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식이 거행되고 있었고 그거 보고 있다가 순간 내 귀를 의심했고 바로 경악했다. ‘내 주를 가까이 하려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라는 찬송가 연주곡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혐오스럽고 토 나올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6월 6일 현충일 오전 9시 35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호국형제 안장식 때 군악대가 찬송가를 연주했다는 내용의 글이 트위터와 블로그, 인터넷 토론방 등에 게시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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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호국형제로 명명된 이천우, 이만우 호국형제의 묘비를 돌아보고 있다.

호국형제 안장식은 60여 년 전 6.25 전장에서 푸르른 젊음과 소중한 생명을 나라 위해 두 형제가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스스로 뛰어들었던 형제가 60여년 만에 다시 모여 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이 든 행사였다. 동생인 청년 故이천우 이등중사가 형 이만우 하사의 옆에 같이 잠들게 된 것이다.

현충일 추념식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뜻 깊은 안장식 행사에 참석했고, 이어 열린 추념식 행사에서 호국형제 안장식을 거론하며 “우리는 참으로 뜻 깊은 행사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저는 오늘 우리 모두의 어머니, 우리의 형과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며 “60여 년 전 두 형제가 총탄이 빗발치는 6.25 전장에서 푸르른 젊음과 소중한 생명을 나라 위해 바친 형제가 있다”고 소개했다.

“오늘 두 분을 ‘호국의 형제’로 이름 하고자 한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은 “조국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호국의 형제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 내외가 호국형제 안장식에 참석한 동안 군악대가 연주한 음악이 찬송가였다는 지적과 비난이 트위터 등을 통해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가기 시작했다.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표적 찬송가가 연주되었다는 내용의 글이 트위터 등 SNS 등을 통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국방부가 7일 사실관계를 알린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호국영령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한 대통령의 뜻이 국방부의 안 해도 될 행동으로 훼손될 것을 우려한 조처로 보인다.

정책홍보담당관실 명의의 ‘현충일 추념식 군악대 연주곡 관련 사실관계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방부는 “어제 진행한 행사는 ‘호국의 형제 안장식’(09:30 ~ 10:00)과 ‘현충일 추념식’(10:00 ~ 10:50) 두 가지”라며 “일부 네티즌이 문제를 제기한 곡의 연주는 ‘현충일 추념식’이 아닌 추념식 전에 실시한 ‘호국의 형제 안장식’ 때 한 연주”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호국의 형제 안장식’ 때 총 장송행진곡(RBH), 장송행진곡(Funeral March), 오제의 죽음, 영원한 안식, 자유의 새 등 총 5곡을 연주하였으며, 이중 한 곡인 ‘자유의 새(Free as a bird)는 크게 3파트로 나뉘는데, 그 중 일부분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Nearer my God)’이라는 찬송가로 활용되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그러나, 이 곡은 일반적으로 장송곡(장례곡)으로도 연주되고 있는 유명한 곡이며, 국방부 군악대에서는 예전부터 군악대가 참여한 영결식과 안장식에서 위 5곡을 계속 연주해 왔다”며 “트위터 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종교적 이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명은 도리어 군악대가 찬송가를 연주한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며, 유명한 찬송가를 연주해 놓고 “‘자유의 새’ 중의 한 파트가 찬송가로 사용되어지고 있다”는 식의 해명은 궁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예전부터 계속 연주해왔으므로 종교적 이해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 조계종총무원장 특보 김영국 씨는 “국방부의 해명은 해명이 아닌 억지 변명에 가깝다”며 “최근 트위터에서 검찰이 청와대 품에 안겼다는 내용이 확산되고 있는데, 국방부도 검찰에 이어 확실하게 청와대 품에 안 긴 모양”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