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정법결사 '법림'의 두번째 법회가 8월 4일 2백여 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성료됐다. 사진은 청법례 의식. 사진=김진호 기자

재가선지식을 스승으로 삼고 오직 정법만을 추구한다는 모토로 지난 7월 7일 첫 대중법회를 열며 출범한 ‘신대승 정법결사 법림(法林)’의 두 번째 대중법회가 지난 8월 4일 오후 7시 ‘죽음’을 주제로 봉행됐다.

휴가철에 빗줄기가 쏟아지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날 법회에는 200여 명이 넘는 불자들이 동참, 정법에 대한 뜨거운 갈구를 입증시켰다.

다섯 번의 타종과 함께 시작된 법림 대중법회는 동영상 상영과 대금 공연 등 새롭고 신선한 형식의 법회 프로그램과 스승 적연 이제열 법사의 정법의 요체를 꿰뚫는 법문으로 시종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만남’을 주제로 봉행된 제1회 대중법회와 마찬가지로 대구와 부산, 순천과 광주 등지에서도 법림 법회 참석을 위해 상경한 불자들도 있었다.

크게보기
'죽음'을 주제로 열린 법림법회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 스승 적연 이제열 법사.

크게보기
향, 차, 꽃 공양을 올리는 법림의 불자들.

“부처님께서 출가한 이유도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부처님은 모든 것을 갖춘 분이었지만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를 결행한 것이다. 부처님은 마침내 선정에 들어 대각을 성취함으로써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셨다. 우리 불자들도 부처님께서 해결하신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공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주 설법을 들어야 하고, 수행을 해야 한다.”

이제열 법사의 법문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 불자들은 메모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특히 천도재 열풍에 휩쓸려 본질을 잃고 방편에 헤매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한 강한 질타를 하거나, 통곡하거나 슬퍼하고 집착하는 비불교적 죽음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역설에 큰 동감을 나타냈다.

크게보기
스승 이제열 법사의 설법을 경청하고 있는 법림 불자들.

크게보기
설법이 끝난 후 국악인 이동명 대금연주가의 멋들어진 시연이 있었다.

법문에 이은 즉문즉답(卽問卽答)은 역시 법림 대중법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죽음의 문화를 바꿔 세상을 마치는 이에게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야 하며, 밝고 긍정적인 기억을 불러 일으켜주어야 한다는 죽음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 마지막 순간의 삼홀식과 재생연결식에 대한 해박하고도 심오한 원리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법회는 점점 절정으로 달려갔다.

“육근육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환(幻)이며, 그것을 인식하는 나(오온)도 환(幻)인데 어떻게 환으로써 환을 벗어날 수 있느냐? 즉 원하지 않는 환을 가지고 있는데 이 환으로 다른 환을 제거할 수 있는지 헷갈린다. 혼란스럽다. 알려달라”는 한 젊은 재가 수행자의 고민어린 질문에 대해 이제열 법사는 정법에 의거한 정연한 논리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모든 것이 환과 같다는 가르침은 주로 원각경에 나오는 것인데, 경에서는 몸과 마음을 환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환이란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모든 것은 실체가 없다, 모든 것은 실체가 아니다. 모두가 의지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의지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모든 존재의 공통적인 법칙이다. 그러므로 자체 성품이 없고 실재가 아니며 실체가 없는 것이다.”

마치 이 질문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적연 이제열 법사의 설명에 대중들은 누구랄 것 없이 빠져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알고 고정화시킨다. 이런 고정화 시키는 것은 우리들의 망령된 마음, 즉 식이 만드는 것이다. 식은 망념, 즉 망령된 마음이다. 삼라만상의 주체로서 마음인데, 과연 이 마음이 실재하느냐? 실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환이다. 그런데 마음도 환이면서, 마음이 만드는 대상세계도 환인데 어떻게 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일체가 환인데, 어떻게 환을 벗어나는가? 그 답은 환 같은 방편을 통해서 환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환 같은 방편이 사마타와 위빠사나이다. 그 원리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작대기의 예를 들겠다. 여기 작대기가 있다고 하자. 이 작대기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바다에 던져버린다고 없어지나?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방법이 있다면 작대기와 작대기를 서로 문질러 마찰로 불을 일으켜 태워버리는 방법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환을 없애기 위해 환같은 방편을 만들어야 한다.”

크게보기
즉문즉답 시간에 질문을 하고 있는 젊은 불자.

크게보기
이제열 법사의 법문에 불자들이 합장을 하며 적극적인 공감과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법회 대중들의 표정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호흡도 멎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제가 불자들에게 공관법, 즉 범소유상 개시허망을 늘 참구하는 수행법을 지도한다. 어떤 마음이 일어날 때, 바로 개시허망을 하라고 한다. 내가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킬 때, 그 마음이 환상과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면 미워하는 마음도 환임을 알게 된다. 환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대자유의 삶, 대긍정의 삶, 큰 행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지만, 발원문을 마치고 법회장을 빠져나오는 불자들의 표정엔 행복이 넘쳐흘렀다.

법림의 3번 째 법회는 오는 9월 1일(매월 첫째주 목요일) 저녁 7시 마포 다보빌딩(불교방송) 3층 다보원에서 ‘환희(歡喜)’를 주제로 열린다. 문의:02)737-8227
크게보기
시종 매끄러운 진행과 집전솜씨를 보여준 법림법회 진행자 성천 거사

크게보기
법림법회는 동영상과 문화공연, 그리고 한 가지 주제로 통일된 프로그램 진행으로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 등 법회문화의 변화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