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 천태종의 역사를 정리하고 상월원각대조사의 법어를 하나로 묶은 책이 나왔다. 천태종 출판부는 원각불교사상연구원이 편찬한 《한국 천태종사》(2만 원)와 《상월대조사 법어》를 각각 발간했다.

크게보기

《한국 천태종사》는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최초의 천태종 역사서라는데 의의가 크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자신들의 종파 및 종단의 역사를 정리해 《조계종사》와 《태고종사》를 발간했었다. 이번에 《한국 천태종사》가 나옴에 따라 한국불교사를 이해하는데 보다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 또한 자국의 《천태종사》를 발간ㆍ유통시켰지만 한국에는 없어, 한ㆍ중ㆍ일 삼국의 천태종사를 연결시키기 어려웠다. 《한국 천태종사》의 등장으로 한ㆍ중ㆍ일 삼국의 천태종 역사 연구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태종사》는 고려시대 천태종의 종지를 현 대한불교천태종이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개창된 천태종은 조선 초 숭유억불정책으로 종파명을 상실했다. 그러나 19세기 월창 김대현은 《선학입문》에서 천태학의 수행차제(修行次第)를 통해 선(禪)에 들어가는 방법을 설명했다. 1902년(광무 6)에 반포한 사찰령 제1조에서는 천태종의 핵심 교리를 통해 불교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서문에 쓴 치사에서 “천태종의 가르침이 다시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세상의 빛이 된 것은 종파명을 상실한 지 500년이 지나서였다”며 “20세기 초 상월대조사가 이 땅에 탄생하시어 다시금 천태종의 깃발을 높이 내걸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총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1장 ‘삼국ㆍ남북국시대의 법화신앙’은 △삼국시대 《법화경》 수용과 천태 고승 △남북국시대의 법화신행과 천태학으로, 제2장 ‘고려시대 천태종’은 △고려 초기 천태학 △의천의 천태종 개창 △고려 중기 백련결사 △고려 후기 천태종의 변화 △고려시대 천태종의 사찰로, 제3장 ‘조선시대 천태종과 법화신앙’은 △조선 초기 억불정책의 전개와 천태종승의 동향 △김시습의 법화ㆍ천태사상 △조선시대의 《법화경》 간행과 신앙 △조선 후기 월창거사 김대현의 천태사상으로, 제4장 ‘근ㆍ현대 한국불교와 천태종’은 △근ㆍ현대 불교계의 동향 △상월대조사의 천태종 중창 △천태종의 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천태종사》는 김영태 동국대 명예교수와 김상현 교수(동국대 사학과)가 꼼꼼하게 감수했다. 집필위원장인 김상현 교수를 비롯해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학과), 지창규 교수(동국대 불교학과), 황인규 교수(동국대 역사교육과), 김경집 교수(진각대), 이기운 교수(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남희숙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강호선 서울대 강사, 이종수 원각불교사상연구원 상임연구원이 집필위원으로 참여했다.

또한 《상월대조사 법어》는 상월원각대조사의 설법을 수집ㆍ정리한 것으로, 마음/ 계율/ 대승보살/ 불자(佛子)/ 출가/ 수행/ 중생/ 관세음보살/ 구도/ 염불/ 일불승/ 《법화경》 비유/ 천태수행/ 대비심다라니 등 총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어집에서는 기존 선사들의 법어에서 볼 수 있는 격외(格外)적 언사나 표현을 볼 수 없다. 오직 이 시대의 불자가 지녀야 할 신행의 방향을 제시했다. 법화일승(法華一乘)의 도리와 천태삼관(天台三觀)의 수행을 강조했고, 대승보살의 이타행이 수행자의 길임을 밝혔다. 한국불교의 간화선 수행 풍토에서 염불수행을 강조했으며, 주경야선(晝耕夜禪)해야 함을 역설했다. 출가자에게는 엄정 지계를 당부하면서도 십선계(十善戒) 중심의 계율을 주창했다.

천태종의 3대 지표 중 하나인 대중불교와 관련, 상월원각대조사는 법어집에서 “진정한 대중불교는 사부대중이 불교의 주인이 되고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하고 함께 책임지는 불교이다. 대중불교는 산중이나 승단 안에만 갇혀 있는 불교가 아니라 시중으로 나아가 모든 사람과 함께 하는 불교여야 한다. 즉, 보살불교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천태종이 주창하는 애국불교ㆍ생활불교ㆍ대중불교와 염불수행ㆍ작복불교ㆍ주경야선이 이 법어에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월원각대조사는 재세 시 수많은 사람들을 교화하고 법어를 내렸다. 그러나 대조사는 자신의 말을 글로 기록하거나 기계를 통해 녹음하는 것을 금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언어의 불확실성과 허구성이 대조사의 참뜻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될 뿐”이라며 “그러나 대조사께서 열반하신 지 오래됐고 법어를 들었던 사람들도 줄어들어 대조사의 말씀이 영영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돼 법어집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