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의 장엄한 의례는 신도확보에도 큰 역할을 하는데, 불교의례는 스님들의 모노드라마에 머물고 있다. 알아들을 수도, 따라할 수도 없는 불교의례는 스님들, 그들만의 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장황한 재 의식 중에는 따분함에 힘겨워하던 불자들이지만, 애프터서비스처럼 재의식이 끝난 뒤 부르는 ‘회심곡’에 반응하고 공감한다.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으며, 구성진 가락 또한 정서에 맞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모노드라마’,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과 우려를 받던 불교의례, 장엄한데다가, 의례가 갖고 있는 의미에서도 다른 어떤 종교의 의례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수승한 불교의례가 오늘날 이처럼 천덕꾸러기 처지가 된 것은 왜일까. 의례가 체계화되지 못했고, 현대화와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오랜 기간동안 해왔던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연구소라도 세워서 체계적인 의례연구도 하고, 불교의례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해야겠다고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불교의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파악한 이들은 불교의례의 정확한 의미와 형식을 되살리고 일반불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불교의례를 개발하기 위한 첫 불교의례 전문연구기관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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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 초대소장을 맡은 인묵 스님.

불교의례 전문가와 연구자 등 관련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불교의례연구기관의 이름은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이다. 연구소의 초대 소장은 어선작법에 정통한 현 봉선사 주지 인묵 스님이 맡았으며, 연구소는 봉선사 내 유재당에 두었다.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는 오는 9월 3일 오후 1시 조계사 경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출범식 및 기념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으로 그 첫걸음을 뗀다.

불교의례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불교의 사상과 문화를 오롯이 담아내는 그릇임에도 오늘날 불교의례는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됐고, 그 의미를 모르는 채 행해지는 것은 물론 시행되는 모습이 각양각색인데다가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원뜻을 도외시한 첨삭이 난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는 앞으로 △다양한 불교의례의 의미와 양식을 원전에 근거해 정확하게 도출 △불교의식을 일반 신도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우리말 번역과 설명서의 개발 △현행 불교의식의 재검토 및 설행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올바른 의례안 제시 △불교의례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에 따라 원래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21세기 맥락에 맞는 의례의 현대화 △한국불교 의례문화를 동아시아 불교의례 문화와 비교 연구해 차이의 관점에서 한국불교의례의 특성 및 정체성을 규명하고 이를 동아시아불교 의례문화와 함께 세계화할 것 등 다양한 연구 사업을 목적으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은 남양주 봉선사 주지 인묵 스님은 “단순하건 복잡하건 모든 불교의례에는 불교가 지향하는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다”며 “불교의례가 오늘날 대중들의 정서에 맞도록 의례의 한글화, 곡조의 효과적 적용, 퍼포먼스 측면 강화 등이 보완되면 많은 불자들이 의례를 통해 깊은 내적 체험은 물론 장엄함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3일 학술세미나에서는 △규봉종밀의 ‘원각경수증의 연구’: 예참을 중심으로(신규탁 연세대 교수) △예불의 의미와 행법: 상주예경과 소청예불(이성운 정우서적 대표) △불교의례의 문화론적 연구(이도흠 한양대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 논평은 월정사 박물관 학예실장 태경 스님, 송현주 순천향대 교수, 중앙승가대 교수 오인 스님이 맡는다. 031) 527-1957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는 연구소장 인묵 스님을 비롯해 부소장 총무 대성사 주지 법안 스님, 조계종포교원 연구실장 법상 스님, 감사 정산 스님, 신규탁 연세대 교수, 연구부소장 김호성 동국대 교수, 이성운 정우서적 대표, 관리부소장 이도흠 한양대 교수, 윤소희 부산대 강사 등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의: 031)527-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