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스님의 예술세계와 부처님의 수인을 통해 전해지는 불교사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또한 사진과 더불어 우리나라 유명 시인들이 사진을 통해 전해진 감상을 문학적으로 해석에 시로 표현한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내옥)은 기획특별전 ‘부처님의 손’을 오는 8월 9일(화)부터 9월 13일(화)까지 개최한다.

이번 기획특별전은 사진작가인 관조 스님(1943-2006)의 유작 중 엄선된 20점을 통해 우리문화의 근간인 불교문화재에 담긴 아름다움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동시에 부처님의 손에 담긴 미학적 가치를 문인들의 글을 통해 재해석하여 불교문화재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느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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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남산 약수골의 마애여래입상의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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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굴불사 약사여래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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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신복사지 석조여래좌상의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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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 본존불의 수인. 백제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마애불이다.

관조 스님은 사진예술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전파하고자 노력하였던 승려 사진작가로 <승가(1980)>, <한줄기 빛>, <사찰꽃살문>, <님의 풍경>, <사천왕>등 20여 권의 사진집을 출간하였으며, 이 중『사찰꽃살문』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처님의 손’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 약사여래좌상을 비롯하여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강릉 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불보살의 수인을 촬영한 작품 가운데에서 20점이다. 아울러 전시된 사진작품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우리나라 대표 시인 20명의 시도 함께 전시된다. 이들을 모아 관조 스님 행장, 불상수인 해설 원고 등을 덧붙여 50페이지 분량의 작품집을 발간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관조 스님 사진 전시를 통해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걸친 우리나라 불교 수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관조 스님이 추구했던 ‘사소하고 작은 것을 통해 전체를 보고자 한 화엄세계(一微塵中含十方)’ 정신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과거 유물의 정신을 현대 시인들의 화두와 같은 시를 붙임으로써 관람객들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이색 전시인 셈이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특별법회를 하고, 참여한 시인은 강은교, 김광규, 김기택, 김명인, 김용택, 도종환, 문인수, 문정희, 안도현, 오세영, 오탁번, 유안진, 윤금초, 이근배, 이문재, 이상국, 이영춘, 정현종, 허만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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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상징의 최고 경지, 부처님의 손

왜 “부처님의 손”인가?
석가모니불은 8만4천의 무수한 설법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설한 바가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러한 역설의 의미는, 석가모니불의 깨달음의 경지가 지극히 오묘한 것이어서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8만4천의 무수한 법문도 하나의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불교 역사상 방대한 대승경전이 출간된 데 이어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표방한 선종이 발전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을 반영한 것이다.

불상조각도 불교 진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부처님의 심오한 진리를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조각은 언어보다 훨씬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님의 진리는 오로지 손〔手印〕을 통해 표현되고 전달된다. 한 손으로 땅을 다른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탄생불의 수인은 생명의 존엄성을 선언한 것이고, 결가부좌한 상태에서 오른손을 무릎 밑으로 내려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은 깨달음 직전 악마들의 강한 유혹에 대한 굳센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 모든 원을 들어준다는 여원인 등 중생구제의 뜻 또한 부처님의 손으로 표현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손의 작은 움직임이 광대무변한 우주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우리의 몸과 우주가 둘이 아니어서, 몸이 우주고 법계이기 때문이다.

화엄의 세계를 꿰뚫어 본 관조스님의 사진 “부처님의 손”
관조스님(1943-2006)은 젊은 나이에 해인사 승가대학 제7대 강주를 역임했을 정도로 학식을 갖추었으나, 이후 범어사에 주석하며 참선에 정진하는 등 평생 수행에만 일관해 오신 분이다. 한편 사진영상을 통해 불법을 장엄하고 그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별원을 세워, 일반 사진작가들이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였다. 특히 관조스님의 사진은 작고 하찮은 미물이나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을 순간에 담아 커다란 우주적 관심으로 확장시켜 나아갔다. 작은 티끌 하나 속에 전 우주가 담겨 있다는 화엄사상을 사진작품에 구현하였고, 작품 하나하나에는 깊은 불교 철학적 사색을 담아낸 것이다. 관조스님의 이러한 안목과 경지는 이번 “부처님의 손” 특별전을 통해서 관람객들에게 뜻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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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스님 행장은?
하늘은 푸르러 더욱 맑고 바람은 불어 차가운 늦가을, 관조당성국대선사觀照堂 性國大禪師께서 홀연히 눈을 감고 깊은 원적圓寂에 들었다. 때는 2006년 11월 20일이니, 스님의 세수는 64세요, 법랍은 47세다. 편치 않으시다는 전갈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늘이 스님의 목숨을 바람처럼 앗아갔다.

스님의 속성은 고성이씨固城李氏로, 1943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하였다. 14세의 어린 나이로 출가하여 18세에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으로부터 성국性國이라는 법명으로 수계하였고, 은사이신 지효스님으로부터 관조觀照라는 법호를 받았다. 29세에 합천 해인사 승가대학 제7대 강주를 역임하고, 이어 30대 초반 범어사 교무국장과 총무국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후 평생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했다. 따라서 스님께서 도달하신 그 깨달음의 경지는 누구도 감히 쉽게 엿볼 수 없게 되었다.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스님은 어려서부터 사서삼경을 수학하고, 출가해서는 강원에서 경전과 어록을 번역하며 강학에 힘썼다. 그러나 학식이 높아갈수록 그 언설의 번쇄함을 깨달고, 마당 쓸고 차 마시는 그 가운데 부처님의 참된 진리가 있음을 체득하게 되었다. 스님께서 만년에 이제 모든 것을 다 잊었다고 하신 말씀이 바로 그것이니, 스님의 말씀은 간략하고 거동은 가볍게 날아오르는 듯 소요逍遙했다.

모든 것이 변하는 가운데 불법의 진리는 장구한 세월동안 그 깊이를 더욱 도탑게 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방편으로써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번성해 왔다. 그런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진리를 설파하여 불교를 일으킨 지 이천 년이 넘었지만, 현대와 같이 급격하고 광범한 변화의 물결이 사회를 뒤덮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래서 뜻있는 이들은 오늘날의 불교가 과연 그 진리를 현대적 방법으로 잘 전하고 있는가 하는 데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러한 때에 우리 스님은 지금과 미래가 영상映像의 시대가 될 것임을 간파하고, 사진예술을 스스로 연구하고 깊이 자득自得하여 부처님의 진리와 연결하였다. 이렇게 해서 스님이 사진으로 표현해낸 모든 사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거기에 불성佛性이 담겨 있음을 느끼고 묘오妙悟를 감지하게 하였다.

스님의 사진을 보고 감탄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갔다. 1980년 첫 영상집 <승가>를 낸 데 이어서 <열반>, <이끼와 바위>,<자연>,<수미단>,<꽃문>,<대웅전>,<생멸 그리고 윤회>,<불단장엄>,<경주남산>,<사찰벽화>,<한줄기 빛>,<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사찰꽃살문>,<님의 풍경>,<명묵의 건축>,<사천왕>,<깨우침의 빛> 등을 출간하였다. 그 가운데 <사찰꽃살문>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조직위원회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진집은 장인의 소박한 심성의 손끝으로 표현된 불법의 장엄을 스님의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낸 작품들이다. 시시하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이렇게 스님의 안목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다니 놀라울 뿐이다.

바람 소리, 눈 덮인 고요, 나뭇잎에 내리는 빗물에서 스님이 보신 것은 무엇일까? 스님은 작품에 대해 언급하거나 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줄기 빛>에 대해서는 더없는 애정을 가지시는 듯했다. 거기에 표현된 자연에는 심오한 불교 철학적 사색이 담겨 있으며, 강가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한 선미禪味를 머금고 있다. 스님께서는 일찍이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한 ‘금강경’의 말과 같이, 깨달음의 순간을 낚아채 사진에 담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스님의 영상에는 어떤 조그마한 삿된 기운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하다. 그리고 어떤 힘도 들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방하放下 그 자체였다. 이제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미혹한 중생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일깨워 줄 이 누구이며 알아듣기 쉽게 설법해 줄 이 누구일까 생각하면, 오로지 슬픔이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를 뿐이다.

스님은 어떤 직임도 없이 또 항상 홀로 담담했다. 그런데 영결식에 스님을 애도하기 위해 구름같이 모인 선지식과 군중을 보고 스님께서 미친 교화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님이 베푸신 자비의 무한함을 느끼게 하였다. 눈을 감으면 스님의 다정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고, 눈을 뜨면 스님의 자애로운 미소가 선하게 떠오른다. 스님과 함께한 시절을 회고해보니 아름다웠다는 생각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스님같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하니 또한 슬프다.

스님은 가시는 길에 그렇게 힘들여 추구하던 불법의 아름다움도 아무런 집착 없이 순순히 모두 내려놓았다. 안구와 법구도 병든 이를 위해 기증하고 다비식도 허락지 않았다. 언젠가 말씀하시기를 바람을 찍고 싶다고 하시던 스님,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당신의 소회를 묻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답하셨다. “삼라만상이 천진불이니, 한 줄기 빛으로 담아보려고 했다.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마라, 동서남북에 언제 바람이라도 일었더냐！” 스님은 그렇게 가셨다. 그러나 바위 위에 낀 이끼, 마당에 떨어진 꽃잎, 대나무 숲의 오솔길, 산허리를 덮은 운무를 보면 그 속에 스님이 계실 것이고, 우리 모두 스님을 그리워할 것이다.
이내옥 (국립춘천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