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념에 기초한 평화의 가치로 남북교류협력을 촉진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불교계에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기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가 지난 5월 25일 오후 2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5월 대토론회’에 참석, 발제를 통해 불교계의 역할을 이같이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의 이같은 주문은 ‘한반도 평화·통일문제와 한국불교’라는 주제로 열린 대토론회를 통해 불교계가 할 역할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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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장관은 이날 “현 정부 들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폭격 사태 등 한반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남북화해협력을 통한 평화 증진과 공동번영의 꿈이 퇴색되고 있다”고 남북정세를 진단했다. 그는 또 “북핵 문제도 심각하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 등으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반도 통일환경의 변화와 평화·통일을 향한 새로운 전략의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종석 전 장관 “한반도에서의 평화분위기 불교가 앞장서 조성해야”

이 전 장관은 “통일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 과제로 다가와 있으며, 우리(남한)가 주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평화통일 시대를 위한 준비로 남북 간 화해협력과 평화번영을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갑작스러운 통일보다는 남북한 이질화, 경제적 격차 해소시키는 통합과정을 거친 통일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냉철한 북한인식과 그에 따른 대북정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 단계의 바람직한 통일외교안보 전략을 수립,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평화통일을 위한 불교계의 역할에 대해 “평화통일을 가능케 하는 사회문화적 기반 조성에 한반도에서의 평화 분위기를 불교가 선도해야 한다”며 “또 불교 이념에 기초한 평화의 가치 수호와 증진에 실천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불교계가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남북교류협력의 촉진과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불교계가 촉구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를 위해서 깨어있는 시민의 평화의식과 행동하는 시민의 주권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그 중심적 역할을 한민족의 심성적·정신적 토대인 불교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구체적인 역할로 △불살생·비폭력 정신에 바탕을 둔 대국민 평화캠페인 전개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 실천을 통한 평화분위기 조성 △정부 대북정책 변화 촉구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대승사 주지 학담 스님과 윤여준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 이승환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현재 불교계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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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주제로 5월 25일 열린 5월 불교중흥대토론회 장면. 사진=조계종총무원 제공

윤여준 평화재단 원장 “화쟁사상으로 남남갈등 치유에도 불교계 역할해야”

윤여준 평화재단 원장은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또 분열된 한국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과연 불교계가 어떠한 역할을 해 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는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남남·남북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나치게 이념화된 정부의 편향적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불교 등 종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적극 수용, 불교적인 방법으로 정부를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발제자 이종석 전 장관과 김영삼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토론자 윤여준 전 장관의 절제된 표현 속에 깃든 날카로운 토론과 답변도 이날 토론회를 빛나게 했다. 미디어붓다와 조계종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100분 토론보다 낫다”며 토론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호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후진타오의 방미 전 미중 양국이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기로 포괄적 합의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중간의 이런 합의가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말씀해 달라. 그리고 북한을 주권적 실체보다는 남북합의서에서 합의했던 잠정적 특수관계로 봐야 하지 않는가? 즉 북한의 인권이나 후계와 관련해서 남쪽에서 의사표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또 북한을 개방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과거 북한에서 식량문제가 일시적으로 진정되자 배급제를 다시 시행한 것에서 보듯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윤여준>

이승환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위원장 “이명박 정부 들어 냉전시대 회귀”

“냉전시대의 한국의 국가전략이 노태우 대통령의 7·7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탈냉전 흐름에 맞는 변화가 있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가전략은 사실상 냉전시대의 한미동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처구니없는 정세인식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배경에는 흡수통일 기본원칙이 있는 게 아닌가. 작년 말 금년의 통일부 업무보고의 내용은 사실상 북한의 정권붕괴가 아니면 남북관계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군사대결 이어지고, 호전적 분위기 고조되고, 안보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흡수통일 근본주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예컨대 우리사회에는 통일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상존해 있다. 그러나 이처럼 근본주의적 대결이 성행하면 극단적 대결과 상대를 배제하는 흐름만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이종석 장관의 견해를 들려달라.”<이승환 위원장>

“이종석 전 장관께 묻겠다. 우리나라에는 친일잔재 청산, 독도 문제 등 아직도 일본과의 많은 현안이 남아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장관님의 견해는?<원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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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시종 진지한 가운데에서 열린 수준 높은 토론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 “통일이 과정 안 거치고 불시에 되어도 좋은 것인지?”

“우리나라 통일정책 방식이 궁금하다. 근자에 와서 대통령께서 통일이 불시에 다가올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시고,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불시에 다가온다는 뜻이 무엇인지? 통일이라는 것이 예정하지 않은 시점에서 올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정을 거쳐서 오는 것인지? 기본적으로 통일이 불시에 오는 식으로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지? 혼란스럽다. 통일은 불시에 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과거의 북의 고려연방제, 남의 국가연합이 거론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국가연합의 과정을 거쳐서 해야 되지 않겠는가. 국가연합이라는 남쪽의 통일방안을 포기한 것인지, 왜 갑자기 불시에 통일이 올 수 있다는 말을 대통령이 자주 하고 있는지, 국가연합이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류를 하는 것에서 오는 것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이종석 장관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교육원장 현응스님>

쏟아지는 질문에 이종석 전 장관은 짧고 간결하게 답변했다. 이 전 장관의 답변에 청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학문적 지식과 실무적 경험을 고루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통일전문가의 답변이기에 경청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었다.

이종석 전 장관 “미국-중국이 다 만족하는 통일? 미국에 물어봐야”

“북한당국은 시장경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개방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방 안하면 생존이 안 되니까, 내키지는 않겠지만 마지못해 조금씩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어쨌든 통제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개방하려고 하다가 다시 후퇴하고 그런 일, 즉 배급제를 다시 또 하고 그런 것이다. 북한당국은 아직도 쌀 중심의 배급제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생기면 통제하고 싶겠지만, 결국은 개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시적인 후퇴가 있다고 해서 북한을 개방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나말여초기, 신라가 망할 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이종석 전 장관은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을 해나갔다. 간결했지만, 문제의 핵심을 명쾌히 파악한 답변이었다. 그의 답변을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동아시아 냉전의 산물이라는 말을 한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도 냉전의 산물이다. 북핵 해결과 평화, 두 명제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냐는 선후 문제를 가리기 어려운 것이다.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핵심적인 현안이다. 우리(남쪽)은 거기에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한 우리 정부로서는 한계가 있다. 윤 장관께서 한반도 통일이 미국이나 중국에 다 우호적일 수 있느냐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해주어야 할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통일시대에 주한미군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38선을 넘어 주둔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서는 통일한국이 되어도 중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에서 반기문 장관을 유엔사무총장으로 만드는 외교력을 보여준 바 있다. 반기문 장관께서 총장이 되던 날,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환영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이종석 전 장관 “일본, 통일 후 위협요소 가능성…대일관계 신중해야”

마치 질문을 예상이나 한 듯 이 전 장관의 답변에는 막힘이 없었다.

“남북관계와 북한변화, 어느 게 먼저냐는 질문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답이 없는 것이다. 미북 관계에서 핵을 포기하면 남북관계도 변한다. 나는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제재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본다. 보라, 제재를 하는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김정은 체제 공식화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유화정책을 들고 나온다. 북한의 립서비스를 지켜보라. 남한만이 아니고 중국과 미국에도 립서비스 하고 있다.”

이 장관의 답변은 계속 이어졌다.

“아까 어느 스님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일본 식민지시대 영향이 남아 있고, 현 이명박 정부가 일본과 체결하려한다는 군사관계에 대한 걱정에 공감한다. 일본의 군사력 대단히 주의해야 한다. 친일적인 행동이 이명박 정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한국 이후 우리에게 위험요소는 일본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아직도 친일파가 득세하고, 이들에 의한 기회주의적 문화가 설친다. 큰 문제이다. 현응스님의 통일정책에 대한 질문에도 공감한다. 물론 북한의 돌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그건 조심해서 드러나지 않게 해야하는 것이다. 만일에 대비해서 비상계획은 짜야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면 되겠나. 상대가 죽을 때 대비해서 공개적으로 관을 짜겠다고 나서면 뭐가 되겠는가. 또 북한이 고려연방제 주장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연방제 주장하면 국가보안법 걸리니까 맘 놓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연방제 하자고 하면 그쪽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다. 북한이 국가연합에 동의한 것은 우리에게 끌려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서 국가연합 이외의 정책을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고비용이 드는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종석 전 장관 “유사시 북한의 운명은 북한 주민이 결정하는 것”

이종석 장관의 답변이 끝나자 윤여준 원장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한국사회 일각에서 통일준비하자는 이야기 나온다. 북한 붕괴시 중국이 들어와서 장악하게 될 수 있는데, 우리가 먼저 준비를 해야한다는 요지의 말인데, 북한체제가 무너졌을 때 우리가 들어가서 접수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 궁금하다. 6·25 당시 평양수복했을 때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개인자격으로밖에 그곳에 갈수밖에 없었는데, 답변을 해주셨으면 한다.”

“윤 장관께서 답을 말하면서 질문을 하셨다”며 이종석 전 장관이 답변에 나섰다.

“북한에 비상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90년대 중반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그때부터 준비를 하고 온 것이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우리가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추진해온 대북정책과 다르게 무엇을 했다.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나. 동독이 붕괴될 때, 동독 안에 소련군이 30만 명 이상 주둔하고 있었다. 김정일 정권은 북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도움을 받아도 남에게 조금, 미국에 조금, 중국에 조금 받는 식의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오면서, 미국이나 남한과 잘 안되니까,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택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것이 김정일이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나는 북한이 어려워져도 중국의 속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에 의존하겠지만, 속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북한 국민이 한다는 것이다. 우리(남)가 그 상황에서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회자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질문을 이종석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 질문의 요지는 ‘통일이 필요한가, 통일하면 더 나빠지는 것 아닌가?’ 였다.

이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남과 북이 한 민족이며 혈연이라는 의식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게 되었는가라는 문제이다. 하나의 민족, 피를 나눈 형제라는 교육이 잘 안 되면서 남북간의 이질화가 심각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덧붙였다.

“참여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푸는데 있어 두 가지 방향 중, 즉 경제협력과 체제보장 가운데 경제협력에 더 방점을 두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 3가지를 요구했다.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것, 북한의 핵문제가 미국에도 그렇게 중요한 문제이니까 인권과 마약문제는 뒤로 미루고 핵문제 집중하자는 것, 셋째 줄만큼 다 줘보자, 그러고도 북한이 변하지 안으면 그때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었다. 다 알다시피 핵을 푸는 데는 미국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지금 미국정부가 협조를 하고 있으므로 핵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좋은 때를 맞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핵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과 다 연관이 된 문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에 대해 참여정부에게 너희가 다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윤여준 원장이 다시 반론에 나섰다.

“북한 핵은 한국 독자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인정한다. 참여정부가 나름으로 열심히 한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도 그렇고 참여정부도 국민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채찍과 당근을 다 써야 하는 것인데, 김대중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 그것은 국군 통수권자가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실수다. 참여정부도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데 실패했고, 남남분열 심화시키고, 그랬다.”

플로어에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강남에서 왔다는 초로의 신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헌법 안에서 통일을 추진해야 하는지, 헌법을 넘어서라도 통일문제를 다뤄야 하는지, 다시 말해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통일지상주의를 해도 되는 것인지, 그리고 장관을 물러난 지금도 햇볕정책이 잘 되었다고 보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사회자가 해외출장으로 토론자로 참석지 못한 법타스님을 대신해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이 이종석 전 장관에게 집중되는 것을 의식한 사회자가 토론자들에게도 답변의 기회를 주었다.

이승환 위원장은 “식량지원이 최대의 심리적 효과라는 말도 있다. 북한에 정말로 만일 어떤 문제가 생기면, 평소 남에게 호감이 있어야 북한국민들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남쪽과 의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준 원장도 “인도주의에 의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도 부상병을 치료해주는 것처럼 무조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담 스님은 “사형수도 집행 전까지는 밥 주고 살게 해주는 거 아니냐”며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일축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빨갱이라니! 국민이 빨갱이란 얘기냐?”

이어 이종석 전 장관이 마이크를 들었다. 청중들은 다시 귀를 쫑긋 세웠다.

“질문을 하신 강남에서 오신 분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참여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얼토당토한 질문을 한다. 빨갱이라고 낙인을 찍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가치를 믿지 않고 지나치게 비난을 한다. 서로 존중해야지 내 애국심만 애국심이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빨갱이라니, 그러면 국민이 빨갱이란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참여정부가 국민설득에 실패해 남남갈등을 일으켰다는 윤 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펼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아마 한나라당은 김대중의 대북 정책 계승이 한나라당 패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참여정부가 내놓는 남북관계 관련 정책에 대해 한나라당은 무조건적으로 반대했다. 정치적 사안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무조건 딴지를 걸었다. 우리는 그 순간 아무리 국민을 설득해도 반쪽 밖에 안 되었다. 대북관련 문제는 곧 이념적 문제로 변질되어 국내정치에 이슈가 되었다. 참 어려웠다. 보수언론과 많은 분들이 참여정부가 대북관계에서 뭐 했냐고 묻는다. 퍼주고 끌려다녔다고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 북한이 우리에게 요구한 목록과 우리가 북한에 요구한 목록 비교해보면 잘 나타난다. 경의선 철도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우리가 북에게 요구해서 관철시킨 것이 훨신 더 많다. 북한에 해준 것은 공동선언 밖에 없지 않은가. 뭘 가지고 끌려 다녔다는 지 알 수가 없다.”

토론자들은 한반도 통일과 관련 불교의 역할에 대해 각각 제안을 했다.

이승환 위원장은 “남북관계, 평화통일과 관련해서 종교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종교가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시민사회에 의해 견제되듯이 거대언론도 국민에 의해 견제되어야 한다”고 밝힌 이 위원장은 “미성숙한 우파시민사회에 때문에 우리 사회가 참 힘들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감시와 우파 시민사회의 잘못된 행동을 종교계가 나서 견제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윤여준 원장은 주제 발표자 이종석 전 장관이 제기한 불교의 평화의 가치 동의한다며 “원효의 화쟁 사상의 가치를 돋워주셨으면 한다”고 불교계에 요청했다. “한국사회가 갈래갈래 찢어져 있다. 안 그래도 중층적인 갈등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온갖 갈등이 너무나 만연하다. 한국불교가 민족과 국가를 위해 이런 부분의 해소를 위해서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한 윤 원장은 “이종석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통일 이후 북한주민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동포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또 북한주민이 볼 때, 현재의 한국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선택할 만한 사회로 볼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교의 역할이 커야 하지 않겠나, 화쟁이나 연기론을 확대해석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제안했다.

학담 스님 “불교가 스스로 사상적 경직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담 스님은 “불교가 스스로 사상적 철학적 경직성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교리가 이사무애법계인데 왜 불교가 경직되어야 하나”라며 불교가 좀 더 유연질 것을 촉구했다.

청중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싸움을 할 때에도 상대와 힘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면, 자신감과 유연함, 여유가 있는 것인데, 남북관계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불교의 역할은 아마도 한국사회가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 방법은 한국사회의 양 진영, 즉 진보와 보수의 양측이 자신감을 갖고 일치된 흐름을 만들어가는 데 불교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종 깔끔한 진행으로 토론회를 원활하게 조율한 사회자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올해 6·25가 꼭 발발 61년 되는 해이다. 불교가 중심이 되어 참전 16개국의 희생자는 물론, 중국 북한의 희생자까지도 포함해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령재를 대대적으로 열어주었으면 한다”고 제안,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