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urubella@naver.com 2011-02-18 (금) 01:16
곰 한 마리가 정신지체아들과 동물원 직원들의 의형제 결연을 중매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텔레비전 프로에서나 볼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동물원을 탈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말레이곰 '꼬마'로 인해 서울동물원의 직원들과 청계산에 위치한 청계사 운영 '녹향원' 원생들이 형제의 연을 맺은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인연이야기의 시작은 두 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레이곰 ‘꼬마’가 가출 9일 만에 칼바람 부는 청계산 이수봉 정상에서 잡혀 안전하게 서울동물원으로 귀가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기 때문이다. 주인공 말레이곰 ‘꼬마’의 가출행각은 당시 추운 겨울날씨에 모든 국민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말레이곰 ‘꼬마’는 몸무게 40kg의 미운 7살로 지난 12월 6일 오전 10시 20분경 우리를 청소하던 사육사의 눈을 피해 긴 앞발톱을 이용해 T자형 고리장치를 풀고 우리 밖으로 탈출, 10km 떨어진 청계산과 이수봉을 오가며 도피 행각을 펼쳤다.
이번 가출사건으로 서울동물원 직원은 물론 경찰, 소방관 등 1800여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소방헬기, 수색견 13마리도 동원되어 ‘꼬마’의 청계산 이동로를 중심으로 위치 추적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꼬마’는 숨바꼭질에서 우위를 점하며 포획팀을 따돌렸다.
가출 첫날밤 말레이곰‘꼬마’는 추위와 배고픔을 녹여줄만한 곳을 찾기 위해 배회하던 중 청계사에 위치한 녹향원에 들러 불빛사이로 새어 나오는 원생들의 웃음소리를 찾아 10명의 원생들을 만나고 유유히 사라졌다. 꼬마와 원생들의 첫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녹향원은 청계사에서 운영하는 정신지체장애아 복지시설로서 현재 10명의 원생들이 모여 가족 사랑의 소중함을 나누고 있는 시설이다. 수색 당시 청계사에서는 엄동설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9일간의 수색작업을 펼치던 서울동물원 수색대원들에게 방(2개)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등 사랑과 봉사로서 서울동물원 식구들을 뒷바라지했다. 이들의 마음이 훈훈해진 것은 불문가지의 일.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 서울대공원 모든 직원들은 지난 1년 동안 각 동물사와 사무실에서 버려진 폐휴지를 모은 기금으로 방한복을 구매해 원생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사육사들로 구성된 서울대공원 직원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각 동물사 및 사무실을 돌며 버려진 폐휴지 40톤 가량을 1년 동안 모아 녹향원생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사랑의 징표로 방한복 12벌을 구매해 전달한 것이다
직원들은 예서 그치지 않았다. 이들이 근무하는 서울동물원에서는 지난 2월 16일(수) 오전 11시 녹향원 원생을 비롯한 가족들을 ‘꼬마’의 둥지로 초청해 1촌 의형제의 결연을 맺고 가족사랑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귀가 두 달을 맞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말레이곰 ‘꼬마’는 당시 방문했던 녹향원의 원생을 초청하여 의형제를 맺기로 하고 세상 속에 소외되고 외롭고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훈훈한 가족사랑의 실천으로 은혜에 보답키로 했다.
서울동물원과 청계사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돈독한 가족의 정을 나누기로 했다. 이날 초청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오전 11시 10분 가족 협약식을 가진 뒤 말레이곰과의 만남의 인연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