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토요일 오후, 고 노무현 대통령의 2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서울시청앞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엄수됐다. 노란 풍선, 노란 리본, 노란 티셔츠 등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온통 장내를 물들인 가운데 열린 이날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재에 눈길을 끄는 종교행사가 봉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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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스님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분향소가 차려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천도의식을 봉행하고 있다.

열린선원 선원장 법현 스님(전 태고종 교무부원장)과 태고종 영산재 시현단 스님들 수십명이 대한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시현한 것이다. 바라와 나비춤을 추고 범패와 북춤 등 불교전통의식을 행하는 스님들은 이날 단연 눈에 띄는 주인공들이었다.

고인의 돌연한 서거를 슬퍼하듯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촉촉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30여 스님들의 영산재 의식이 마무리 되자, 법현 스님이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 영정 사진 앞에서 서서 합장인사한 후 극락왕생 축원문을 낭독했다. 낭독이 시작되자 추모객들 사이에서 고마움을 표하는 대화가 오갔다.

“저 스님이 법현 스님이래. 조계종이 아닌 태고종 스님인데, 엄청 의식이 있으시대.”

“아, 저 스님이 법현 스님이시구나.”

“대단한 스님이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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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고 있는 전 태고종부원장 법현스님

스님의 축원문 낭독이 이어지는 순간 추모객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두손을 모아 합장했다. 오직 국민을 사랑하는 것밖에 몰랐던, 대통령을 지냈으면서도 빚을 지고 청와대를 나왔던 서민대통령, 국민과 눈높이를 맞췄던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들에게 있어, 고 노무현 영가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이 순간 종교의 벽은 존재할 수 없었으리라.

장엄한 불교의식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한 홍가사의 태고종 스님들은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제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었다.

마침 이 광경을 지켜본 조계종립 동국대학교의 정각원장을 맡고 있는 법타 스님은 종단은 다르지만, 태고종 스님들께서 정말로 뜻 깊은 일을 했다며, 일일이 스님들을 격려했다.

태고종 법현 스님은 격려를 해주는 조계종의 큰어른 법타 스님의 격려에 감사를 표한 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분향을 안내했다. 조계종과 태고종 소속의 두 스타 스님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끝내 살신성인의 길을 간 노무현 대통령의 덕화에는 종교의 차이도, 종단의 구별도 사라지는 대동세상의 훈훈한 기운이 충만한 듯했다.

다음은 이날 법현 스님이 낭독한 노무현 대통령 극락왕생 축원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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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6대 노 무현 대통령 극락왕생 축원문

지장보살님은 마니주로 깨달음을 보이시고

연화좌대에서 자비광명 널리 비춰 저승길 밝히시고

지혜의 칼로 죄의 뿌리 끊으시니

간절히 귀의하면 빨리 감응하십니다.

그러므로 불기2555년 5월 21일

‘제16대 대한민국대통령 바보 노 무현거사 추모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서울광장 특설도량에

너무나 슬기로워 바보스런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었던 놈현

그 놈현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모여서

법연을 정성껏 마련하고 마음 다해

지장보살님을 청하오니 자비광명으로

저희정성 살피시기를 간절히 청하나이다.

한량없는 자비심으로 중생구제하시고

손에 드신 지팡이로 지옥문을 여시고

밝은 구슬로 빛을 놓아 중생들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시는 지장보살님!

저희 놈현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정성들여 청하오니

부디 이 도량에 강림하시어

대한민국의 건강한 사회문화를 꾀하다가

어려운 삶을 마감한 노무현 영가에게

마음으로 입으로 행동으로

자비와 지혜를 스스로 찾아가지게 도와주시어

업보를 모두 면하고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하소서!

영원한 생명의 나라

영원한 안식의 나라

영원한 광명의 나라인 극락세계에 태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남아있는 놈현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그들이 사는 이 나라를 보살피는 호법선신이 되어

대한민국을 건전한 사람들이 주인 되는

바보스런 멋을 지닌 나라가 되게 하소서!

예쁜 고 소 영만이 대접받는 못난 나라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대접받는 귀한 나라가 되도록

지금 이 자리에 마음 모은 저희들부터 깨어나게 하소서!

장미는 장미대로 제 빛깔을 뽐내고,

이름 없는 풀은 풀대로 제 향기를 가지게 하소서.

다양한 음색을 가진 이들이 곳곳에서 제 소리를 내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교향악이 되게 하소서.

단종교배는 좋은 종자를 얻어낼 수 없듯이

보은 인사나 특정종교, 특정 지역 ,특정학교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조직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발전할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따라서 국민의 인구 비율 비슷하게 능력에 따라

골고루 자리하는 평등한 기회를 갖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고집스럽고 극소수만을 위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바로 잡아

사람들을 갈라놓고 싸우게 하는 말을 향기롭게 하소서!

우리 역사 우리 문화를 어지럽히지 않고 역사문화를 바르게 하고

생태와 서민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중한 목숨을 수십 명 이상 숨지게 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생태경제 바르게 하며

종교와 계층 출신별 차별이 없는 바른 나라를 가꾸어

나와 너 우리 모든 이들이

세계의 평화와 바른 가치를 이끌어 가는

하나된 한반도에서

행복과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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