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결사에 대한 토론회가 지난 1월 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다양하고 폭넓은 토론 제안 후 교계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중앙종회에서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종회의원 모임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결사 토론회가 지난 2월 24일 오후 4시부터 6시 30분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행된 것이다.

무계파 종회의원모임 지홍 스님과 지현스님, 법안 스님, 적천 스님과 불교시민사회네트원(준)의 공동대표이자 실천승가회 대표인 퇴휴 스님,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등 불교시민사회단체 실무대표들, 그리고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김영일 차장이 참석해 열린 이날 토론회는 열띤 논의와 제안, 문제점 지적들이 잇따라 첫 토론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자체 평가를 받았다. 조계종 총무원 김영일 기획차장도 앞으로 5대결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될 많은 제안과 비판이 있었다며 총무원에 보고해 제기된 제안과 의견들을 반영할 방침임을 밝혔다.

특히 재가연대 정웅기 사무총장의 ‘조계종 5대결사의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발표문은 조계종을 넘어 범불교계가 동참하기로 한 5대결사의 성공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지적과 대안제시를 한 내용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미디어붓다>는 범불교 차원에서 진행될 5대결사의 성공적 회향을 위해 정웅기 총장의 발표문 전문을 게재한다. 한편 정웅기 총장은 독자들에게 이 원고가 중앙종회 개회를 앞두고 촉박한 일정에서 급히 작성된 것이어서 일부 거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줄 것을 <미디어붓다>당부했다. <편집자>

<조계종 5대결사의 방향에 대한 제언> 정웅기 /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 들어가며 크게보기2년, 3년이면 완성할 불사(佛事)를 10년이 걸리더라도 오로지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혹 우리 내부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권력과 외부를 향한 의존을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자주권을 볼모로 순간의 편안함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부대중 공동체의 가치, 신도들과 불자들의 소중함을 다시 가슴 속에 간직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감동과 관심을 바탕으로 다시 한국불교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조계종이 지난 1월 26일 발표한 ‘범종단적인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제안합니다’ 담화문의 일부다. 불교문화재 보존 예산을 스스로 마련하여,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습성을 타파하겠다면서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가 이날 제안 되어 종단의 자주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자주선언에서 5대 결사에 이르기까지 총무원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불교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혁명적인(?) 것이었다. 늘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데 익숙했던 불교계가 정부여당의 사찰 출입을 막으면서까지 관계를 바로잡겠다고 한 적도 없었거니와 더욱이 이러한 문제를 총무원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의 108일 결사, 교구별 민족문화수호위원회 구성 등 불교내부의 성찰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태도 역시 후한 점수를 줘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달이 흘렀다. 3월 중에 5대결사의 구체적 계획을 발표한다고 하니, 아직까지는 향배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개혁이라는 것에는 시절인연이 있는 법이다.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행동지침, 가시화된 움직임으로 외화되지 않는다면, 초기에 충만하였던 기대는 이제 우려로 바뀔 것이고, 그럴수록 변화의 기회는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이처럼 중대한 시점에서 5대 결사가 제대로 방향성을 설정한 것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성공을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종단 안팎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 발제자 개인의 소견을 몇자 적으면서, 활발한 대중공사의 씨앗이 되기를 바래본다. 결사(結社), 그 의미 결사(結社)란 단어가 불교사에서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결사는 혁신을 위해 택했던 불교운동의 한 방식인데, 그 실천의 방향을 주로 내부로 향한다. 즉 외부 대상을 향해 투쟁하기 보다는, 내부의 혁신과 변화, 그 가운데서도 개개인의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둔다. 결사는 전통적으로 대중의 총화를 모으는 것을 확산 방식으로 삼는다. 아래로부터 대중의 의지를 모으는 것이야말로 결사의 원동력이었고, 이것이 체화된 화합승가야말로 불교전통에서 결사가 추구하는 이상향이었다. 불교사에서 결사의 목표와 주내용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이었다. 중국 혜원스님의 백련결사, 보조스님의 정혜결사, 요세스님의 백련결사와 같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결사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결사 모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재창조하여 나아갈 지표로 삼고자 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결사 자체도 무상한 것인지 오래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혜결사도 백련결사도 초기에는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지만, 대중적 확산은 대개 2세대 이상을 넘지 못했다. 결사 초기의 개혁가들은 기성 교단에 경종을 울렸지만, 권력은 결사를 통해 대중의 신망을 얻은 이들을 다시 가까이 두려했고, 결사의 지도자들을 국사로 왕사로 삼았다. 결사의 주류가 이렇게 현실에 영합하고, 소수의 전통으로만 남았다 하더라도, 결사는 과감히 기득권을 버림으로써 불교계와 사회 전체에 크고 작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결사라는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개의 결사가 내적 쇄신을 중심에 두면서 은둔형으로 진행되었지만, 그렇다 해서 결사가 외적 역할을 포기하거나 내부로 침잠한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산사에 깃들었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세간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층을 향한 최대한의 항변이 되기도 하였고, 교단의 타락에 대해 실망했던 대중의 염원에 부합하여 새로운 불교운동의 씨앗이 되었다. 즉 내적 쇄신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조계종의 결사라는 단어는 이채롭게도 총무원이 먼저 꺼내 들었다. 제도 교단을 대표하는 총무원이 결사를 지표로 세웠다는 것도 희유한 일이어서, 불교의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들에게는 그 자체로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결사의 성격이 제도교단의 지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지만 반대로 총무원이 갖는 힘으로 인하여 변화의 가능성도 높아 장단점이 있다. 총무원이 자주화운동의 방향을 결사로 잡으면서, 결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얼마만큼 고려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결사의 전통에 걸맞는 목표와 방법, 내용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 과정은 거쳤으리라 본다. 만약 이번 자주화 운동의 과정이 적당히 미봉으로 끝나거나, 구호의 반복에 그친다면, 이는 비단 총무원의 손실일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에 큰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사의 질곡을 걷어낼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이 되어 불자대중과 국민의 신뢰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며, 향후 급격한 사회 종교변동에서 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크게 후퇴시키는 악재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결사라는 단어를 욕보인 것이란 비난을 두고두고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결사에 대한 개괄적 평가 결사란 대개 방향을 내부로 향하고, 아래로부터의 대중총화를 모아가는 것을 방식으로 삼는다고 앞에서 언급하였다. 총무원이 종단 자주화의 방향을 초기 ‘한나라당 및 정치인 출입금지’와 같은 외부지향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 내부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겠다”면서, 내적 지향성을 분명히 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내적 혁신의 움직임은 사회적으로도 큰 울림을 빚게 되어 있으므로 밖을 향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반면 결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래로부터의 역량을 조직해야 하는데 이 일은 현재의 종단 구조에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이 운동을 제안하고 집행하고 있는 곳은 총무원이라는 권력의 정점이다. 총무원 - 교구본사 - 말사라는 제도권 내에서 이뤄지고, 행동 역시 위에서 아래로, 종무행정체계를 통해 지침으로 전파되었다. 따라서 총무원의 강력한 의지가 있는 초기에는 집행력을 담보하기는 쉬운 구조이지만, 자발적인 대중의 총화를 모으는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지속가능한 힘으로 외화되기에는 만만찮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점을 돌파하기 위해 교구본사별 토론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 교구에서 공의를 결집하는 과정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제도권 안에서 발한 혁신의 에너지가 기층에서 자발적인 분출로 이어지려면, 지금보다는 몇 배 더한 노력과 세심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비록 종단 수뇌부를 중심으로 주창된 운동이라 해도 결사의 에너지를 어떻게 모을지 방도를 찾는 것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5대결사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그럴싸한 슬로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총무원의 전향적 태도는 매우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제도와 비제도의 영역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제도권은 제도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려 종단의 자원을 결사에 최대한 활용하고, 제도권 바깥에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결사의 내용들을 채워 가면서 이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상상 밖의 멋진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총무원 밖에 그런 세력은 크게 눈에 띠지 않는다. 없다면 만들 수 있을까? 만든다면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야 할까?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대중총화라는 결사 전통의 의미를 채워줄 아래로부터의 동력이 없는 이 엄혹한 현실. 이 현실은 작금의 조계종 상황에서 결사의 지향이 더 전략적이고 복합적이어야 하며, 그랬을 때 최소한의 성공이 가능함을 말해준다. 이를 위해 제도의 장점(전파력, 약간의 강제력)을 이용하되, 이것이 비 제도의 흐름을 보장하고 장려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대체 비제도의 영역에서 자발적 역량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제도권은 이러한 흐름을 창발시켜 낼 목표와 계획이 있는가?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매우 기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야말로, 향후 5대결사의 향배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제도 바깥에서, 아래로부터 대중이 참여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구성원 간에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하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이 운동을 추진하는 주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없이는 애초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지눌스님이나 요세스님처럼 지행을 겸비한 탁월한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개인으로는 부족한 리더십을 집단의 리더십을 세워 메우는 것이다. 총무원장에게 열린 리더십이 있다면 여기에 불굴의 투쟁의 리더십, 덕망 있는 포용의 리더십들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빚어내게 하는 것이다.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지도자들이 먼저 아낌없이 나누고 버리는 것이다. 문화재보수 등을 종단 스스로의 힘으로 하자 해놓고, 힘없는 말사에, 그리고 재가불자들에게만 돈 내놓으라고 해서는 설득력이 생길 수 없다. 미안하지만 대중들은 그렇게 우매하지 않다. 총무원장이하 집행부부터 개인의 기부는 물론 자신의 사찰부터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하고, 사찰의 돈을 아낌없이 지역사회와 공익을 위해 쓰는 데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한 내부개혁과제 최소한 지금의 국면에서, 신뢰를 위한 필수조건이 있다. 그것은 왜 이 결사가 제기 되었는가와 연관이 깊다. 주지하다시피 조계종의 자주 선언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돈에서 파생되었다. 국고지원금의 쓰임과 관리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주선언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 돈은 성격상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문화재보수비 등 공공적 의미가 분명한 예산이 있다. 이 경우에는 투명하게 집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 될 문제다. 조계종에서 밝혔듯이 선심 쓰듯 정치권력이 던져줄 성격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고,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단 관리의 문제는 남아 있다. 숱한 국고보조금 편취사건을 목도한 바 있는 국민들을 납득시키려면 개별사찰 차원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종단 차원에서 돈의 운용과 집행 제도를 정비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하여 사찰의 청빈한 생활윤리로 대상을 확장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시비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시혜적 차원의 돈들은 과감히 받지 않아야 한다. 문화관광부를 통해 특별교부세의 형태로 받은 시혜적 차원의 지원금들, 준조세 형식으로 걷는 문화재관람료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 돈들은 앞서 제기한 투명성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왜 이런 예산이 필요한지 그 공공성을 불교계 스스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불교계 스스로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받아서는 안되고, 또 갈수록 받기 어려워 질 돈들이다. 종종 거론되고 있듯이 문화재관람료는 폐지로 가닥을 잡는 것이 옳다. 단, 모든 사찰에서 즉각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찰의 형편에 맞게 단계별로 문화재관람료 비중을 줄여 몇 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폐지한다 해도 그 효과는 대동소이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자주선언의 핵심인 내부 쇄신을 위해, 시민의 신뢰 획득을 위해 ‘돈 문제’에 대한 종단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빨리 마련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받아야 될 돈과 받지 말아야 할 돈을 분류하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단적 과제와 개별사찰의 노력들을 제도화하고, 한편으로는 사찰들의 체질개선안을 마련하고, 거기에 사찰들을 얼마나 동참시키느냐가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의 건강한 기대와 압력을 종단내로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끌어들여야 한다. 이러한 기본전제들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태에서 종단의 5대 결사는 불자대중의 에너지를 수렴하지도,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쉽게도 지난 1월 발표한 총무원의 계획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 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내부적 개혁과 쇄신을 중심에 두었다면,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고려시대 산중에서 행한 결사가 얼마나 민중에게 파급력 있게 전파되었는지 생각하면,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지금 시대에 내적 개혁이 가져올 파급력과 이익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결사의 내적 지향성이야말로 안에서 밖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얻게 해줄 것이고, 이는 곧 불교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성장으로 외화 될 것이다. 작금에 형성된 정부와 불교계의 긴장은 불교만의 것이 아니라, 향후 종교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우리 사회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몇가지 사족 다음은 결사의 전체적인 컨셉을 민족문화수호로 잡은 것의 문제다. 필자는 종교차별 문제에 대한 불교계의 전반적 대응 전략으로 민족문화에 대한 불교의 책임과 역할을 종종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민족문화 수호가 5대결사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고, 이 운동을 주관하는 기구의 이름이 민족문화수호위원회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 사안 자체가 템플스테이 예산 문제로 촉발되었고(조계종의 의도와 관련 없이), 그것이 대중에게 이미 깊이 각인되어 있는 탓에 자칫 템플스테이 예산을 따내기 위한 또 하나의 포장으로 보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차라리 내적 개혁에 충실하고, 거기에 불교의 사회적 책임을 정립하는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민족문화 수호의 문제는 부차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계종이 제안한 결사의 5가지 분야, 즉 수행 - 문화 - 생명 - 나눔 - 평화결사에 대한 몇가지 언급을 하고자 한다. 1월에 발표된 조계종의 자료에 따르면, 5가지 분야에서 총 16개의 과제를 표명하고 있다. 과제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이 많은 과제 가운데 중심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또한 과제 중에는 필요성을 나열한 추상적인 과제들이 많으며, 기존 종책 과제를 가져다 붙인 것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전체적인 구색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일선 사찰에서 이 제안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기는 어렵다. 따라서 내부역량, 환경분석 등을 종합하고, 결사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되 ① 중복되거나 기존 종책과제를 끼워 넣은 것들은 과감히 삭제하여 4, 5개 이하로 축소해야 하며 ② 중요도를 감안하여 단계별 접근 순서대로 과제를 재배치하고, ③ 사찰, 교구본사, 총무원 등 각급단위별 실행 과제로 나누고 ④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지침들을 중심으로 명료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 결사가 내적쇄신에 방점을 두었다면, 역량의 결집과 육성은 결사 내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사람으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말하였듯이 총무원이나 종단 지도부가 대중의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다. 뜻있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건강한 안팎의 지원세력을 형성해가지 못한다면, 자주화운동은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총무원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한국 불교 전체가 겪는 또 한 번의 좌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