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천-정무 대종사 다비식 엄수
2, 3일 수미산과 도솔천으로 가시다

대둔산의 도인 도천당 도천 대종사와 안성의 큰스님 원공당 정무 대종사의 영결식 및 다비식이 지난 10월 2일과 3일 화엄사와 용주사에서 엄수됐다. 수천 명의 사부대중들이 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전송하며, 수미산과 도솔천으로 가겠다는 두 선지식을 배웅했다.

지난 9월 28일 입적한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조실 도천당 도천대종사의 영결식은 10월2일 오전 10시 화엄사에서 사부대중의 애도 속에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원로의원 밀운, 진제, 혜승, 고우, 고산, 정관, 암도 스님을 비롯해 문도대표 원로의원 명선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혜총 스님, 호계원장 법등 스님과 전국 교구본사 주지, 지용현 광주전남불교신도회장, 각계 인사와 불자 등 3000여명이 동참했다.

크게보기
10월 2일 화엄사에서 도천당 도천 대종사의 원로회의장이 엄수됐다. 사진=조계종총무원 제공.

크게보기
화엄사 연화대에서 봉행된 도천 대종사의 다비식 장면.

법정 종정예하는 법어에서 “산문에 머물 때는 정안(正眼)을 열고 현기(玄機)를 갖춘 일군대사(逸群大士)였고 밖으로 나설 때는 팔만세행(八萬細行)을 갖춘 만행보살(萬行菩薩)이었다”며 “육도(六道)의 관문을 벗어나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걸음에 나아가서 무량수(無量壽)를 이룩하였으니 이것은 생멸(生滅)이 다하여 노주(露柱)가 허공을 깨뜨리는 소식이요 적멸(寂滅)마저 다하니 석녀(石女)가 아이를 낳는 시절”이라고 설했다.

원로회의 의장 종산 대종사는 부의장 밀운스님이 대독한 영결사에서 “한국전쟁 이후 남쪽으로 내려와 두문불출 폐허가 된 태고사를 일구며 겸손과 청빈, 무욕의 삶을 온 몸으로 보여주셨다”고 회고하고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창청규의 가르침에 따라 원적에 들기 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며 수행했던 스님의 삶은 노동선의 극치였고 후학들의 사표였다”고 추도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포교원장 혜총스님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끊임없이 일하는 속에 육신의 편리함을 멀리하고 검박하고 절약하는 가운데 평등을 구현하였으며 언제나 보현행원품을 지송하기를 권하시며 나보다 남을 위해 살라고 가르친 스님은 주인과 머슴이 따로 없는 경지를 보여주셨다”고 애도했다.

호계원장 법등스님과 지용현 광주전남불교신도회장도 각각 조사를 통해 도천대종사의 생전 가르침을 되새겼다.

스님의 법구는 영결식 이후 일주문을 나와 약 500m 떨어진 연화대 다비장으로 옮겨 다비됐다.

스님의 초재(10월2일)와 2재(10월11일), 6재(11월8일), 막재(11월15일)는 화엄사에서 3재(10월18일)와 5재(11월1일)는 금산 태고사, 4재(10월25일)는 담양 보광사에서 봉행된다.

지난 9월 29일 원적에 든 조계종 원로의원 원공당 정무 대종사의 영결식은 10월 3일 제2교구본사 용주사에서 엄수됐고, 이어 주석처인 안성 석남사로 법구를 옮겨 다비식을 봉행했다.

역시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된 이날 영결식에는 원로회의 부의장 밀운, 고산, 진제 등 종단 원로들과 유럽 순회 일정을 앞당겨 급히 귀국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호계원장 법등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을 비롯한 본사 주지,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종용 경기도의회 불자회장 등 3000여 사부대중이 참석해 정무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크게보기
10월 3일 용주사에서 원공당 정무 대종사의 영결식이 봉행됐다.

크게보기
정무 대종사의 다비는 주석처인 안석 석남사로 옮겨 엄수됐다.

영결식에서 종정 법전 스님은 밀운스님이 대독한 법어에서 “종사는 일찍이 산문에 귀의해 일념 정진으로 육조의 종지와 임제의 현의를 밝히고, 이어서 빛바랜 우리 선문을 지킨 대종장이었다”며 “적멸이 안락이 되는 진상을 우리들에게 보이셨고, 본분상에 생몰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셨다. 종사가 우리에게 할 하는 소리를 듣고 있느냐”고 설했다.

이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추도사에서 “정무스님은 1968년 범어사 선방을 가던 중 하룻밤 묵은 인연으로 영주포교당에서 도심포교를 시작하면서 현대 불교의 포교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며 1971년 용주사 주지 소임을 맡아 용주사 가람을 정비한 일, 검소하고 청빈했던 생활, 신도교육과 포교를 위해 헌신하신 일, 80세에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던 일 등을 회상하고 “서운산 아래 금광루에서 부처님 광명을 다시 빛내기 위해 빛으로 돌아오소서”라고 추모했다.

영결식은 문도대표 심경스님의 인사말을 끝으로 장의행렬로 이어졌다. 스님의 법구를 모신 상여는 평소 검소했던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단촐하게 준비됐으며, 행렬은 용주사 내 ‘부모은중경 탑’을 돌아 다비장이 마련된 안성 석남사로 이어져 다비를 봉행했다.

추모 49재는 5일 석남사에서 초재를 시작으로 용주사, 반야사, 신륵사, 영월암, 법왕사에서 7재를 올린 후 11월16일 석남사에서 49재가 봉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