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문학 운동단체가 불교를 대중을 위한 인문학의 마당으로 받아들였다. 불교의 경전과 논서가 시민들이 공부해야할 대중 인문학의 범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스님들만의 교육기관 명칭인 강원을 '시민강원'이라는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불교를 대중적 인문학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이다. 강원이라는 용어가, 불교계, 또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성 학계가 아닌 시민대중 인문학 운동을 펼치는 운동단체에 의해 인문학의 주요 분야로 등장된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다.

불교의 울타리 바깥에서 시도되는 대중 인문학으로서의 불교경전과 논서의 변신과 지평 확대가 주목되는 이유다. 크게보기

시민 인문학 운동단체인 대안연구공동체(대표 김종락)의 ‘불교 시민강원’ 동아리가 오는 9월 19일 드디어 법석(法席)을 펼친다.

강원(講院)은 불교 사찰에서 출가한 스님을 대상으로 경(經)·논(論)을 가르치는 전통 교육기관을 말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經)·논(論) 교육은 일부 불교사찰이나 신행단체에서 진행하는 불교 대학이나 특정 경전을 강의하는 강좌 등으로 제한돼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대안연구공동체는 오는 9월 19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일반 시민들과 더불어 경(經) ·논(論)과 선어록을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으로 강론하는 새로운 형식의 ‘불교 시민강원’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동아리 활동 형태로 진행되는 이 강원에는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인 원철스님<<STRONG>오른쪽 사진>과 국제선센터 국제국장인 광전스님, 그리고 금강선원의 학승인 능안스님 등이 지도법사로 참여한다.

크게보기
대안연구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 이정우 교수와 한기호 출판인, 김종락 전 문화일보 기자(대표) 등의 모습이 보인다.

‘불교 시민강원’은 조계종 교육원이 최근 개정안을 내놓은 승가대학(강원) 커리큘럼은 물론, 전통 강원의 교육 과정 또한 참고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강원에서는 초기불교 경전인 한역(漢譯), 국역 <아함경>을 영역, 국역 <5부 니까야>와 함께 읽는 것을 시작으로 불교사, 선학(禪學) 및 선(禪)사상사, 아비달마구사론, 청정도론, 중관․유식․정토를 포함한 대승불교개론 등을 폭넓게 공부한다.

‘불교 시민강원’에서는 이와 함께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비롯, 반야심경, 천수경, 화엄경, 육조단경 등의 경전과 초발심자경문, 치문, 서장, 선요, 도서, 절요, 선가귀감, 벽암록 등의 선어록을 강독한다. 또한 비교종교학 공부를 통해 이웃종교의 이해를 추구하는 한편 관련 인문학자들을 초청해 불교와 인문학의 폭넓은 접속을 모색한다.

불교 경전과 선어록은 한문과 한글 텍스트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영문 텍스트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불교 경전이나 선어록하면 한문이나 빠알리어,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떠올리나 영문으로 축적된 불교 텍스트의 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다는 점에 착안, 한문 경전과 달리 빠알리어나 산스크리트어에서 직역된 영문 경전을 공부한다.

‘불교 시민강원’ 동아리의 지도법사로 나설 원철 스님은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의 빼어난 제자로 경전 및 선어록 연구와 번역에 매진해온 학승이다. 일찍이 해인사, 은해사, 동화사 등지의 강원과 동국대에서 강사(교수)로 활동하며 스님들에게 경전과 선어록을 가르쳤고 지금은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특히 선기(禪氣) 그윽한 에세이집을 여러 권 출간하며 세상과의 소통에도 힘써 와 제2의 법정 스님으로도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원철 스님과 함께 강원의 공부를 지도할 광전 스님과 능안 스님은 원철 스님이 강력하게 추천한 소장(중견) 학승이다. 조계종 연수국장을 지낸 광전 스님은 미국에서 5년간 공부하기도 한 국제통으로 현재 국제선센터의 국제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능안 스님은 경전과 선어록 연구에 밝을 뿐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두루 해박해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불교와 인문학의 접속을 모색하기에 가장 적임자로 알려져 있다.

‘불교 시민강원’ 동아리는 불교 신자뿐 아니라 이웃종교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일반인과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등의 신자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고 김종락 대표는 밝혔다.

교육 장소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464-46 서강빌딩 2층 대안연구공동체 강의실이며 회비는 매월 3만원이다. 문의: 02-777-0616,paideia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