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가 정법입니다. 팔정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첫 번째 정견입니다. 정견은 부처님의 교설을 철저히 공부해야 열립니다. 사성제, 삼법인, 팔정도, 십이연기, 오온, 육근육경 등 불교의 근본교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견이 열리고, 정견에 입각해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을 통해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열반, 해탈,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설법 중에 임종시에 통곡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통곡을 해선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신 이유를 좀더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법사님께서는 금강경의 어느 구절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불교에서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모든 고통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어야 합니다. 고통에는 감각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있습니다. 부처님도 감각적 고통이 있습니다. 부처님도 꼬집으면 아픕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싸비눗다 지혜를 통해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통곡으로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 됩니다. 죽음이 슬픈 것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마음이 슬픈 것입니다. 자식의 죽음 그 자체가 슬픈 것이 아니라 자식에 대해 연연하는 자신의 마음이 슬픈 것입니다. 임종의 마지막 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임종을 맞는 이가 행복한 마음, 긍정적인 마음, 생전에 지었던 좋은 마음을 갖고 임종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통곡은 금물입니다. 한국불교의 죽음을 대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금강경의 구절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입니다.”

“불자가 행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삼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계정혜 삼학을 실천해야 합니다. 선행을 베푸는 일, 마음을 다스리는 일, 지혜를 계발하는 일을 실천한다면 훌륭한 불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사님께서는 왜 출가하여 스님이 되지 않으셨습니까?

“스님이 안 된 것이 아니라 못되었습니다. 전 스님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러나 다수 스님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 스님들은 매우 존경하고 있습니다. 으뜸 공덕 가운데 하나가 출가의 공덕입니다.”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너무나 광범위한 질문이라 좁혀서 답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괴로움이 발생하고 괴로움이 소멸되는가를 아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불행과 행복이 이 육척단신에서 일어나고 사라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이 육척단신 속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하는 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부처님은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의 원인을 알아 그 원인을 끊어내는 지혜를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관찰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깨달음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불교의 근본 교리와 공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깨달음이든 반야를 닦아야 합니다. 반야는 지혜를 계발해야 얻어집니다. 지혜의 계발은 설법을 듣고 실천(수행)하는 것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설법을 통해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설법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도보다도 더 중요하고, 믿음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법화경 여래수량품은 ‘마음의 절대화’를 막으려는 것이 아닙니까?”

“마음은 절대화될 수 없습니다. 절대화된 마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색과 수상행식 모두가 공한 것들입니다. 법화경 여래수량품에 나오는 부처님의 수명이 끝이 없다는 내용은 어떤 사람의 수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성, 즉 법의 성질이 한결같다는 뜻입니다. 불교에서는 영원이라든가 불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개시허망이라고 보는 것입니까, 아니면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일어난 마음을 개시허망이라고 보는 것입니까?”

“거사님께서는 지금 마음과 대상을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안으로 내 마음이 있고 바깥에 대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범부의 지견입니다. 마음이 곧 대상이고 대상이 곧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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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신행모임 법림의 스승 적연 이제열 법사가 7월 7일 봉행된 법림의 첫 대중법회에서 설법하고 있다. 사진=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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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 첫 법회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230여 재가불자가 동참, 대성황을 이뤘다.

2011년 7월 7일 저녁, 서울 마포 다보빌딩(불교방송) 3층 법당에서는 진지하면서도 치열한 문답이 오갔다. 즉석에서 법을 묻고 즉석에서 법에 의거해서 답을 하는 즉문즉답이 진행된 것이다. 법에 관한 문답이 거의 실종된 한국불교에서 이날의 광경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의 얼굴에 환희심이 맴돌았다. 그것은 한국불교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여법하고 신선한 조짐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불교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대담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재가신행모임 ‘법림(法林)’이 지난 7월 7일 오후 7시 역사적인 첫 대중법회를 갖고 힘차게 출발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230여 불자들이 운집한 법림의 첫 대중법회는 기존의 법회형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구성으로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새롭고 신선한 법회의 진행이었지만, 법, 즉 진리에 대해 듣고 묻고 답하는 가장 진정한 법회, 즉 진리가 중심이 된 회상이자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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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명상에 들어가 있는 법림법회 동참 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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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약 40분에 걸쳐 진행됐다. 즉문즉답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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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의 첫 대중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이 회원카드에 서명하고 있다. 봉사에 나선 법림의 자원봉사자들.

법림 대중법회는 5분향을 상징하는 다섯 번의 타종이 마포 다보빌딩(불교방송) 3층 법당에 웅장하게 울려퍼지면서 그 역사적인 막을 올렸다. 마지막 타종의 여운이 잦아질 무렵, 장엄한 예불가의 운율이 울려퍼졌고, 예불가가 연주되는 동안 향과 꽃, 차 공양이 정성스럽게 이루어졌다.

예불가가 끝나면서 법당안의 조명이 차츰 어두워지고 법당 중앙에 스크린이 내려왔다. 이어 이날 법회의 주제이기도 한 ‘만남’을 상징하는 사진 동영상이 그리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마노울라 모우(Manoula mou)의 곡 ‘나의 어머니’를 배경음악으로 상영됐다. 이날 법회의 주제를 서정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품격 동영상으로 감상한 230여 불자들은 곧 명상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5분 간 ‘만남’을 생각하며 깊은 명상에 잠겼다.

법회는 매우 장엄하고 고요한 흐름 속에, 그러나 마치 진리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듯 진행됐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법회는 매끄럽게 이어졌다. 화엄경 정행품에서 인용한 삼귀의가 낭낭한 성우의 목소리로 낭독되는 동안 대중은 두 눈을 감은 채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을 올렸다. 삼귀의 의식에 이어 법림의 스승인 적연 이제열 법사가 재가불자들의 지극한 합장을 받으며 법단에 등장했다. 1분간의 입정이 끝나고 드디어 법림 첫 대중법회의 법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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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의 스승인 적연 이제열 법사의 명료하고 심오한 설법을 경청하고 있는 불자들.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린 첫 법회에서 적연 이제열 법사는 자신과 불교와의 만남을 소개했다. 이어 대중들을 향해 불교라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진리를 만난 우리가 할 일은 정법을 공부하고 실천해 궁극적으로 불교의 목적인 ‘해탈’과 ‘열반’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언젠가부터 한국불교는 방편이라는 명분으로 정법과는 거리가 먼 천도재교, 소원성취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진단한 이제열 법사는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지 않고, 또 공부를 많이 했다는 분들도 대아, 진아, 주인공, 본래면목, 참나, 불멸 등의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전혀 동떨어진 용어들로 불교를 오도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국불교의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30년 동안 오로지 정법만을 공부하고 우직하게 실천해온 사람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불교를 걱정하는 분들의 간곡한 요청을 끝내 물리치지 못하고 법림의 지도법사를 맡게 되었다”고 밝힌 이제열 법사는 “오늘 이 시간, 이 자리가 한국불교에서 정법이 되살아나는 참으로 뜻깊은 자리가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 오늘 함께한 여러 불자님들과 힘을 모아 더욱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통곡’이라고 밝힌 이제열 법사는 불교는 이 통곡을 ‘행복한 웃음’으로 바꿔주는 위대한 가르침이라고 설파했다. 오직 불교만이 통곡으로 끝나는 삶을 행복으로 바꿔줄 수 있는 진리라고 거듭 강조한 이 법사는 오늘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통곡이 아닌 행복을 향한 출발을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천만겁난조우라는 위대한 진리, 불교를 처음 접하고 나서도, 불자로서 반드시 지침으로 나아가야 할 바른 목적을 알지 못하고, 또 알려주지도 않는 곳이 한국불교의 기존 관행”이라고 지적한 이제열 법사는 “이 순간부터 우리들 모두는 불교를 신행하는 목표가 열반과 해탈, 깨달음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설법은 듣고 경전을 공부하고 수행을 실천해 나가자”고 강력하게 당부했다.

이윽고 이날 법회의 특징이기도 한 즉문즉답 시간. 불자들이 다투어 일어나 적연 이제열 법사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정법이란 무엇인가? 불교신행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법사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금강경 구절은 어떤 것인가?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에서 대상이 허망하다는 것인지, 마음이 허망하다는 것인지 대상과 마음이 다 허망하다는 것인지, 어떤 것이 맞는가? 등의 질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적연 이제열 법사는 특유의 간결하고 명확한 답변<<STRONG>기사 전반부 참조)>로 질문자는 물론 법석을 지킨 230여 불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이날의 즉문즉답은 적연 이제열 법사가 왜 재가의 선지식이라고 불리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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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정법에 의지해 바른 신행을 해나가겠다는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는 불자.

“부처님을 향한 믿음을 견고히 하여 흔들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에 의해 잘 선포된 법을 배우는 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계행을 잘 지키고 청정한 생활을 하겠습니다. 마음을 다스려 탐욕과 악의와 들뜸과 나약함을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무지와 악업을 파괴하고 지혜와 선업을 쌓겠습니다. 공덕과 바라밀을 구족하여 기어코 정법을 깨달아 구경열반에 이르겠습니다. 남들에게 사랑과 관용을 베풀고 매사에 애착 없도록 하겠습니다. 배우고 익힌 부처님의 법을 널리 전하는 데 힘쓰겠습니다”는 발원문으로 이날의 역사적인 법림 대중법회는 회향됐다.

많은 불자들이 불교와 인연을 맺은 뒤 처음으로 느껴보는 법회를 통해 환희심을 느꼈다며 기뻐했다. 스스로 이제열 법사에게 8월 4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제2회 법림대중법회에 더 많은 불자들이 함께 하도록 하겠다며 다짐하는 불자들이 많았다.

한국불교의 새로운 흐름은 이렇게 7월 7일 밤 마포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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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의 두번째 법회는 오는 8월 4일(목) 오후 7시 마포 다보빌딩(불교방송) 3층 법당에서 봉행된다. 문의. 02)737-8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