로부터 피어 나와 열정이 축적된 것으로서 그 작품 속에 살아 숨 쉬는 영혼의 소리에 세계가 귀 기울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

*이모그래피란?
이모그래피(Emography)란 ‘emotion’과 ‘graphy’의 합성어로 전통 서예와 회화를 합병한 새로운 예술 장르로써 이모그래피 연구원장인 허회태 작가(55,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가. 전통 서예의 온갖 서체를 50년간 갈고 닦은 필력을 바탕으로 창조했다.
이모그래피는 인류 문자의 심연을 근원으로 사물의 본질 속성 너머의 참모습을 찰나에 포착하여 기운 생동한 획으로 정교하게 삽화적으로 창조해 냄으로써 종이는 물론이고 LED, 도자기, 가구, 의상, 전각 등의 다양한 예술 자재 위에 표현해 내는 허회태 작가 경력 최고조의 산물이다. 단순한 문자를 대신하여 회화적으로 나타내었지만, 관객들은 우선 단순한 문자나 선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겉에서 드러난 모습보다 훨씬 깊은 의미의 이미지를 만나게 되어, 관객 스스로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모그래피는 전통 서예와 회화 그리고 전각 예술을 융합한 새로운 미술 형태로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표현한 것이다.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과 경험으로부터 피어 나와 열정으로 완성된 것으로 생동하는 리듬의 미학적 표현인 것이다.
재독일 미술 평론가 류병학 씨는 “이모그래피는 사물을 본 떠 관념을 나타낸 문자가 아니라 감성을 나타낸 흔적”이라고 하였다. 또한 미술 평론가 김복영씨는 “서법의 달관과 달필에서 얻은 총화를 배경에 두고 감성의 세계를 불러들여 시서화를 아우르는 통합체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이고, 필획에 각인시킨다. 나아가서는 옛 갑골문, 선사의 암각화에 나타나는 삼재 구조를 원형으로 삼아 이를 오늘 우리의 감성으로 재창출하였고 한국 고유의 태현을 실현하고자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아티스트이자 평론가인 애나 마리아존슨(Anna Maria Johnson)은 “이모그래피 작품 하나하나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관객들에게 영혼의 깊이를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 준다. 이모그래피 회화 작품은 그 자체로 명상과 영혼에 이르는 길을 안내해 준다”고 했으며 JMU아트디렉터 Gary Freeburg는 “먹의 형상들이 움직임으로 창조 되어지는 표면장력으로 인하여 자기 성찰에 이르는 길이 펼쳐지게 된다. 시선이 이모그래피 작품의 움직임을 따라 감으로서, 마음이 성찰과 명상이 환영하는 영혼들 사이를 자유롭게 배회할 수 있게 되며, 전적으로 그 자체의 미적 영혼에 존재한다”고 하였다 .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의 평가
무산의 이모그래피는 사형취상(捨形取象),즉 사물의 형태(形態)를 버리고 그 이면의 상(象)을 취한 것이다. 즉 문자의 최소 구성 단위인 점 획에다 작가의 감정을 필묵으로 담아 극대화 시킨 것인데 이와 같이 상으로서 감정 표출은 전통 서예의 본질, 즉 작가의 성정과 기질을 여하히 표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여기서 이모그래피가 실험 서예의 조형적인 추상성만을 추구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점에서 이모그래피는 또 현대성과 동시에 정통성 역사성이 확보되면서 서예 필획이 녹아 든 추상화로서 전통 서예이자 현대 회화인 것이다.(중략) 그리고 동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대중들에게 고립된 서예를 광장으로 끄집어내어 세계(世界)와 대화( 對話)케 하는 일종의 굿판임을 알 수 있다.(중략) 무산 서예의 특장은 서로 이질적이고 다르게 보이는 장르를 하나의 가치로 녹여 내는 혼융(混融)의 미학에 있다고 하겠다 다시 말하면 서예=전각=이모그래피라는 동궤를 이루면서 만들어 내는 순환구조(循環構造)가 무산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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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무산 허회태

*작가 경력
'05서예문화상 (미술문화원)/ '96원곡서예상 수상/ '95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 수상/ '92서예대전 전각 우수상 수상(미술문화원)/ '91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 '85-'94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입선 7회/ '74-'85전라남도미술대전 입선 및 특선 10회/ '73한· 카문화재단 주최 국제미술전 서예부문 최고상

*작품 소장처
국립현대 미술관 미술은행/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명대학교 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경기대학교 박물관/ 미국 GMU(George Mason University)/ 미국 JMU(James Madison University)/ 미국 EMU(Eastern Mennonite University)/ 미국 뉴욕문화원(New York Cultural Service)/ (주)미래에셋/ (주)보르네오 가구/ (주)케이.디 파워

*작가 허회태는?
雅號 : 茂山, 鳳頭山房主人, 한골, 梅雪軒/ 상명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부 한국화전공 석사/ 現 대한민국미술대전서예부문 초대작가/ 現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現 무산서예 이모그래피 연구원 원장/ 現 세계미술연맹 자문위원/ 現 IACO(국제미술협력기구)회원/ 現 한국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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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의 경지서 일필휘지한 돈오필(頓悟筆)
일초직입여래지의 통쾌감을 흔상(欣賞)하다
-평론가 김형중 박사가 본 ‘허회태의 붓 예술 반세기’

1. 예술의 생명은 창신(創新)

예술은 본디 정해진 법칙이나 원칙이 없다. 법이 없다. 무법(無法)의 법이다. 그리고 자유와 창조가 예술 제작의 기본 조건이다. 작가가 자유가 없는 어떤 구속이나 억압 상황에서는 예술 활동을 할 수가 없고,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 정신에 의해서 새로운 미의 창조가 가능해진다.

서법예술만 해도 역사가 장구(長久)하므로 먼저 시도하고 행한 선학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길과 지도를 만들어 놓은 법첩(法帖)이 있음으로 그것을 통해 익히고 공부하면 된다. 그러나 법첩 또한 절대적인 법이 아니므로 어느 단계까지는 임사(臨寫)하고 모방하며 공부해야 하지만 이 또한 고기를 잡았으면 버려야 할 통발이다. 고마운 통발에 집착하여 그것만 모방하면 예술은 거기서 죽고 만다.

동서양의 예술 발전은 전통과 진보가 상호 대립하거나 타협 조화를 이루면서 이루어져 왔다. 처음에는 진보적 예술이 정통 예술에게 홀대를 받았지만 역사는 항상 진보적 전위(前衛)예술가 편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래서 예술에 있어서 창신(創新)은 생명과 같은 화두가 되었다. 전통에 뿌리를 둔 새로운 창조적 도전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이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예술세계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문화가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동양의 서법예술 분야만큼은 변화를 거부하고 묵수적인 정통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서예가 그 동안 동양 예술을 지배해 왔고 대표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엘리트의 선망(羨望)의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서법예술이 동방예술의 왕자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한다. 즉 서법예술의 기본 도구인 붓과 먹을 통해서 현대사회의 대중이 원하는 예술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진보하는 서법예술의 세계를 창출하여 평가받는 뼈를 깎는 실험과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서법예술은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는 죽은 예술이 되고 말 것이다. 혹자는 오늘날 서법예술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검은 먹만으로는 안방 벽을 치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중으로부터 버림받으면 예술뿐만 아니라 신도 종교도 정치도 그 어떤 것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5세 어린 나이에 붓을 들어 올해 55세 된 서예가 허회태는 반세기를 일구월심 고인의 법첩과 비문의 탁본을 공부하여 일가를 이루어 세계 최초로 서예와 회화가 합일하는 새로운 감성(感性)서예인 이모그래피를 창시하였다.

만해 한용운이 <조선불교유신론>에서 “파괴는 건설의 어머니이다”이라고 하며 조선의 유신을 부르짖은 것처럼 5000년 서법의 두꺼운 장벽을 허물고 틀 밖으로 나와 새로운 서법예술 영역의 이모그래피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것은 파천황(破天荒)이요, 우리 서단의 기린아이다.

2. 무산의 예술 세계, 이모그래피

서법예술은 중국 동진시대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에 의해서 완성되었고, 우리나라는 해동 서성 신라 김생(金生)과 고려 때 탄연(坦然)이 글씨를 잘 썼고 조선의 김정희가 중국의 서법을 갈무리하여 나름대로 추사체를 완성하였다. 이후 중국이나 조선에서 두 사람을 능가하는 서예가가 나오지 못했다.

한국의 선사들이 중국 당송시대의 선사들의 선을 뛰어넘지 못하고 답습만 하더니 법상(法床)에 올라 설법을 해도 옛 중국선사의 앵무새 노릇만 하듯이 오늘의 한국의 서예가들도 그와 같다. 중국서법의 고수들이 만든 법첩을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그것만을 붙들고 임모(臨模)하고 있으니, 우리의 글씨 즉 창조적인 한국인의 작품을 창작하지를 못하고 있다. 중국의 옷만 입고 있는 한국 서예가 대오각성하고 충천분기 하여 서예 발전의 일대 전기가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안 된다. 왕희지나 추사의 경계를 넘볼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끝내 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모든 서예가들이 왕희지나 추사와 똑같은 글씨를 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물론 서법이론을 모두 무시하고 글씨를 써야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법고창신 하자는 뜻이다. 또 서예의 대상을 시문장과 한자의 오체(五體)와 한글의 판본체와 궁체만을 지고의 가치로 삼지 말고, 삼라만상의 모든 자연과 사물의 형상까지 넓고 자유롭게 대상으로 삼아서 서예와 회화가 자연스럽게 만나서 다양하게 아름답고 미묘한 서법예술 세계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서예와 회화의 만남이 현대 예술세계와 일반 대중의 요청이다. 이는 예부터 서화동근(書畵同根)이라 하여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이 동양화나 서예에서도 최상의 작가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작가가 스스로 시를 지어 거기에 알맞은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소동파가 왕유의 그림과 시를 보고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었다.’ 고 한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그때 그 사람들처럼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를 짓고 그림도 그리고 글씨를 쓸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하나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 서단의 허회태는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모든 능력과 기능을 골고루 갖춘 천부적인 작가이다. 그는 오 세 때 붓을 들어 백부 허영재 옹에게 글씨를 배워 서예장학생으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전국서예대회에 참가하여 모든 최고상을 휩쓸었다. 그 후 대한민국미술대전( 국전)의 응모전에서 8차례의 입선 특선의 실력을 쌓아 결국은 39세에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나라의 국필(國筆)이 되었다. 서예의 장원급제를 한 것이니 그의 서예작품은 서예를 하는 사람에게는 체본(體本)이 되고 만인적(萬人敵)이 되었다.

보통사람은 여기서 만족할 텐데 무산의 서예에 대한 의지와 열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로 가자. 뉴욕과 파리의 예술전시장에 한국의 서예가 주름을 잡는 서예의 백남준이가 되자.’ 그래서 그의 목표는 왕희지와 추사를 극복하는 목표를 세우고 서예 대상의 월계관을 과감히 순천만 갈대밭에 던져버리고 다시 고행의 수도승처럼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무산의 인생은 서예이고 종교도 서예이다. 그는 서예를 떠나서 한 마디 붙일 말이 없다.

눈을 서법의 본향인 중국에 돌려 대학도 중국어학과에 진학하여 수없이 중국을 넘나들며 중국서예가와 교류하며 함께 전시회를 하여 중국 서예와 서법이론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였다. 전각에 필요한 계혈석을 찾아 중국 각지를 돌아다녔으며 스스로 붓방을 찾아 붓을 만들어 보고, 종이를 만들어 문양을 넣고 채색까지 한 실증적 학구파 서예가이다.

무산은 실제로 서예 오체에 통달한 대상 작가이고, 전각 또한 우수상을 수상한 대가이다. 한글 서예의 묘리까지 터득하였다. 또 대학원에서는 한국화학과에 진학하여 한국 최고의 원로 화가 이종상교수의 제자가 되어 이모그래피 예술의 세계를 인정받아 독일에 전시하는 계기를 맞고 세계적인 미술평론가 유병학를 만나 이모그래피가 현대예술 세계의 한 분야로써 충분하다는 불이(不二)의 상찬(賞讚) 평론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서예가가 전각 그리고 한글서예, 사군자, 현대회화까지 두루 섭렵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무산은 이모그래피의 창시자로서 세계적인 예술가이다. 그의 이번 이모그래피 전시 작품은 다시 괄목(刮目)할만하다.

무산의 예술세계는 무법(無法)의 법이다. 그가 오십 년을 생명처럼 어께에 짊어지고 다녔던 서법이론을 일시에 놓아버리고(放下), 무심의 경지에서 일필휘지한 돈오필(頓悟筆)은 단번에 뛰어넘어 부처의 경지에 이르는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신기(神氣)와 통쾌감을 흔상(欣賞)할 수 있다.

서선일여(書禪一如)의 경지이다. 선의 경지는 삼매(三昧) 즉, 정신 집중과 일심(一心)의 광명(지혜)을 찾는 것이고,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새로운 생각을 갖는 것이다. 선불교 사상에 매료되었던 스티브 잡스의 삶의 키워드였던 ‘집중과 단순’이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 있다.

그의 흉중에 만상(萬象)으로 저장된 오체자전(五體字典)과 삼라만상이 이미지로 심상화(心象化)된 세계가 큰 붓이 한 번 한지에 지나갈 때 집중화되고 단순화되어 한 편의 이모그래피 신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무산의 예술 작품은 기운생동(氣韻生動)한다. 그의 필세는 검객이 검을 휘두를 때 튀어나오는 빛이 찰나에 지나가고, 붓이 억세어 장지에 지나갈 때 종이가 찢어질듯 한다. 붓질 오십 년 동안 닦은 갈력(竭力)이 용필(用筆)의 달인을 만든 것이다. 용필과 더불어 용묵(用墨)의 달인이다. 서예 대가의 비결이 용필과 용묵인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그의 붓 끝을 따라 검은 먹이 장지 위에서 춤을 추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형상이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 자유를 보듬고 비상하고 싶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순간에 강한 자신감이 품어 나온다.

이번에 새로이 세상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와 같은 그의 예술적 역량에서 빚어낸 명품들이다.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들어서 찬사와 품평을 해야 마땅하나 그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을 관상(觀賞)해 보자.

작품 ‘염원’에서 문자는 사물의 형상을 그대로 옮기거나 회화적 요소에 의거하여 뜻을 나타내기 때문에 각 문자 고유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형성은 회화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 상징적 표현과 함께 의미 부여를 가능케 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렇듯 상형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이 작품 〈염원〉은 승리의 상징자인 ‘V'를 통해서 상하 좌우로 대칭을 취하였지만 원형 속에는 왼손(左), 오른손(右)이 결합하여 양손으로 인간의 승리의 염원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상단의 배경은 하늘을 상징하는 색으로 채색하였고, 하단에는 땅의 열정인 상징 색으로 표현하였다.

그리하여 보다 변화 가운데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일획성의 표현에서 나타난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과 감성의 표정이 물씬 풍겨 나오는 이 작품은 한 획 안에 먹의 농담(濃淡)이 절묘하게 나타나고 더딤과 빠름에 나타나는 먹색의 화려함과 기운생동감이 압권인 작품이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그야말로 퇴필(退筆)이 산을 이루어야 가능한 것이다. 먹을 갈고 만져 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가슴속까지 서늘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현동(玄同)’ 작품은 각각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한 형태로 다시 한 쌍을 이루어 너와 나 둘이 몸과 마음을 서로 같이 하여 어우러져 기원을 담은 표현을 하였다. 또한 두 손의 좌우 의미 부여는 우주만물에 우리 인간이 상생 상화 상조의 선연(善緣)으로 발전을 향한 작품이다. 그리고 조화된 좌우 대칭은 균형감을 잃지 않는 상태로 전체로서 통일된 감각적 효과와 균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형상적 배경은 최초의 상형문자인 왼손 오른손 원형 자(字)에 근거하여 좌우(左右) 대칭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자연 물상이 지닌 형태에 따라 일필휘지의 강렬한 표현으로 형상을 각각 대비시켜 표현 하였을 뿐만 아니라 형상의 자태도 먹의 천변만화한 붓질과 색채를 통해 사색의 공간으로 서로 다른 간격을 지닌 색들이 조합되어 색채와 색채 사이에서 일어나는 조화와 두 작품이 한 쌍의 대조 속에 서로 상호작용하여 영향을 받는 걸출한 작품이라 할 것이다.

‘양오(陽烏)’ 작품은 삼족오가 고대 동아시아 지역의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신비의 동물로 태양에서 산다고 여겨져 왔다. 태양이 양(陽)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태양에 사는 까마귀 발도 세 개라고 여겼기에 천지인(天地人)을 의미하는 해석으로 보았다. 궁극적으로 그림 상에 나타난 이모그래피는 옛 갑골문과 나아가서 천지인 삼재(三才) 구조를 원형 삼아 이를 오늘의 우리의 감성으로 재창출한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이를 연관시켜서 하나를 아우르는 통합체를 구축하여 작품화한 것이다. 머리 부분은 한국의 삼족오(三足烏)는 중국과 일본의 삼족오과는 달리 머리에 공작처럼 둥글게 말린 벼슬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외형상 차이점에 근거하여 표현하였고, 다리 부분은 이 시대에 맞게 형상화하여 나타내었다

‘여망(餘望)’ 이 작품은 대작으로 태양의 강렬함과 진한 먹색의 강건함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중복합적 의미 부여의 작품이다. 따라서 큰 붓을 일 획으로 그은 형상에서 먹의 지나간 흔적의 비백은 독수리가 날개를 펼칠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하단의 진한 먹색에서 상단을 향해 먹이 옅어지는 현상은 원근의 묘미를 표현하여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듯한 산의 형상을 표현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작품의 내용면에서 둥글게 퍼져 오르는 눈부신 황금의 깃발과 같은 형상의 태양은 우리 인간의 삶에 있어서 희망의 빛으로 상징되며, 먹으로 그은 힘찬 표현은 일상에서 고단한 어깨를 쭉 펴고 기운이 생동하는 희망적인 삶의 결과를 예시하였다.

또한 거침없는 붓끝을 통해 전해오는 기백과 오감을 자극하는 먹색이 태양이 눈부시게 반사할 찰나의 모습과 꿈을 가득 품은 작가의 자유스러운 역동적 세계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이번 이모그래피 전시회에서 돋보이는 가장 큰 특성은 이모그래피 작품이 채색화 된 점이다. 문인화 가운데 왕유를 비조로 하는 남종화는 수묵의 전통을 계승하고, 북종화는 채색를 사용하였다. 당시에는 왕유와 소동파를 위시한 남종화가 주류를 형성하였으나 현대 미술에서는 경제적으로 주체가 되어 작품을 소유하는 대중들이 주체성과 부의 상징인 강렬한 채색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은 당분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예술계의 시대적 요청이고 대세이다. 근래에 동양화가 서양화의 색채에 의해서 기가 죽었다고 한다. 무산의 이모그래피는 정신과 혼을 점령하기 위한 표현이라면 채색은 현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보완적인 관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의 이모그래피에서 고유의 기운생동한 획과 여유로운 여백의 표현은 작가의 심상이 얹으면서 감성과 사유의 본질을 이끌어 내며, 감정의 여운을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호소력이 있는 특징에 여기에 색채를 이용하여 감성적 개념을 시각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허회태의 이번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회(2011.12.3~8)는 ‘붓 예술 반세기’ 타이틀로 내공이 쌓인 성찰과 사색이 담긴 작업의 표현으로 회화의 비주얼에 서예의 기운생동이 절제되고 함축적인 세계를 움직이게 한 어떤 미지의 힘으로 확산하는 긴장의 미학과 감성의 여운을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작품의 특징으로 평가된다.

이모그래피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마음속에서 이미지화되고 형상화[心象化] 된다. 서예가 회화의 형상으로 융합되어 나타나지만, 때로는 글자는 형상 속에 묻혀버리기도 한다. 이것을 ‘감성서예(感性書藝)’라고 표현했는데, 필자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심상서화(心象書畵)’라고 부르면 어떻까 생각해 본다.

허회태의 이모그라피는 그 뿌리가 서예에서 회화적으로 나아갔다[書畵同根]. 그런데 점점 그 회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예쪽보다 회화쪽이 가깝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것이 채색화 되고 있다. 그러나 결코 그의 작품의 예술성에 있어서 손상됨이 없다. 또한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작가의 궁극적 목표는 작품이 예술성에 있어 훌륭하게 평가받는 일이다.

무산의 서예가 세계화되고, 이모그래피가 현대미술사에서 하나의 사건이 되기 기대한다. 예술의 본질은 미의 창조요, 새로운 미에 대한 추구이며 도전이다. 그것이 없는 예술은 종말이다.

선가(禪家)에서 ‘충천 대장부는 부처가 가는 길도 가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간다’는 말이 있다. 무산이 그런 길을 가서 ‘눈 속의 파초도(芭蕉圖)’와 ‘불길 속의 연화도(蓮花圖)’를 그려내는 천하제일의 작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