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 스님의 생애와 사상, 업적을 기리는 ‘2011 만해축전’이 올해도 문학과 문화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지난 8월 12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부터 입재식과 각종 행사가 진행된 인제읍 일대는 만해가 내뿜는 향훈으로 충만했다. 사람들은 동판에 새겨진 시편들 앞에서 문향(文香)에 젖었고, 문인과 학자들의 토론장에서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만해 정신의 도도한 흐름에 함께했다.

특히 이번 만해축전은 평화와 소통을 주제로 각종 행사가 펼쳐져 지금까지의 축전보다 더욱 정돈되고 집중된 성과를 드러냈다.

크게보기
제15회 만해대상을 수상한 영광의 얼굴들. 왼쪽부터 시인 이근배(문학), 중국 소설가 모옌(문학), 스리랑카 헤티아랏치 교수(실천), 그리고 네팔 국기를 흔드는 아누라다 코이랄라 마이티네팔 이사장(평화).

이날 오후 4시부터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만해대상 시상식. 실천부문 수상자인 스리랑카 불교·고고학자 시리세나 반다 헤티아랏치는 만해의 ‘조선독립의 서’를 인용해 자신의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날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인 아누라다 코이랄라 ‘마이티 네팔’ 재단 이사장은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만해대상 수상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근배 시인은 “만해시를 독송하고 또 독송하며 높은 뫼, 너른 물가에 떨어지는 한 방울 이슬, 한 톨의 돌멩이가 되고자 마음을 닦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크게보기
만해대상 시상식이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각각 축사와 대회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가운데, (강원도에서 열리는) 만해축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백담사 만해마을과 함께 만해축전의 양대 중심축 중 하나인 인제읍 하늘내린센터 외벽에는 만해의 초상을 배경으로 그의 시 ‘나룻배와 행인’을 쓴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렸다. 가족, 친구와 함께 온 방문객들은 시구를 곱씹어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하늘 위에는 꽃을 문 비둘기 그림을 달아맨 대형 애드벌룬이 떠올라, 올해 만해축전의 주제인 '평화, 소통'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만해마을과 하늘내린센터에서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화해와 소통의 양상’(한국불교문인협회), ‘아시아문학의 평화지향성’(창작21작가회의) 등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됐고, 특히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회로 급부상한 ‘제9회 님의 침묵 서예대전’과 ‘전국 고교생 백일장’ 등 10여건의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이어졌다.

11일 입교한 만해시인학교에도 60여명이 참가해 신달자, 심재상, 유홍준, 이병률 등 시인들의 열띤 강의를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