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 술이(述而)편에서 삼대의 성인의 정치와 문화를 재현시키려는 자신의 학문 이상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옛것을 배워 전하기는 하되, 창작하지는 않으며, 옛것을 믿고 좋아하니, 속으로 나를 노팽에게 비기는 바이다.(述而不作 信而好古 癤此於我老彭)”

공자는 이처럼 예악이나 문물은 성인이 아니면 창작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공자의 복고주의와 창작반대의 뜻을 밝힌 구절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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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자의 이 같은 경계를 잘 지키면서도 또한 어떤 창작 못지않은 노작을 이룬 이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옛 선지식들의 위대한 가르침을 자신의 안목으로 가려 묶은 불가(佛家)의 「선가귀감(禪家龜鑑)」이요, 이를 엮은 서산스님이라 할 수 있다. 서산 스님은 이 선가귀감을 통해 창작하지 않으면서도 창작 이상의 결실을 이뤘고, 독특한 안목을 가미함으로써 복고주의와 창작반대의 원칙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활활자재한 경계를 이 선가귀감을 통해 훨훨 드러내 보인 것이다.

선가귀감은 불가는 물론 특히 선문에서는 교과서와 같은 책인지라, 그 역해서가 셀 수 없이 많다. 이 선가귀감을 불교수행의 교과서로 엮어낸 우리 시대 대강백이 계시니, 그가 바로 조계종립 승가대학원 원장이며 고시위원장인 지안 스님<<STRONG>사진>이다. 지안 스님은 최근 조계종출판사의 ‘마음을 밝히는 불서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마음속 부처찾기』를 펴냈다. 불교수행의 핵심을 한 권에 담은 불교고전 선가귀감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강백의 정확한 해석과 설명으로 풀어낸 ‘수행교과서’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서산스님이 집필한 이후 오늘날까지 400여 년 간 불교수행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선가귀감을 명쾌하고 시원한 현대적 해석으로 새롭게 풀이한 책이다.

다 알다시피 선가귀감은 반드시 선문의 책만이 아니라 선을 중심으로 간경과 염불, 주력 등 불교의 모든 수행법을 담은 책이다. 지안 스님이 이 책을 선 수행서가 아닌 불교수행서로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팔십 년 전 네가 나이더니, 팔십 년 후 내가 너로구나.”

자신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가부좌를 튼 채 입적한 선가귀감의 원저자 서산스님의 임종게다. 모든 것을 깨닫고 나면 결국 모든 것이 무(無)에 이른다는 깨달음의 노래다.

세월의 빠름은 현대인들도 다르지 않다. 짧은 인생임을 누구나 깨닫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 깨달음은 절실하다. 인생의 속도가 20대에는 시속 20킬로미터로 달리고, 30대에는 30킬로미터, 50대에는 50킬로미터, 70대에는 70킬로미터로 달린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전광석화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이뤄야 할 것도 많고 가져야 할 것도 많기에 현대인들은 늘 급급하다. 욕망의 노예로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범부중생의 일반적인 삶이다.

때때로 큰스님의 법문을 듣거나 불서를 읽으면서 모든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의 종착점이 바로 지금 이 순간임을 듬성듬성 어설피 알게 되지만, 이내 그 마음은 밤새 외운 영어단어처럼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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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가르치고 권하는 참선이나 명상수행도 잠깐의 휴식 정도의 가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럴듯한 이론과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간편 수행법이나 수행서들이 도처에 난무한다. 대개가 공자가 그토록 경계했던 어설픈 창작의 결과물들이다.

이런 즈음에 대강백 지안 큰스님의 선가귀감 강설서 『마음속 부처찾기』가 반갑게 다가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조계종을 대표하는 강백 중의 강백이 아니신가.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이 경우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불교 수행의 근본은 계, 정, 혜 삼학이다.

계율은 (마음의) 도둑을 잡은 것이요

선정은 (마음의) 도둑을 묶은 것이며

지혜는 (마음의) 도둑을 죽여 버리는 것이다.

이 책에서 지안 스님은 서산스님이 밝혀 놓은 불교의 요지를 이처럼 쉽고 간결한 용어로 풀어낸다. 이와 더불어 각종 수행법으로 몸과 말과 생각이(신구의 삼업) 청정해지는 방법이 이 책에 가득하다.

모처럼 만나는 좋은 책을 통해 대강백과의 뜻깊은 조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