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근현대 한국 불교사에 그 누구보다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성철 스님<<STRONG>사진>의 선사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한 책 <성철 선사상>(운주사)이 출간됐다.

이책을 쓴 도대현(都大玄) 씨는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 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불교학석사 취득한 의사출신 불교학자다.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성철 스님에 관한 논문을 집중적으로 발표해 성철 전문학자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학자이기도 하다. 주요 논문으로 ‘퇴옹 성철의 견성사상과 유식사상’, ‘퇴옹 성철의 돈오돈수사상’, ‘퇴옹 성철의 천태종사상과 화엄종사상관’, ‘퇴옹 성철의 중관사상관’, ‘성철선사의 선문정로에 나타난 견성관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성철 스님은 현대 한국 불교사에서 뛰어난 선사로서 뿐만 아니라 탁월한 사상가로도 꼽힌다. 그는 불립문자를 표방하는 선종에서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선승으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느 교학승 못지않게 많은 저술을 남기기도 하였다.

때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의 관심사가 되기도 하고, 그의 주장이 불교계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등 성철 선사의 행적은 그 하나하나가 한국 근현대불교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따라서 대중적 스타(?)가 된 그의 선사로서의 행적과 대중적 접근은 다양하게 시도되어 생애나 일화 등을 다룬 책들이 여러 종 출판되었고, 그의 사상을 고찰하는 학술 논문도 다양하게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들 논문들 대부분이 특정 주제에 한정되거나 단편적인 접근에 머무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아쉬운 점을 해결한 ‘성철 종합연구서’다. 성철 스님의 선사상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서로, 그의 선사상이 성립하게 된 사상적 배경과 그의 수증관(修證觀) 및 견성관(見性觀) 등을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고찰했다.

저자는 성철선사상의 핵심이 ‘돈오돈수(頓悟頓修)’와 ‘중도(中道)’'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 선종사에서 성철 선사상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깨침의 확실한 기준과 한국 선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으로, ‘선의 바른 길은 돈오돈수’라는 수증관을 밝힌 점이라고 주장한다. 성철 스님이 주장한 돈오돈수의 핵심은 견성하면 부처가 된다[見性成佛]는 것이며, 견성은 무심(無心)의 상태로 되어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는 구경각(究竟覺)을 내용으로 한다는 것이다. 즉 그에게 돈오돈수는 완전한 깨침[究竟妙覺見性成佛]을 의미하고, 견성이란 ‘중도를 깨치는 것’이다. 그리고 참선[간화선]을 통해 오매일여를 투과하고 화두를 타파하여 중도를 깨치는 것이 견성의 지름길임을 설한다.

성철의 돈오돈수론은 자연히 보조 지눌의 돈오점수설에 대해 ‘한국 선불교의 정법의 맥을 끊어놓았다’는 냉철한 비판으로 이어져 한국 선불교의 정통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 즉 이른바 돈점(頓漸)논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성철은 붓다의 중도 대선언을 불교의 시작으로 보고 원시불교를 불교의 근본으로 간주한다. 나아가 선종사에서 처음으로 중도로 선과 교를 회통시켰으며, 중도의 내용을 쌍차쌍조(雙遮雙照) 차조동시(遮照同時)로 표현한다. 그리고 완전한 깨침인 구경각(究竟覺) 이라야 중도정견(中道正見)에 설 수 있게 되므로, 미숙한 깨달음[分證解悟]과 중도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고 설파한다.

성철의 선사상을 둘러싸고 제기되거나 논의되는 주제들은 대체로 다음의 내용들인데, 이 책은 주로 이 주제들에 대한 고찰과 규명, 연구를 담고 있다.

크게보기①‘육조 혜능 이후 선문의 정로는 돈오돈수’라는 성철의 주장은 과연 맞는 것인가? ②일부 학자들은 그의 돈오돈수 주장에 대해 종파주의적이고 특수한 수도이론이며, 수행론과 이타적 보살행이 없다는 등의 비판을 하는데, 정말 그러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의 돈오돈수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③성철은 보조의 돈오점수설을 교가의 화엄선이라고 비판하는데,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 내용의 교학에 근거하고 있는가? ④성철은 돈오돈수를 하기 위한 수행방법으로 간화선이 첩경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⑤성철이 말하는 견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견성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⑥그가 중도의 세계를 ‘쌍차쌍조 차조동시’로 표현하며, 중도를 가장 강조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⑦성철은 중도를 불교의 근본원리로 주장하며 중도로써 선과 교를 회통시키고 있는데, 그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⑧그가 아함경을 불교의 근본이라 하고, 붓다의 핵심사상은 연기, 즉 중도에 있음을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⑨중국 선불교에서 성철에게 영향을 준 사상은 어떤 것이며, 이들은 그의 사상과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가? ⑩한국 선불교에서 보조 지눌의 돈오점수론 외에 돈오돈수론을 주장한 이들과 사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속에서 성철의 돈오돈수 주장은 어떤 의의를 갖는가? 등이다.

선사로서 성철 스님의 행(行)은 현대 한국불교의 사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그냥’ 옳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의 사상 역시 철저한 검증, 즉 사상적, 역사적, 실천적, 개념?, 논리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책은 그의 선사상에 대해 이들 여러 측면에서 총체적이고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한국불교가 낳은 위대한 선사이자 사상가인 성철 스님의 선사상 전반에 대해 객관적이고 교학적,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더 깊은 연구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23,000원

*저자 도대현(都大玄)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미국일리노이 주립대학병원 소아과 전문의 수료/ 소아과 한국전문의와 미국전문의 취득/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학석사 취득/ 부산대학교 철학과 박사학위 취득/ 현 미국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