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urubella@naver.com 2011-02-27 (일) 08:18출가자가 줄어든다. 10년 전에 비교하면 출가자의 숫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기본적인 절 운영도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출가나이의 상한선을 10년 늘려보았지만 별무소용이다.
도대체 왜 출가자가 줄어드는 것일까. 출가자를 늘릴 특단의 묘수는 없는 걸까. 청소년들에게 출가의 길을 열어주면 어떨까. 아니면 아예 100세 시대 도래에 맞춰 출가의 나이제한을 없애고 대신 늦게 출가하는 이들에게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면 어떨까.
조계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스님의 수가 자꾸만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2년 전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중졸자의 출가를 허락하자는 결의를 했을까.
독신의 삶이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또 아이들을 하나만 낳아 기르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출가 자원이 급감한 것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인가 출가를 꺼리게 만드는 것이 우리 승단 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를 다룬 세미나가 2월 24일 열렸다.
조계종 교육위원회와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회가 주최한 이 세미나의 주제는 ‘청소년 출가 등에 대하여’이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두 가지로 대별됐다. 하나는 청소년 출가자 제도의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50세 이상의 고령 출가자 제도의 ‘권리 제한’을 전제로 한 허용이었다. 이 두 가지 내용을 뼈대로 한 주경 스님의 발제가 끝난 후 토론에 들어가면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얼핏 고민과 한숨만 쉬다 말 것 같았던 세미나의 분위기는 이내 달아 올랐다. 그 불씨를 지핀 이는 유일한 조계종 재가 교육위원인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이었다.
“출가연령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든지 안 된다. 부처님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의 스님들이 무슨 권한으로 출가연령을 제한하나? 이는 교단이 권력화 되고 제도화된 결과다.”
홍사성 위원은 한 점 망설임도 없이 현행 출가연령 제한 규정의 완전한 철폐를 촉구했다. 출가연령 제한은 부처님 법에도 없는 것으로 단지 스님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몰아세웠다. 홍 위원은 또 출가세미나의 대전제를 ‘출가자 감소’ 문제에 두지 말고, 승단 안에 상존하는 ‘차별화 문제’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출가연령을 제한하는 종법은 차별금지를 강조하는 불교의 교법에 어긋나는 제도로, 반드시 철폐해야 할 규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가연령을 폐지할 경우 출가자 고령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게으르고, 나태하고, 승가에 어울리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등의 문제들은 다른 제도나 기준으로 해결할 문제이며 출가 자체를 나이 제한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더구나 고령출가자의 경우 선거권, 피선거권 제한 등의 여러 가지 차별적 대우를 하겠다는 발상도 비불교적이므로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령자에 대한 출가제한 철폐를 강조한 홍 위원은 청소년 출가에 대해서는 20세 이하의 출가제도는 더 고민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그 견해의 배경 역시 홍 위원은 부처님이 제시한 원칙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도 20세 이하의 출가는 제한해 사미계를 줬다. 자유 선택의지와 행동의 부적절로 오히려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심성 교육 등을 통해 20세가 넘어 출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출가를 장려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홍사성 위원의 부처님께서 제시한 원칙에 근거한 주장에 대해 이견도 속출했다. 원칙론만 들고 나오면 안 되며, 보다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학력과 나이에 대해 관대한 것이 ‘개인구제’ 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출가자는 중생구제의 역할자로서의 필요성에 의해 출가문호를 여는 것이라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며 홍 위원의 원칙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40세가 넘은 사람에게 교육이 과연 가능한가? 교육현장 경험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원철 스님은 “율장도 시대에 따라 보강되어 왔는데, 필요할 때만 부처님 법을 끌고와 논리 수단으로 쓰는 것은 점검이 필요하다”며 홍 위원의 원칙론을 비판했다.
원철 스님의 비판을 묵묵히 듣고 있던 홍사성 위원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겠지만 원칙적 문제와 현실적 문제를 놓고 볼 때 원칙에 어긋나면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 교단 운영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원칙을 지키고 준용하기 위해 제도와 현실이 필요한 것이다. 출가 진입자체에 장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 운영은 또 다른 문제로, 교단의 제도화는 권력화와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닌가.”
주경 스님의 제안 중 일종의 ‘재가행자제도’로 볼 수 있는 청소년 출가 제도 방안은 눈길을 끌었다. 주경 스님은 ‘청소년출가자’를 본인 선택과 친권자 동의를 얻어 종단에 출가하려는 청소년으로 규정했다. 또 ‘청소년 행자’는 동진출가와 같이 어려서 사찰서 성장하거나 속가에서 생활하며 종계종 등록사찰에 행자등록을 마친 청소년으로 규정했다. 청소년 출가자는 매주 사찰법회에 참석하고 방학중에는 청소년수련회 등 교육에 참여하도록 했다. 또 고등학교 졸업 또는 동등이상 학력을 갖출 때까지 구족계 수계를 유보하고, 사미 사미니계를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이다. 또 종단은 청소년 행자에 대해 장학지원을 하도록 했다.
세미나가 열린 근본적인 배경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종회의원 정범 스님(포교분과위원장)은, 출가자 감소에 따른 종단 위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묻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범 스님(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장)은 “한국의 불교신자가 전체 현황이 명확하지 않아 출가자 수가 정말 부족한 것인지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통계청 등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 목사는94,000여명이고 신도는 860만명 정도이다. 가톨릭 신부는 14,500여명이고 신자수는 510만명이다. 불교는 스님이 49,400여명이고 일련종과 SGI 등 일본불교 계통을 포함해 불교신자는 1천만 명 정도”라면서 조계종 신도수도 정확히 모르면서 출가자 수의 많고 적음을 논하는 것은 ‘기준’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정범 스님은 또 “50대가 출가하면 10년이면 교단이 부양해야 하는 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20대 인재에게 투자해 제대로 교육시켜야 하며, 출가자 수를 떠나 수요을 고민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범 스님은 특히 “동국대와 중앙승가대 만큼은 출가자원을 뽑아 4년간 교육해 출가시키는 적극적인 ‘선교육 후득도’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발심해 출가하는 고령자 출가자는 전통적으로 가야 하고, 동국대와 중앙승가대는 초중고 때부터 키운 인재를 교육해 발심출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가자 확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강 스님(해남 미황사 주지)은 원불교와 가톨릭 등에는 청소년 담당 성직자를 두고 ‘입교’할 좋은 인재를 미리미리 발굴한다면서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들이 출가를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출가사이트를 각 사찰에 연결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출가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스님은 “사는 모습이 훌륭한 스님들의 감동적인 삶이 세상에 널리 드러나도록 홍보물을 만들고, 교계 언론도 이런 부분에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며, 이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스님들의 이야기를 일반인에게 홍보해 출가 저변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금강 스님은 “출가자 연령층이 다양화 하면서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 어려움을 겪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방 승가대학을 특성화해 연령별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명법 스님(교육원 교육위원)은 “많은 청소년들이 갈등해결의 출구를 찾지 못한다. 대안학교를 만들어 장래의 승려로 교육시키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세미나를 주관한 조계종 교육위원회 위원장 법안 스님은 “세미나의 주제가 출가가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논의에 맞춰졌지만, 승려법 등에 출가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연령 제한과 장애인 출가 제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일반 사회도 모든 이에게 기본적 권리를 차별하지 않고, 장애인 차별도 없도록 법을 만들고 잇지만,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출가를 허용하는 것이 옳은 문제인지, 현행 출가제도의 의미와 제도적 한계, 모순을 폭넓게 다뤄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계종 교육위원회와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회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 등을 토대로 종단내외의 의견수렴을 거쳐 출가연령 제한 철폐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