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는 종교의 생명이다. 포교 없는 종교는 곧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나 현재나 포교는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다. 특히 포교에 관한한 경쟁 종교에 비해 뒤떨어진 불교의 경우 포교는 늘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다.

어떻게 하면 포교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포교의 노하우는 없는가. 포교를 잘하는 사찰이나, 포교로 성공한 절의 노하우를 배우고 익히려는 움직임이 뜨겁지는 않아도 계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사례, 오늘날의 사례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는 포교 방법 개발 노력은 그래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4월 2일 일본불교사연구소(소장 김호성 교수)가 주최한 제5회 학술세미나는 이런 의미에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의 승려로서 일본에 건너가 고대 일본불교의 민간포교에 큰 족적을 남긴 행기(교키, 行基) 스님의 민간포교 활동을 연구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불교에 대한 무관심으로 세미나가 열린 동국대 문화관 덕암 세미나실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이역만리 일본 땅까지 건너가 불법을 전했던 행기 스님의 활동은 감동과 교훈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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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기스님의 일본 민간포교에 대해 발표한 김춘호 원광대 강사

원광대 김촌호 강사의 ‘고대 일본불교의 민간포교-行基의 활동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첫 발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역사 속 과거의 포교는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지금과 같이 교통이나 정보유통의 기술들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 포교의 현장에 나섰던 스님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을 통해 민중들의 삶으로 다가갔을까? 그리고 그러한 역사 속에 나타난 포교의 모습 속에서 지금 우리 앞에 닥친 문제들의 답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으로 발제를 시작한 김춘호 박사는 고대 일본에서 행해졌던 민간포교, 특히 민간포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행기(行基, 668-749)와 그를 따르던 이른바 ‘행기집단’의 활약상을 살피고, 그 특징을 검토했다.

김춘호 박사는 행기 이전의 포교, 즉 행기의 스승이자 역시 백제출신의 스님이었던 도쇼(道昭, 620-700)의 도로 수리, 다리 건설, 우물 발굴, 항구 정비 등 사회사업을 통한 민간포교와 역시 백제 도래인 출신인 승려 다라상(多羅常)이라는 스님의 치병 등 영험에 의한 포교 등을 소개한 후, 행기가 이런 선배 도래인 출신 승려들의 포교방법을 배경으로 민중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표면적으로 국가불교의 모습을 한 일본불교의 특성을 잘 활용해 포교를 했다는 점을 여러 사료를 통해 밝혔다.

김 박사는 이어 행기의 민간포교가 당시 민중들에게 적중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집단적 포교 △전문가 집단의 참여 △사회사업과 포교활동의 동시 추진 △신비롭고 초인적인 능력의 적절한 활용 △여성들의 참여 적극 유도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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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열린 일본불교사연구소의 제5회 학술세미나 장면.

김 박사는 ‘조직적 체계를 갖춘 포교’, ‘전문기술자 집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포교’, ‘사회사업 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민중과 신뢰를 형성한 생산적 포교’, ‘민중들과의 삶속에서 철저한 자기수행과 함께 헌신적인 종교․사회적 실천을 통한 존경받는 보살상 구현’, ‘여성의 역할 확대 및 적극적인 이용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 및 참여 유도’ 등으로 행기스님의 민간포교 특징을 부연했다.

김춘호 박사의 발제에 대해 논평에 나선 김천학 교수(금강대)는 “김춘호 박사의 발제는 행기의 민간포교 특징을 정확하게 드러내 밝혀냄으로써 오늘날 활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일본불교사연구소의 제5회 학술세미나에서는 ‘일본 도래승 감진(鑑眞)에 의한 영향과 한계’를 주제로 장미란 동국대 강사가 주제발표를 했고, 이자랑 동국대 연구교수가 논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