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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사 입구 한 중국음식점에서 열린 ‘현수막 강탈사건’에 관한 기자회견. 좌로부터 민성진 회장, 김원웅 회장, 함세웅 회장, 조성우 전 고대민주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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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민성진 회장. 운암 김성숙은 불교계에서는 태허 스님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민성진 회장은 그의 외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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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대민주동문회장 조성우씨가 고려대 출신의 시각으로 현재의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인촌에 대한 빛과 그늘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성북구청이 원래 도로명인 ‘개운사길’을 ‘인촌길’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성북구청이 개운사길을 친일파로 알려진 인촌 김성수의 호를 따서 ‘인촌길’로 바꾸자 개운사가 항의를 했고, 이어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항일운동가연합회가 도로명 폐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안중근의기념사업회와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등 15개 항일운동가단체들의 협의체인 항일운동가단체연합회는 성북구청과 행안부에 이의를 제기했고, 행안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인촌로 명칭은 6월 29일 사실상 폐기됐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개운사 앞 도로에는 인촌길 대신 ‘개운사길’이라는 새로이 제작된 표지판이 성북구청에 의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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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사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개운사까지는 다행히 길 이름이 바뀌었고 표지판도 개운사길로 복원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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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사길을 제외하면 고려대 일대 뿐만 아니라 보문사 인근까지 ‘인촌길’로 되어있는 표지판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항일운동가단체연합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행정안전부가 과거 국가반역자나 친일행적을 한 인사들의 이름이나 행적을 도로나 주소명으로 사용치 못하게 한다는 예시를 6월 30일까지 하달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원칙이 적용되는 시점은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일단 개운사로 들어가는 도로명의 간판은 개운사길로 복원됐다. 나머지 30개의 인촌길도 8.15까지 전부 개운사길로 복원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민성진 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인촌 김성수의 친일행적이 알려지는 것에 불안하기 보다는 예전 80년대 캠퍼스 내에 있는 김성수의 묘를 이장시켰던 학생들처럼 이번 기회에 그의 친일행적을 인정하고 알려서 고려대가 진정한 민족사학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엄세웅 회장의 당부의 말과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김원웅 회장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특히 이 자리에 참석한 조성우 전 고대민주동문회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고대를 나온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이 참 난감하다 고대를 나온 자긍심은 있지만 인촌 김성수의 빛과 그늘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항일단체에서 건 현수막을 학교에서 걷어간 것은 참으로 당혹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학교 측의 사과 및 인촌 김성수의 행적에 대한 객관적인 재조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인촌길 논란은 고려대 일대 뿐만 아니라 인촌의 고향인 전북 고창에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이름 역시 폐지되어야 마땅하고 본래의 이름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고 이날 항일운동가단체들은 밝혔다. 또한 인촌 김성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꾸준히 학술대회를 열어 나간다는 향후 계획도 내놓았다.

불교계에서는 태허 스님으로 알려진 운암 김성숙 선생의 외손자이자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민성진 회장은 도로명 폐기를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자신이 복덕방 사업로 비쳐지기도 한다고 웃었다.

그는 또 “개운사 주지 스님께서 본래의 이름을 찾아줘서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와 민망하기까지 하였지만 그래도 일부 좋은 결과가 나와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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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길이 지봉길로 바뀐 표지판. 보문사를 끼고 동서남북으로 보문사길이던 지명이 전부 지봉길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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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 입구에 대형 현수막들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보문사는 9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사찰로 보문동 동명의 유래이기도 한데 지명을 바꾼 것은 역사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는 것.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는 개운사에 이어 역시 엉뚱한 이름으로 도로명이 바뀐 보문동 보문사길을 되찾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방침이다. 지명이 전혀 엉뚱하게 지봉길로 바뀌어 있어 이 역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보문사에 찾아가 스님을 자주 만나 도울방법을 찾고 있다는 민성진 회장. 그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이 과연 항일운동가이자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태허 스님의 후손답다.

개운사길을 ‘인촌로’로 바꾸려 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명박 정부 이후 심화되어온 우리 사회의 기독교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고대주변 인촌길은 해결이 되었지만, 다른 동네의 이름이나 길 이름은 안전한가? 불교계에서 우리나라의 길이 지금 어찌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사찰 명이나 불교역사문화와 관련되어 지명과 도로명이 지어진 전국의 모든 곳들도 지금 개운사길이나 보문사길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조사해 봐야 한다.

불교와 관련된 지명이나 도로명이 아니더라도 수백 년 혹은 천년을 넘게 불러 오던 역사의 길 이름이 한 순간 이번의 개운사길처럼 어처구니없이 바뀌어 버린다면 이것 역시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일 것이다. 이제라도 불교계가 나서서 이와 같은 일들이 있는 지 조사해보고 잘못된 곳이 있다면 조속히 시정해 나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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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이 뿔났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도로명을 바꾼데 대해 성북구청 앞에서 7월1일 집회를 갖을 계획이다. 현재 성북구청 앞에서는 스님들이 묵언 1인시위 중이라고 한다.

오늘도 보문동 보문사의 비구니 스님들과 신도들이 산문을 나와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고 불심들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미약하다. 뻑하면 새벽부터 모여들어 조찬기도를 하던 주요 불교종단들의 지도자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종단이 왜 필요하고 종단협의회가 왜 필요한 지 모를 일이다. 이럴 때 일수록 불교계가 각성하고 힘을 모아 잘못된 일들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그것이 부처님께, 역사와 문화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