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 동생이 울며 투정을 부리자, 누이가 무어라 말하며 어깨를 토닥입니다. 누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의 언어를 얼마나 익혔을까 싶은 어린 계집아이입니다. 그래도 누이는, 그 빈약한 언어 속에 동생을 달랠 수 있는 말 몇 마디를 품고 있었던 가 봅니다. 엿들을 수 없는 누이의 말을, 사진이 들려주고 한 줄의 시가 들려줍니다.”

시인 조병준의 아포리즘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전의 제목은 ‘길 위의 詩’이다.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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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병준의 사진.

조병준은 시인이다. 그러나 그를 그저 ‘시인’이라고만 하기엔 수식이 부족하다. 타고난 떠돌이처럼 오랜 시간 세상을 떠돌며 글 쓰고 떠나고 만나는 삶을 충실히 살아 온 그에게, ‘시인’은 그저 한 가지 수식어일 뿐이다.

이번 전시의 전시작들은 네팔, 인도, 파푸아뉴기니, 에티오피아, 바누아투 등 세계 곳곳 여행길에서 만난 산문 같은 이야기들을, 한 컷의 사진과 한 줄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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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엄마 생각’ ‘나무 아래서’ 등 예닐곱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40여 점의 직접 쓴 아포리즘 시구들이 어우러져 따뜻하고 깊은 서정적 사진이라는 큰 주제를 이룬다.

사진 속의 집도 길도 사람도 이국적이지만, 그 이국적인 풍경들 속에 담긴 이야기는 오래 전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서정이기에 낯익다. 그 낯익음이, 사진 속 어린 누이의 귓속말처럼 우리를 위무한다.

갤러리 류가헌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4번출구, 02)720-2010)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