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석굴암이 조성(751년)이 조성된 지 1260년이 되는 해이다. 12갑자에 60회갑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하여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가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가 석굴암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연구를 발표하는 대형세미나를 개최해 뚜렷한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한 학술적 정리를 시도했다.

10월 8일 국립중앙박물관 제2회의실에서 열린 ‘토함산 석굴불상의 최초 종합적 연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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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본존불. 문명대 교수는 이 불상이 석가모니불라는 근거를 밝혔다.

석굴암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견과 소장학자 등이 대거 나서 모두 10개의 논문을 발표한 이날 세미나는 단편적으로 진행되거나 특정학자의 연구성과물 공개에 머물렀던 석굴암 연구에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 ‘토함산 석굴의 유가종 사상과 본존불상’이라는 기조발제를 한 문명대 교수는 여전히 논란이 가라 앉지 않은 석굴암 본존불이 ‘석가모니불’이라는 것을 다양한 사료와 근거를 동원에 사실상 확정짓고 있어 특히 주목된다.

문명대 교수는 이 기조발제에서 석굴암의 조성 사상은 사중기(寺中記)의 설에 나온 것처럼 “경덕왕 때(751년, 천보10년) 대상(大相) 김대성이 불국사를 세우다가 774년(혜공왕 10년) 12월 2일 대성이 돌아가자 국가에서 이를 완성했다”는 내용과 “처음에 유가대덕 항마승을 청해서 절에 상주하게 했으며 이를 계승하여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내용에 의거해 석굴암 불국사의 종파성을 유가종과 초기 유가밀교종으로 파악했다.

문 교수는 이같은 조성사상을 토대로 본존 석가불좌상과 협시상의 도상해석을 실시해 본존 석가불좌상이 석가모니불임을 사실상 입증해냈다.

문 교수는 그동안 석굴암 본존을 놓고 밀교, 화엄적인 비로자나불상, 정토적 또는 화엄적인 아미타불상, 법화적인 석가불상설 등 다양한 설이 공존했으며, 이 가운데 석가불과 아미타불상설이 유력하게 거론되어 왔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항마촉지인의 수인, 협시상들의 도상특징, 문헌과 조성사상상의 해석을 종합하면 석가불상이 타당하며, 특히 소승적이고 일시적인 항마성도상이 아닌 대승적인 영원절대불변의 항마석가상으로 판단한다”고 피력했다.

문 교수는 “항마촉지인은 아미타불의 수인일수도 있지만 엄격한 항마촉지인은 석가불의 수인이 타당하고, 이 도상특징의 근거는 다라니집경의 석가불정삼매다라니품에 ‘오른손은 팔과 손을 펴서 오른 다리 위에서 손가락을 내려 꽃에 닿도록 하고 왼손은 팔을 구부려 손바닥을 위로 하여 배꼽 아래에서 옆으로 놓는다”는 내용을 근거로 석가불, 즉 석가모니불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어 “십일면 관세음보살상이 본존불의 아미타불 주장의 주된 근거로 제시되고 있지만, 다라니집경과 십일면관음 신주경에 십일면관음보살상은 석가불 왼쪽에 있고 금강장 보살은 석가불의 오른쪽에서 왼손 손바닥에 금강저를 세우고 있다는 내용을 제시, 십일면관세음보살상의 존재가 본존불을 아미타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십일면관음상은 본존불상 뒤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고, 금강저를 왼손에 올려놓고 있는 금강장보살이 감실 향좌 1상(5상)으로 배치되고 있어서 본존을 석가모니불로 해석하는 것이 더 맞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또 본존불이 아미타불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인 지장보살상도 초기 밀교경전인 대방광십륜경, 대승대집지장십륜경(현장 역)에 석가 삼존의 한(지장, 금강장) 협시보살인 지장보살이 원적을 제압한다고 언급하고 있어서 신라 당시에는 석가불의 협시로 더 통용되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어 “대승불교의 결정판인 유마경과 초기 유가밀교의 주경전인 관불삼매해경에 주로 언급되고 있는 10대 제자들은 석가불의 협시로 말하고 있어서 통일신라 때까지는 석가불의 협시로 통용되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수 보현보살도 다라니집경에 석가의 좌우 협시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제석과 범천, 사천왕, 팔부신장, 금강역사상 등은 석가불의 신중체계로써 유가밀교종과 유가종의 사상적 근거를 이루는 금광명경 사상에 기인한다”고 주장한 문 교수는 “권정경(제석, 범천), 인왕경(팔부중과 인왕) 등도 그 근거의 경전이 되며, 도상특징은 다라니집경이 주 근거가 되고 불존승다라니경의 도상이나 당시에 유행된 도상집 등에서 불사주관자와 작가가 취합하여 조성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풀이했다.

문 교수는 결론적으로 “토함산 석굴 본존불과 제존상들은 초기 유가밀교의 경전인 관불삼매해경, 금광명경, 관정경 및 대방광십륜경 등과 대승사상의 결정판인 유마경 및 도상의궤집이자 초기밀교경전계인 다라니집경 등에서 주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본존불은 석가모니불이고 제존상들은 석가모니불의 협시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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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제2교육실. 오전 10시인데도 사람들이 세미나장을 가득 메워 석굴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토함산 석굴의 유가종사상과 본존불상(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 △인도 중국 차이티야 석굴과 토함산 석굴(이강근 경주대 교수) △10대 제자상(김은선 대전선사박물관 학예사) △11면 관음보살상(강삼혜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사)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주수완 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 △감실존상(박형국 일본 武藏野미술대학 교수) △제석·범천상(김은화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 실장) △사천왕상(임영애 경주대 교수) △금강역사상(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 △팔부중상(미즈노사야 일본 金澤미술공예대학 교수) 등의 석굴암 불상관련 논문이 대거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