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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종교의 미래는 있는가<br>불교는 과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나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1-08-03 (수) 11:05

종교와 과학, 과학과 종교는 만날 수 없는 것일까?

불교 지식의 보고 고려 대장경의 전산화를 지휘하는 종림 스님(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불교와 과학의 관계를 오랫동안 고찰해 온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진화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종교에 비판의 메스를 대 온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불교와 과학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다.

봉은사는 (주)사이언스북스와 함께 ‘불교와 과학의 대화’ 특별기획 연속강연을 8월 4일부터 9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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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은 지난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살인 테러가 발생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며 준비됐다. 유럽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을 내쫓고, 페미니즘과 다문화주의를 추방함으로써 유럽 기독교 문화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근본주의자가 저지른 테러, 즉 21세기 두 번째 10년이 시작된 해에 십자군과 성전 기사단이 부활한 꼴을 목도하면서 종교의 갈등, 특히 과학이 종교 논쟁의 영역에 뛰어든 지난 10여 년간의 흐름을 정리할 필요성이 요구된 데에 착안했다.

10년 전인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 세계는 종교의 갈등에 대해 토론해 왔다. 철학자와 종교학자 그리고 신학자 들은 물론이고, 리처드 도킨스 같은 진화 생물학자에서 대니얼 데닛 같은 인지 철학자까지 진화 심리학, 뇌과학, 분자 생물학, 동물 행동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연 과학자들이 종교 관련 논쟁에 뛰어든 것이 최근 10년간 이뤄진 종교 논쟁의 특징이었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은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종교 관련 도서의 출간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종교 관련 서적이 출간되었는데, 그중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종교 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는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에서 전개된 종교 대 과학 논쟁의 흐름을 정리하고, 그 논쟁의 핵심을 짚어, 국내의 종교 대 과학 논쟁의 깊이를 더욱 심화시킨 책으로 평가받았다.

목사이자 신학자인 신재식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종교학자인 김윤성 한신대학교 교수, 진화 생물학자인 장대익 서울대학교 교수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한데 엮은 이 책에서 저자들은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대니얼 데닛처럼 종교에 대한 과학적 비판을 주도하는 자연 과학계의 학자들에서 틸리히와 엘리아데까지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옹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애써 온 신학자와 인문, 사회과학자 들에 이르기까지 20세기의 지성사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논쟁을 펼친다.

<종교 전쟁>은 언론과 서점 등에서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지만, 동시에 기독교와 서구의 논의에 제한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9·11 테러 이후 종교 대 과학 논쟁이 기독교와 이슬람 같은 일신교를 중심으로 전개된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종교와 과학의 대화가 그만큼 깊지 않은 데에도 일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주)사이언스북스와 조계종 봉은사는 함께 한국 사회의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보다 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불교와 과학의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대장경 디지털 사업의 기획자이자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이사장인 종림 스님과, 불교와 과학의 관계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심도 있게 고찰해 온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진화 철학의 관점에서 서구 일신교에 과학의 메스를 대 온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그리고 사회자로 한국 종교학계 젊은 학자인 김윤성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가 참여해 자신의 평생 공부와 연구를 바탕으로 불교와 과학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튼다.

불교와 과학, 깨달음과 지적 욕구, 신앙과 앎이 뜨겁게 충돌하는 대화의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연은 8월 4일부터 9월 8일까지 전5회 이루어지며, 강연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이고, 장소는 봉은사 봉은선원(수련원) 강의실(서울 강남구 삼성동 73번지)이다.

강연일정은 8월 4일 ‘첫 번째 화두: 왜 과학과 불교인가?’를 주제로 ‘왜 과학과 불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가?’(장대익), ‘과학 시대에 있어서 불교는 무엇인가?’(우희종) 두 강연이 진행된다.

장대익 교수의 강연은 왜 과학과 불교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서구나 한국 사회 일각에서 진행되는 기독교에 기반한 과학과 종교 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불교와 과학 논의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전망한다.

우희종 교수의 강연은 불교도라는 것이 과학자로서의 삶과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개인적인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소개하는 꼭지다. 기독교적인 토대에서 논의된 종교와 과학의 관계된 논의를 불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논의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강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1일 강연은 ‘두 번째 화두: 불교가 과학에게 바라는 것들’을 주제로 ‘불교인은 과학을 어떻게 보는가?’(종림 스님), ‘과학과 불교는 만날 수 있는가?’(우희종)의 강연이 진행된다.

종림 스님의 강연은 근대 과학이 맹위를 떨치는 시대에 출가를 해 깨달음의 길에 정진해 왔고, 대장경의 디지털화라는 과학과 종교가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해 온 스님으로서 기존 불교계가 과학을 어떻게 봐 왔는지, 그리고 현재 불교는 과학에 무엇을 바라는지, 과학과 불교의 관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자리다.

우희종 교수의 강연은 양자 역학에서 신경과학, 복잡계 과학까지, 티베트 불교에서 선불교까지 과학의 제분야와 종교의 제분파가 교차하고 있는 국내외의 불교와 과학 관련 논의를 장단점을 소개하고, 생명 과학의 연구자로서 불교와 과학의 바람직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 논의한다.

8월 18일 강연은 ‘세 번째 화두: 과학이 불교에 바라는 것들’을 주제로 ‘과학과 불교의 통섭은 가능한가?’(장대익), ‘불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종림 스님)이 진행된다.

장대익 교수의 강연은 불교와 과학의 관계를 다룬 국내외 논의들을 개괄하고, 그 문제점을 짚는다. 서구 진화 생물학계/무신론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학과 종교 관련 논의를 불교와 과학 관련 논의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불교와 과학의 관계 대한 비판적 논의의 실마리를 마련한다. (강연 4에 대한 비판적 논의 포함)

종림 스님의 강연은 일반인, 또는 비불교신자들이 불교에 대해 가지게 되는 중요한 오해들이 무엇인지 짚어 보고, 기존의 불교계에서는 이 오해를 어떤 식으로 풀어 왔는지를 개관. 그리고 기존의 오해와 이에 대한 이해가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검토한다.

9월 1일 강연은 ‘네 번째 화두: 과학과 불교, 한국적 맥락’을 주제로 ‘과학 논쟁과 한국 불교’(우희종), ‘불교계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았나’(종림 스님)이 이어진다.

우희종 교수는 황우석 전 교수 사건과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 논쟁에서도 과학자적 의견을 소신 있게 밝혔던 자신의 체험기를 중심으로 불교계가 과학을 어떻게 보는지, 생명 윤리를 어떻게 보는지 해부한다.

종림 스님은 전통적인 불교 교리에 근거했을 때,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과학적 쟁점들, 원자력, 생명 공학, 환경 파괴 등에 대해 불교는 어떻게 보는지 개관한다.

9월 8일 마지막 강연은 ‘다섯 번째 화두: 불교에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연속 강연을 마무리하며 불교와 과학의 미래를 두고 세 강연자가 모두 참석해 종합토론을 벌인다.

‘불교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장대익), ‘문화로서의 과학과 시대정신으로서의 불교’(우희종), ‘과학의 앎과 불교의 깨달음’(종림 스님)이 세 강의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