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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긴 산문의 시적 표현!<br>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의 ‘인생’展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1-10-20 (목) 22:36

“일러스트레이션은 왜 이리 졸렬한가? 꾸며대는 그림, 의도를 갖고 비틀어대는 그림, 세속적 되바라짐이 물씬한 그림들. 일러스트레이션, 이 아름다운 단어가 그런 그림들로만 메워져야 하는가. 물처럼 맑은 그림, 위로하는 그림, 평화를 주는 그림들로 일러스트레이션이 채워질 수는 없을까.”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진 이성표 작가가 어느 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렇다. 이 그림은 ‘인생’이라는 긴 산문의 시적 표현이다.

발이 머리를 딛고 있다. 발은, 이 역전이 얼마나 호쾌할까. 혹은 어디론가 나아가다 향방을 잃고 뒤엉켜 버린 밧줄처럼, 함부로 포개진 발도 있다. 무언가에 깎여 제 속에 나이테가 드러난 것 같은 얼굴, 망건처럼 숭숭 바람이 통하는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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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방위가 여러 각도로 확장되는 이 그림들에, 작가 이성표는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삶의 역정에서 나온 몸짓과 표정들. 곧 인간의 초상이다. “햇살 가득 공기가 청명해도 여전히 연약한 우리, 그 초상을 그렸다.” 이성표 작가의 말이다.

‘이성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꼽으라 하면 내남없이 선두에 세우는 이름이다. 1982년 잡지 <마당>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기고하면서 데뷔한 이후 수많은 신문, 잡지. 단행본, 그림책, 기업광고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단지 묘사력에 기초한 서술방식의 표현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래픽 조형의 문법과 원리를 통해 재구성하고, 글과 함께 서로의 언어적 특성을 교감하는 세계를 보여주었다”라는 평을 듣는다. 그의 그림은 늘 철학적 명상과 인간의 세계인식을 매우 쉽고 편안한 언어로 재연한다.

이번 전시 <인생>은 그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10월 30일까지 전시한다.

‘깊은 슬픔 같은 짙은 파랑 보다는 새벽빛 같은 파랑, 화창한 겨울 하늘같은 선명한 파랑’을 좋아하는 그가, 파란색을 중심으로 운영해 그린 그림들입니다. ‘컴컴한 곳을 비추어 그 속을 드러낸다’ 라는 어원을 지닌 일러스트레이션이, 이성표에 의해 어떻게 그 뜻을 꺼내보일까. 더구나 파랑으로 그린 <인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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