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를 위한 물자지원 등 그동안 추진해왔던 인도적 차원의 단순한 대북지원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과 북의 실질적인 이해와 소통을 위해 마련된 이번 사진전은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이하 민추본)와 협력해 추진된 남북간 협력사업으로 불교계가 이뤄낸 커다란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될 사진들은 봉은사와 민추본이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및 민족화해협력협의회와 협의해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년여의 기간에 걸쳐 촬영한 것으로, 북한 전역에 산재한 59곳의 현존 사찰 및 폐사지 6곳의 전각과 유물 사진 6,300여점 중에서 60여점을 엄선한 것이다.

그 동안 남쪽에 소개된 북한 사찰 모습은 북한에서 출간된 <조선의 유적유물도감>(편찬위원회, 2001), <조선의 절 안내>(조선문화보존사, 2003)에 실려 있는 것으로 대부분 1990년대에 촬영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북한사찰의 최신 사진들로 이뤄져 있어 전각, 불화, 불상, 단청, 비석 등 북한사찰에 있는 다양한 건축 구조물들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녘 사찰 사진 전시회를 기획한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은 “이번 전시회가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작은 가교역할이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인도적 사업과 함께 종단차원에서 진행하는 남북 불교교류 사업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은사와 민추본에서는 사진전에 전시될 작품을 포함한 총 6,300여점을 지역별로 분류해 ‘북한의 전통사찰(도서출판 양사재 刊, 10권 1질)’ 도록을 발간했으며, ‘분단 65년, 북녘의 불교문화 유산 사진전’은 이번 국회의원 회관 전시를 시작으로 조계종 총무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봉은사 등에서 순회 전시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번 전시에 출품될 주요 사진과 이에 대한 설명과 북한 전통사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이다.

크게보기
양화사 대웅전 내부

양화사<<STRONG>위 사진>는 평안북도 태천군 상단리 향적산에 자리하며, 보국사라고도 한다. 발해 시대인 872년에 창건되었고, 992년과 1461년에도 중건되었다. 서북 지방에서 보현사에 다음 가는 큰 가람으로 꼽혔고, 현재 국보 문화유물 제55호로 지정되었다. 경내에는 산문인 해탈문과 천왕문, 그리고 금당인 대웅전과 봉축전․노전(爐殿)이 있다.

대웅전은 높다랗게 쌓은 기단 위에 세워졌다. 외부는 기둥의 무게를 받치는 공포들이 화려한 조각장식을 한껏 베풀었고, 다른 여러 부재들도 구름무늬와 연꽃, 용 등 갖가지 무늬로 장식했다. 내부는 불단 위에 삼존불상이 봉안되었고, 코끼리․사자 등의 벽화가 벽에 가득하다. 천장은 뒤쪽은 우물천장, 앞쪽은 빗천장으로 다르게 처리한 것이 눈에 띤다. 빗천장에는 무악도(舞樂圖)가 능숙한 솜씨로 그려져 있다.

크게보기
성불사 5층석탑

이 오층석탑<<STRONG>위 사진은 성불사 5층석탑>은 고려시대 것으로 국보급 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었다. 총 높이 4.22미터로, 지대석 위에 상․하의 2층 기단을 두었고 탑신은 사각형이다. 상․하 기단에는 각각 모서리 기둥을 새겼고 탑신은 위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줄어들었다. 옥개석은 낙수면이 밑으로 기울어지다가 추녀 끝이 살짝 위로 올라가 경쾌한 느낌을 준다. 상륜부는 간략히 보주만으로 장식했고, 옥개석은 파손된 부분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간결한 모습이다.

나옹 스님이 중창할 때 성불사를 비롯하여 부속암자에 15기의 석탑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 오층석탑도 그것과 관련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극락전 앞에 있지만 본래는 명부전 앞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크게보기
월정사 만세루

월정사<<STRONG>위 사진은 만세루>는 황해남도 안악군 월정리 구월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아사봉 동쪽 절골에 자리한다. 구월산은 경치가 빼어나 ‘서해의 금강’으로 불렸으며, 특히 9월 단풍이 아름다워 구월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단군에 얽힌 설화가 많아 삼신(환인․환웅․환검)을 모신 삼성사(三聖祠)도 있다. 월정사는 구월산에서 유일하게 남은 현존 사찰로 국보 문화유물 제75호로 지정되었다.

누각인 만세루는 앞면 5칸, 옆면 2칸이다. 1.2미터의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마루를 깔았으며, 단청은 모로단청으로 장식했다. 천장에는 흔히 나오는 불보살이나 용․봉황 같은 그림이 아니라, 천인․동자 그리고 연꽃과 구름 등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 이채롭다. 조선시대 초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건물이다.

크게보기
용흥사 대웅보전 내부.

*북한의 전통사찰 이해

북한의 불교와 사찰

1950년 6․25전쟁 이후 남북이 분단되고 교류가 단절되고 북한 지역에 관한 정보 전달도 막히면서 북측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궁금증은 컸었다. 불교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여서, 신앙 활동은 물론이고 분단 직전 전통사찰들의 모습이 과연 지금까지 어떠한 상황에서 얼마나 제대로 유지되어 왔을지 우리들이 알고 싶은 것은 많았다. 전쟁 직후 북한에서는 한동안 종교 활동이 금지된 적이 있었고, 1990년대에 들어와 남북 불교가 교류의 양상을 띠기 전까지 북한에서는 사찰이 운영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러한 궁금증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동안 북한 측이 전통사찰이나 사찰 문화재의 현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은 아니었다. 6․25전쟁 직후 종교 활동이 금지된 상황 아래서도, 다소 원론적인 입장에 그친 듯한 느낌도 크지만, 북한 당국은 불교가 한반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종교이기 때문에 전통문화적 측면에서 사찰․불상․불경 등에 대한 보존과 복원을 강조하고 있기는 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치와 이념과는 별개로 각종 출판물을 통해 나름대로 불교와 전통사찰에 대한 정보를 전하려고 했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불교사찰>(북한 조선불교도연맹, 1989년), <불교도들의 참다운 삶>(2001년), <조선의 절 안내>(조선문화보존사, 2003년), <조선중앙연감> 등이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쪽에서도 비록 정보 획득과 수집의 제한은 컸지만 불한 불교의 여러 양상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북한사찰연구>(한국불교종단협의회․사찰문화연구원, 1993년), <북한불교연구>(법타, 2000년), <북한문화재 해설집>(국립문화재연구소, 2007년), <북한의 사찰>(대한불교진흥원, 2009년), <오늘의 북한불교>(장용철, 2009년) 등의 출판물이 나와 북한 지역 사찰에 대한 궁금증을 덜어주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찰은 지금 남한지역에 있는 것만 해도 수 만 개 이상이 될 것으로 헤아려 질 뿐, 그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북한 지역의 사찰은, 역사적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이래 국토 전체에 불교가 골고루 퍼지고 사찰이 세워졌으니 당연히 북한 지역에도 남한 지역만큼의 사찰이 있어 왔겠지만, 그 정확한 숫자는 역시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역사적 기록에 의거해서 북한 지역에 있었던 사찰의 수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1530년에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편찬한 전국의 지리서인 <신동국여지승람(新東國輿地勝覽)> ‘불우조(佛宇條)’에 북한 지방의 사찰은 경기도 33개, 강원도 52개, 황해도 210개, 평안도 201개, 함경도 71개 등 모두 571개의 사찰이 등재되어 있다. 물론 여기에 당시 폐사찰은 포함되지 않았고, 또 이 지역들이 지금의 북한과 지리적으로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대략 북한 지역에 어느 정도의 사찰이 있었던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조선시대를 거쳐 불교는 극심한 탄압을 받았고, 여기에다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과 잇단 정유재란 그리고 병자호란 같은 국가적 위기를 잇달아 맞으면서 많은 사찰이 없어지게 되었다. 북한 지역의 사찰도 마찬가지였다. 1939년 조선총독부 학무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30개, 강원도 56개, 황해도 124개, 평안도 87개, 함경도 106개 등 전부 403개로 집계되어 조선시대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줄어있었다. 8개의 대본산은 패엽사(貝葉寺, 황해남도), 성불사(成佛寺, 황해북도), 영명사(永明寺, 평양시), 법흥사(法興寺, 평안남도), 보현사(普賢寺, 평안북도), 유점사(楡岾寺, 강원도), 귀주사(歸州寺, 함경남도), 석왕사(釋王寺, 강원도) 등이다. 이 중 오늘날까지 현존하는 사찰들은 성불사, 법흥사, 보현사, 귀주사 등이며, 패엽사, 영명사, 유점사, 석왕사 등은 6․25전쟁을 거치면서 폐사되거나 사찰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알려졌다.

해방 이후 북한 사찰의 변화

1945년 분단 이후 북한에서는 신앙 활동을 금지시킨 북한 당국의 정책과 6․25전쟁 및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인해 그 수는 더욱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1945년 북한의 <조선중앙연감>에는 분단 직후까지 북한에는 8개의 대본산과 400여 개의 말사가 그대로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신도 수는 37만 5,000명, 승려 수는 1,600여 명이다. 1950년 <조선중앙연감>에도 신도 수 37만 5,438명으로, 5년 전에 비해 신도 수 등록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승려는 732명으로 나와 있어 그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크게 준 것이 눈에 띤다. 이로부터 45여 년이 지난 1990년의 북한의 공식통계자료 <문화공보 연감>에 따르면 사찰은 60여 개, 승려 수는 약 300명, 신도 수는 1만 여명으로 인 것으로 나온다. 해방 직후에 비해 많은 사찰이 없어지고 신도도 급감했음을 알 수 있는데, 6․25전쟁 직후 발효된 종교 활동 금지령으로 인해 불교가 상당히 위축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지역 사찰의 자세한 모습이 베일에 가려 있다 보니 최근까지 몇 개의 전통 사찰이 어느 만큼의 상태로 보존되어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6․25전쟁 이후 북한 지역의 사찰들은 스님들이 사찰에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을 하며, 조선불교도연맹이라는 승단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스님이 사찰에서 수행활동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신분의 하나로 인정되었고, 또 법회 등 사찰의 의례와 복장 등에서도 북한의 불교 신앙 활동은 분명 우리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왔다. 그래서 북한의 현존 사찰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찰에 대한 정의를 조금 다르게 적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북한 현존사찰의 기준을 도량 안에 불보살상이 안치되어 있어야 하며, 최소한 그곳을 지키거나 왕래하는 성직자와 신도들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북한에 현존하는 사찰은 2009년 현재 대략 60∼70개 사찰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북한의 조선문화재보존사․조선불교도연맹 등의 자료를 종합해 2009년 현재 총 66개 사찰이라든지, 65개인데 미확인 된 곳을 포함하면 70개 정도에 이른다든지 하며 연구자와 책자마다 그 정확한 수의 집계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통계는 최근 <북한의 전통사찰>을 통해서 좀 더 정확하고 분명한 숫자로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전통사찰>을 통해 본 북한의 사찰

봉은사는 2009년에서 2010년에 걸쳐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함께 북한 전역에 있는 사찰과 암자, 폐사지 등을 북측의 조선문화보존사를 통해 조사 촬영했고, 이 사진들은 2011년 <북한의 전통사찰>로 출판되었다. 이로써 북한에 현존하는 사찰 및 암자 수가 집계될 수 있었는데, 여기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59개 전통사찰이 법등을 밝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59개 사찰은, 숫자로만 보면 1990년 북한의 연감에 등재된 사찰 수와 비교할 때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2003년 9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 등 남북간 교류 활성화에 힘입어 일반인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문화의 보고인 사찰에 대한 관심과 보존의식도 아울러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북한 지역에 새로 창건되는 사찰도 생길 것이고, 또 절터만 전하는 기존의 명찰을 복원하는 일도 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지금 북한의 사찰은 한창 변화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며, 이번의 <북한의 전통사찰> 사진 전시회는 같은 민족으로서의 우리들의 관심과 보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북한 사찰 지역 문화재 보존과 전승을 위한 남북 불교계의 노력

그 간 우리 불교계에서는 북한의 사찰과 문화재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었다. 남북이 본격적으로 대화의 장을 열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되었던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었고, 불교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불한 불교계와 사찰에 대한 지원 사업을 펼쳐나갔다. 2004년 이후 지속되었던 조계종의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 2002년 천태종의 개성 영통사 복원불사 등은 그 중 대표적인 성과였다. 이들은 분단체제 아래에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을 위한 가장 순수하고 상징적인 종교교류협력 사업으로 기록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2003년에는 조계종에서 북의 조선불교도연맹과 함께 북한에 있는 모든 사찰에 전통 단청무늬를 입히기로 협의하고, 그 첫 사업으로 평양시 법운암을 남북 공동으로 단청했던 것도 남북 불교의 교류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불사였다.

북한의 전통사찰과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전역의 사찰과 암자, 절터 등의 현황 파악이 급선무일 것이다. 최근 봉은사가 펴낸 <북한의 전통사찰>은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사찰의 문화재

북한의 전통 사찰은 상당수 국보유적‧보존유적 등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우리의 사적(史蹟)과 기념물 비슷한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또 불상․탱화․탑파․공예 등 각종 사찰문화재의 분류 역시 대체로 남한 측의 그것과 비슷하다.

1945년 8․15해방 이후 북한 사찰의 문화재와 재산은 대부분 당국에 몰수되었다고 한다. 1946년 3월 5일부터 실시된 토지개혁 때 종교단체가 소유한 토지 15,195정보가 무상 몰수되었으며 이런 와중에 불교 문화재도 특별한 보호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뒤 1946년 4월 29일 북조선인민위원회에서 ‘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을 공포하여 사찰 및 불교유적을 보물과 고적으로 간주됨으로써 비로소 공식적인 보존의 손길을 받울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1966년 10월 조선노동당대표자회의에서 전쟁 중 파괴된 사찰이나 문화재를 보존하는 정책을 펴기로 결의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불교 및 사찰을 종교로써가 아닌 문화 사업으로 전환했다고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은 종교용어 사용금지의 완화 등 종교에 대해 유화책을 펴고 있다. 구(舊)헌법 제54조에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 것과는 달리 신헌법 제68조에서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사찰과 불교문화재는 어느 정도 관심과 보호를 받고 있고,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 같다. 하지만 경제와 문화 면 등 여러 가지 여건 상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해서는 남한의 관심과 지원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지정 불교문화재는 2009년 현재 국보급 문화재 19점, 보물급 문화재 35점, 사적 4점 등을 포함해서 60점 정도다. 우리도 1971년 3월 1일에 문화공보부에서 ‘북한소재 문화재’를 지정했었다. 이때 불교문화재로 총 18점이 들어 있었는데 현재 북한의 국보급‧보물급 문화재에 대부분 포함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북한 지역 불교문화재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늘면서 문화재 지정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건축은 갖가지 전란과 6‧25전쟁을 거쳤음에도 중요한 작품이 많이 전한다. 물론 보현사처럼 6‧25전쟁 때 모든 건물이 다 불타 없어진 곳도 많지만 이 중 상당수 전통사찰에서 여러 건물들이 옛 모습대로 복원되었다. 북한에서는 지정 불교문화재 상당수가 ‘국보급 문화재 제31호 성불사’처럼, 특정 건물이 아니라 그 건물을 포함하여 해당 사찰 전체가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복원되었을 경우 특정 건물 자체보다는 그 사찰의 역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러다 보니 문화재 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전체보다는 하나하나에 대한 세심한 보존의 손길이 다소 미흡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보급으로는 박천 심원사 보광전(21호), 보현사 관음전(22호), 연탄 심원사 보광전(23호), 성불사 응진전(31호), 석왕사 응진당(43호) 등, 보물급으로는 천주사 보광전(17호), 월정사 극락보전(28호), 관음사 대웅전(33호) 등이 조선시대 초중기의 건축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불상으로는 묘길상암 마애불(국보급 문화재 제46호)과 삼불암 아미타 삼존불(보물급 문화재 제41호) 등 단 2점만 지정되어 있어 불상에 대한 중요성이 다소 낮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정 문화재 외로는, 북한의 불상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금강산 지역이다. 특히 내강리나 온정곡에서 발견된 소형 금동불들은 대부분 삼존불 형식인데 남한에서는 흔치 않게 아미타본존에 지장과 관음보살이 협시하는 형식이 많고, 상호나 보살의 보관 등에서도 특이한 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평안남도 평원군 덕산면 원오리에서 발견된 다수의 소조불상(여래좌상 204편, 보살입상 108편)들은 고구려의 작품으로 불교미술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그밖에 유점사 53불상, 그리고 불상이 아닌 광배뿐이기는 하지만 영강7년명 광배 역시 고구려 불상의 양식뿐만 아니라 당시 신앙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불탑은 현재 북한에 53기의 석탑이 원형을 지니고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성불사 오층석탑이 국보급 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어 있는 것을 비롯해서 약 20점이 국보급‧보물급 문화재로 보호되고 있다. 불교미술 중에는 가장 많이 지정된 셈이다. 장상렬의 <탑(탑파)>(󰡔역사과학󰡕 제3호, 1987년, 과학백과사전출판사)에는 탑을 ‘우리 선조들의 예술적 재능과 기술, 슬기를 자랑하는 귀중한 민족적 재보’로 표현하고 있어 탑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남한에서는 불교미술의 핵심 중 하나가 불화이지만, 현재 북한 사찰에서는 그 만큼 많이 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전란의 영향도 클 것이고, 또 그림은 다른 문화재와 달리 특히 보존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인데 아마도 그런 면에서 전승이 많이 되지 못한 것 같다. 후불탱화의 경우 불상 뒤편에 걸리는 그림인데, 사진을 보면 불상과 불화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