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적 특성을 이용하여 세타파나 감마파를 강화하는 기법으로 명상과 같은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름하여 뉴로피드백 기법이다. 이 기법은 사용자의 뇌파를 측정하여 사용자에게 특정 뇌파 상태를 피드백함으로써 신경생리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뇌의 기능적인 상태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이다.

명상은 인간의 정상적인 활동 상태와는 다른 특수한 정신 활동 상태로서 많은 연구 결과 명상의 다양한 기법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명상에 의해 이런 특수 상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수행이 필요하다.

만일 뉴로피드백 기법에 의해 이러한 명상의 특수 상태를 구현해 낼 수 있다면 시간적으로 많은 단축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며, 시행착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논문이 실험을 통해 발표된 것이다.

전국의 명상수행자들에게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 깊은 산사에서 참선정진을 하는 수행자들에게도 이런 소식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수행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그리하여 수년 길게는 수십 년 결가부좌를 하고서도 얻을까 말까한 경지를 뇌파측정 기법에 의해 단숨에 이뤄낼 수 있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신적 충격으로 아노미 현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명상 수행에 관심이 있는 제방의 수행자들, 그리고 뇌과학 관련 전문가들, 심리치료 관련 전문가들. 정신신경을 전공한 의학자들 등이 ‘불교수행과 뇌, 그 치료적 의미’를 주제로 열린 제2회 불교와심리 심포지엄(주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와심리연구원) 장소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으로 몰려들었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심포지엄장은 인파로 넘쳐 흘렀다. 복도마다 보조의자를 깔았지만, 상당수 참가자들은 서서 심포지엄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크게보기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눈길을 끈 발제는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박병운 교수<<STRONG>오른쪽 사진>의 ‘뉴로피드백에 의한 명상상태(deep state) 실현과 그 효과’였다. 발제가 끝난 후 토론에서도 박병운 교수에게 질문이 몰렸을 정도로 이 발제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뉴로피드백에 의해 특수한 명상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연구들이 이루어졌는지, 특히 최근에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감마파에 대한 명상의 효과를 뉴로피드백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한 고찰 등 어느 것 하나 관심사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였다.

박병운 박사는 발제에서 “전체적으로 명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뇌파는 알파파와 세타파, 감마파”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명상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전두엽에서의 세타 파워가 증가하였고, 전두엽과 두정엽과의 동시성(Coherence)도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명상시에 나타나는 뇌파의 특징은 알파파와 세타파의 파워 증가와 서파화 및 감마파의 파워 증가”라고 거듭 강조한 박 교수는 “특히 명상 수련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높은 세타파와 감마파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수십년 내지 평생에 걸쳐 집중적으로 수련을 해야 한다. 뉴로피드백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여 단기간에 깊은 명상 상태로 들어가는 대안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Green, 1977)”고 전제한 박 교수는 “명상과 같은 깊은 의식 상태를 유도하는 뉴로피드백 프로토콜은 알파/세타 포르토콜(Gruzelier, 2009)과 감마 프로토콜(Rubik, 2011)”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뉴로피드백은 수행기간을 단축하여 오랜 기간의 수행으로 얻은 명상의 경지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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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불대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가한 발제자와 논평자들.

논평에 나선 김형배 교수(동국대 물리학과)는 “뉴로피드백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인지개발과 능력개발 뿐만 아니라 명상 상태까지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뉴로피드백은 자신의 뇌파를 스스로 조절하여 죄의 전기생리적인 작용을 변화시켜 뇌를 발달시키고 의식을 조절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한 김 교수는 “명상과 관련되 뇌파가 알파파, 세타파, 감마파라는 것이 밝혀졌다면 이를 중심으로 한 뉴로피드백 훈련이 가능할 것이며, 명상을 통해 얻는 효과와 비슷한 효과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나타난다면 정말 오랜 수행으로 다다를 수 있는 지고지순한 경지도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이 잘 발달되어 보다 적은 노력과 짧은 시간내로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진화하여 진정한 평화의 세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논평을 마쳤다.

종합토론 시간에도 박병운 교수의 뉴로피드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뉴로피드백 프로토콜릉 통해 누구나 감마파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 쇄도하자, 박병운 교수는 종합토론을 통해 지고지순한 경지를 쉽고 빠르게 이룰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에 대한 과한 열기를 우려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누구나 빨리 가고 싶어 한다. 물로 뉴로피드백은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어떤 특정한 프로토콜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느냐는 신중히 다뤄야 할 문제이다. 뇌파는 여러 현상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뇌파 조절로 명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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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포지엄에는 입추에 여지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뇌파조절과 수행의 상관관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함께 발표와 논평자로 나선 다른 교수들도 궁금증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최준식 교수는 “뇌과학이 명상에 얼마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떤 파를 조절하면 어떤 명상상태로 즉각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인지? 명상에는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함축된 것인 있는데, 그것을 뇌파조절로 이룰 수 있는지?, 뇌파가 명상의 전반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상태만 말하는 것인지 궁굼하다”고 질문에 가세했다. 토론자로 나섰던 윤병수 교수(한국명상치유학회 대구경북지회장)도 “뇌파의 조절상태가 경지를 대변하는가? 열반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깨달음 정도까지는 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브레인에는 복합적 기능이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 높은 경지에 있는 분들의 경지를 현대 뇌파연구로 다 찾아낼 수 있는가? 난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뇌에 관한 연구는 뇌 영역의 활성화로 가고 있는 중이며, 이제 출발단계다. 연구가 더 진척되면 더 충분한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우성일 교수(순천향대학교)는 “뇌파는 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가가 선으로 나타나는 데, 보통 사람들은 그저 선으로 보이지만, 주식전문가들의 눈에는 그 선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 고통과 번민, 통곡까지도 읽어낸다. 고학은 방법론이므로 측정이 가능한 것만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뇌파조절로 경지를 설명하는 것은 방법론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병운 교수가 다시 나섰다.

“기계의 힘을 빌려 어떤 것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뇌파를 측정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수행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다. 수행으로 얻어진 뇌파의 상태가 현재 이런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유로피드백은 뇌파측정 결과를 통해 정확한 가이드를 받으면서 자기 상태를 파악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수련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냥 멍청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는 뉴로피드백의 도움을 받으면서 옆길로 빠지지 않도록 수행에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가. 나의 경험상 뉴로피드백은 수행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어떤 상태에 이르러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유로피드백은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실제 명상은 자기의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다. 유로피드백은 가이드로서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