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가 홀대받는 원인 내부에서 찾자

“한국불교가 정치권력으로부터 홀대를 받거나 편향적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한 이유를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2월 대토론회가 2월 23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한국불교 교단과 국가’를 주제로 열려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집중적 성토가 아닌 불교와 조계종의 내부 문제, 사안을 보는 관점의 문제, 대응의 문제에 대한 성찰적 입장이 다수 개진돼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스님)가 주관한 두 번째 토론회에서는 조계종 화쟁위원회 부위원장 원택스님이 발제를, 조계종 민족문화수호위원회 공동위원장 영담 스님과 동국대 교수 보광 스님,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세일 교수, 국민대 김병준 교수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또한 이 토론회가 미디어붓다와 조계종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댓글토론도 이어졌다. 토론 진행은 전 국회의원인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가 맡았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박세일 교수와 김병준 교수는 각각 문민정부 시대와 참여정부 시대에 청와대불자회 회장을 역임하고, 당시를 대표하는 정책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토론내용에 대해 큰 관심을 모아졌다.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원택 스님은 “1980년을 기점으로 사회적 발언과 역량을 키워온 불교계가 겪고 있는 최근의 국가적 차별과 종교편향은 한국 개신교가 한국 종교문화의 특성과 우리만의 독특한 사회 역사적인 배경들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발생했다”며 “개신교의 주류가 친미보수라는 우리사회 기득권의 논리에 편승하여 몽니를 부려도 감히 시비를 걸 수 있는 세력이 없을 것이라는, 그리고 사회 정치적 보호막이 아직 남아 있다는 만용에서 비롯됐다”고 윤승용 박사의 논문을 인용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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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탄 받는 건 기독교 근본주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

원택 스님은 특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종교 문제를 조정해야 할 정부가 지탄을 받는 것은 성시화 운동 등 기독교 근본주의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며 “아울러 불교의 내부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택 스님은 또 불교계(종단)을 향해서도 △봉암사 결사에서 성철스님이 보여준 것과 같은 철저한 수행으로 일반 대중의 선망을 받아야 할 것 △조계종 홀로의 대정부 투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단협의회를 통한 범불교적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 등을 촉구했다.

토론에 나선 영담 스님은 전반적으로 보광 스님의 발제에 동의를 한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조선의 불교가 군병불교만을 통해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과 근대 이후 한국불교에 대한 진단이 피해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담 스님은 “정치를 정치권력과 정치력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법치국가에서 법은 국민적 합의이고 국가운영의 근거이므로 법을 만들고 고치고 하는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단의 중흥을 이야기하려면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인고하며 수행해온 내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자신감과 자부심의 회복을 주창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보광 스님은 “정교분리 문제를 성철스님의 가르침만을 중심으로 논하다보니 모순된 논리가 많이 보이며, (성철스님을) 너무 우상화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성철스님의 생애에 대해서도 새로운 평가가 나와야 한다”고 거듭 지적한 보광 스님은 “법정스님과의 대담에서 성철스님이 말씀행한 ‘종교는 정치이념의 산실’이라는 주장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도 이 말씀이 성철스님의 말씀이라고 해서 정교분리의 이론으로 내세우는 것은 재고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산혜원의 ‘사문불경왕자론’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도 “혜원은 정치적으로 초연하기 위해 백련염불결사를 단행했다. 즉 수행공동체를 통한 불교의 정체성을 찾기 위함이며 외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혜원교단의 백련결사는 종교와 국가권력과의 관계 및 불법과 왕법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한 분석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광스님은 또 “이승만의 유시에 대해서도 유시의 적정성 문제와는 별개로, 부정적인 면만 주장하는 것은 태고종의 논리이며, 대통령의 유시를 끌어내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큰스님들의 노력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상반된 견해를 나타냈다.

보광스님 종교편향, 불교 잘못은 없고 권력의 편향에만 책임 있는가?

보광스님은 또 “발제에는 한국사회에서 불교탄압이나 종교적인 차별에 대해서 결과는 언급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과연 우리 불교계의 잘못은 없는데 국가권력이나 권력자들의 종교적인 편향에서만 이루어졌던가?”라고 반문, 우리 내부의 문제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스님은 특히 “현재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족문화수호활동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이 없은 점, 템플스테이 예산문제가 논란이 된 시점에 제기된 5대결사 주창이 혹여 그 뜻이 왜곡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혀 종단의 최근 움직임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토론에 나서 박세일 교수도 발제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가했다. 박 교수는 “이번 토론의 개최 계기 중의 하나가 정부와 여당의 불교에 대한 소홀함과 이로 인한 불교의 자주성, 독립성 훼손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현재의 한국불교가 자주성과 독립성을 잃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불교와 정부와의 관계를 전체적인 시각이 아닌 절반의 시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한 박 교수는 “저는 현재의 한국불교가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도 자주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박세일 교수 인권-국가공동체 위협 문제 아니면 종교가 나서지 말아야

박 교수는 “현재의 한국불교 자주성이나 독립성의 문제는 국가나 정권의 문제이기보다는 불교내부의 문제거나 종단 지도부의 의지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권력이 종교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마찬가지로 종교도 권력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종교가 국가의 개별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단 인간의 존엄과 직접 관련이 되는 문제, 국가공동체 자체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1986년 승려대회에서 ‘민족경제를 침탈하는 수입개방을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이 과연 종교가 할 올바른 주장인가?”라고 되물었다. 박 교수는 특히 “최근 불교교단의 국가정책에 대한 주장을 정부가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소통과 대화의 상대로 삼지 않겠다, 사찰의 출입을 막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불교적인 태도인지, 부처님이 계셨다면 과연 그렇게 했겠는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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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수 표를 중시하는 민주사회에서 권력의 종교 이용 불가피

이어 토론에 나선 김병준 교수는 “국가권력과 종교의 문제는 종교의 힘과 관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공직에 있을 때 유교 관련 시설을 돌아본 일이 있는데 극도로 피폐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결국 유교 신자가 없고 시설에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다. 반면 개신교는 그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표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에서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종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종교를 표방했을 때 오는 피해를 염려해 자신의 종교를 밝히려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최근 개신교 정치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치학자들이 좀더 심도 깊게 연구해볼 문제로 보인다”는 견해를 개진했다.

이어 자유토론에 나선 보광스님은 정교분리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종교법인법’이 없다보니 정교분리의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사찰보존법과 향교관리법만이 있다보니 불교와 유교 등 전통종교만이 법의 규제를 받게 되어 있다. 종교법인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종교법인법에 의해 정량적이고 정상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이 미디어붓다와 조계종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됨에 따라 댓글토론도 이어졌다. 댓글 토론에서는 “이런 토론 자체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아주 중요한 토론주제인데도 밋밋하다”, “박세일 교수의 주장에 이견이 있다. 개별적 사안에 대해서는 대처해야 하지 않나?” 등이 거론됐으나, 첫 토론회보다는 네티즌들의 호응이 줄어드는 아쉬움을 남겼다.

제정스님 2천만 불자면 뭐하나, 구슬처럼 꿰어야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앙종회의원 제정 스님은 “우리가 2천만 불자라고 하는데, 구슬도 꿰어야 한다. 2천만이면 뭐하나. 구슬을 꿰어야지, 그것이 조계종이 할 일이다. 외부적으로는 불교지성인들이 제국주의를 앞세운 서양 기독교를 막기 위해 19세기 지성인들이 고민한 부분이 많았다. 이런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세일 교수는 “종교와 권력간의 긴장관계에 대한 주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가 청와대에 정책수석으로 일할 때 청와대 불상이 훼손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알아봤다. 잘 보존되어 있음을 대덕스님들을 초청해 직접 친견하고 예불을 드리고 나니 사라졌다. 이렇듯 문제가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폄하하고 공격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문제가 있다면 최고의 권력이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사과하고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스님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재가불자들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권력(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종교가 개별정책에 나서기 시작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통한 이견제시에 대해 박 교수는 “만일 종교가 개별정책에 나서면 권력은 종교를 이용하게 되어 있다. 권력은 종교를 이용할 준비가 정치속성상 늘 준비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권이나 국가 생존에 대한 문제 등 아주 핵심적인 사안 외에는 종교가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김병준 교수도 자유토론에서 “많은 분들이 권력을 쥐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실제 그렇지가 않다. 그러므로 어떤 정책을 세울 때에는 국민들의 동의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므로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종교지도자들의 말씀 한 마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기독교는 불교보다 더 예민하고 의견전파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영향력이 불교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하여간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자연적으로 종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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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식 중앙신도회 부회장 조계종이 4부대중으로 구성된 것 맞나? 답해보라

보광스님은 이에 대해 “불교가 아무리 정교분리를 하고 싶어도 다른 쪽에서 워낙 정치에 나서니까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하고 “그나마 몇몇 있는 불자들도 신정아 문제 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후로는 불교 지키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제는 불교를 지키고 교단을 수호할 호법의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담스님은 “인재양성의 필요성에는 견해를 함께 하지만 정치인이나 지도자 몇 명이 불교와 교단을 지켜준다는 보광스님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불교계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이며, 지금 중요한 것은 민족문화 수호와 5대결사 등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원택 스님은 “앞으로 우리 종단에서는 환경운동 등 사회참여를 함에 있어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보고 연구해, 천성산 문제처럼 버스 지나간 뒤에 손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안식 중앙신도회 상임부회장은 “오늘 토론의 주제에서도 교단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과연 교단의 정의가 무엇인지, 교단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발제자에게 묻고 싶다”며 “어느 시대건 사부대중이 하나가 되어 있으면 불이익을 받을 일이 없다. 그러나 62년 조계종 출범이후 종단은 사실상 비구, 비구니 2부중으로 운영되어 왔다. 재가 2부중은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원택 스님은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가자들의 오랜 숙원이자 염원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염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종단에 대한 질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현 사안은 국가가 분명히 잘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유는 불교만이 특별하게 헌법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만이 아닌 역대 정권에서 불교는 위헌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왜 불교만 불교재산관리법과 이후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또 자연공원법과 같은 법에 의해 재산이나 권리를 규제를 받아야 하는가. 사찰을 보수하고 관리 운영하는 데 있어서 규제를 풀기 위해서 불교에만 적용되고 있는 악법을 고쳐야 한다. 유독 법률로 제정되어 국가의 규제를 받고 있는 불교재산 문제 풀어야 한다. 불교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문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일체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국가, 정부에 있다고 본다”과 강조했다.

미산스님 민족이라는 용어사용 신중하게 사용했어야 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근본적인 문제는 인재불사를 안 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해야 문제가 보인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5대 결사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급히 만들다보니 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민족’이라는 단어이다. 민족이란 말은 매우 민감한 것이고, 사용하는데 매우 조심해야 하는 말이다. 이런 용어 사용이 21세기에 과연 합당한가?”고 박세일 교수의 견해를 물었다. 도법 스님도 ‘종교가 정치에 가능한 간여해선 안 된다’는 박세일 교수의 주장에 대해 “개별적인 정책이라도 그것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많은 피해가 있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박 교수에게 묻고 싶다”고 질의했다.

박세일 교수는 답변에서 “다문화사회에서 민족문화라는 단어가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사용하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부분적인 정책이라도 그것이 인권문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나서야 한다. 제 발언의 취지는 가급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일하다보면 어떤 정책을 세울 때 그 정책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매우 간절하게 원한다. 그러니까 종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정부에서 엔지오를 이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결국 부작용이 컸다”고 답변했다.

김병준 교수 도심법회 많아져야 하고 독송보다는 말씀이 있어야 겠다

김병준 교수는 한국불교와 조계종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대해 “개인적으로 국가권력과 불교의 사이, 라고 볼 수 있는데, 청와대 불자회 회장을 2년 정도 하면서 절도 다니고 스님들도 만나 뵙고 다니면서 불교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하는 역할을 했었다”며 “한 가지만 말하자면 편향적인 것이 하나 있는데,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을 임명할 때는 종교적 균형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한 바가 있었다. 왜냐하면 헌재가 궁극적인 결정이므로 그렇다. 스님들도 이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또 “템플스테이 예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는 당시 템플스테이는 종교적 분야가 아니라 복잡한 시대에 통찰과 직관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는데, 이런 전통이 사찰에 있다. 왜 이런 정신문화가 있는 곳에서 이런 점을 살릴 수 없는가, 이것이 불교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인이 와도 좋고, 외국인도 오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진행이 되었다”며 “그러나 그때 템플스테이 예산이 크게 늘어나자, 어느 스님이 저를 크게 꾸짖었다. 당신 왜 이런 짓을 했느냐, 불교가 이 예산을 취지에 맞게 잘 활용할 능력이 있다고 보느냐고 야단을 치신 것이다. 그래서 당시 총무원장 스님에게 이 부분을 정말 잘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 드린 적이 있었다. 하여간 앞으로도 이런 부분이 있다면 보다 투명해지고 확실해져서 사회적 신뢰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또 하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신도가 2천만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 신도들이 불교와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나? 사회에서 활동하는 불자들이 불교신도임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절에 나가지 않고 법문 안 듣는 신도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까 주부중심의 불교가 되고 있지 않은가? 도심법회가 많아야 하겠고, 독송보다는 말씀이 있어야 겠다. 그래야 불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세일 교수 지금보다 더 중생속으로, 더 수행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박세일 교수도 “불교가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종교인데, 상구보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수행을 진실하게 하는 분을 존중하는 제도와 문화가 잘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수행을 하다보면 노후대책이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 또 수행가풍 계율정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하화중생들에 대해서는 중생들의 삶의 현실, 중생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 대한 확실한 파악과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불교사회연구소 같은 것이 필요하다. 결국 지금보다 더 중생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더 깊은 수행 속으로 들어가야 겠다. 사부대중이 각각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찰운영에도 현대적 경영기법이 필요하다면 이 점에 대해서는 재가자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보광스님은 “첫째, 신앙결사가 중요하다. 조계종에는 수행만 강조하고 있고, 신앙은 죽었다. 5대 결사에 덧붙여서 신앙결사가 필요하다. 둘째, 인재양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문화재 70%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화재위원들은 대부분 다른 종교인들이다.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출가자만이 아니라 재가자 인재 양성해야 한다. 셋째 지금부터라도 불자인재들을 찾아내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지원과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범스님 우리 종단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못하는데 확대해서 뭐하나

원택 스님은 정리발언에서 “세상 사람들은 목사 신부가 고급차를 타거나, 골프를 치거나 스키를 타는 것을 보면 야 멋진 분이네, 하면서도 스님들이 그런 것을 하면 스님이 왜 고급차를 타나, 중들도 골프 치나, 하면서 다른 종교의성직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스님들을 보고 있다. 이렇게 국민들이 스님들을 보는 시각이 ‘깊은 산속에서 도 닦는 분’이라는 깊은 선의의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으로 우리 스님들은 도 닦는 사람,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깨지 말고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이번 토론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한국불교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짚는 부분은 대부분 다 나와 있다. 그러나 종교편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저희는 솔직하게 우리 조계종단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종단에서도 이 문제를 책임지지 못하면서 괜히 다른 종단까지 확대시켜서 책임지지 못할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