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과 태고종 사이의 58년에 이르는 지리한 분규를 종식하는 역사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양 종단 사이의 대표적인 분규사찰인 순천 선암사의 분규를 종식하고 정상화한다는 대원칙에 전격 합의했다.

양 종단의 ‘선암사 조계종·태고종협상위원회’ 위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합의를 2월 16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크게보기

순천 선암사는 527년 아도화상(阿度和尙)께서 창건하여 도선국사와 의천대각국사를 비롯한 고승대덕의 주석처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천년고찰중의 하나다.

선암사는 그러나 지난 1954년 이른바 정화(태고종에서는 ‘법난’으로 표현) 당시부터 두 종단간의 분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국가에서 분규를 명분으로 불교도의 성지를 단지 재산으로만 관리하면서 당해사찰은 물론 양 종단을 비롯한 한국불교의 발전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에 따라 양 종단은 불조의 혜명을 잇고, 소통과 화합으로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지난 50여 년간의 선암사 분규를 종식하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대표 협상단을 구성하여 협상을 진행해왔다.

양 종단은 지난 2월 9일 제1차 협상에서 원만한 대화와 합의로 분규를 종식하자는 점에 적극 동의하며, 향후 선암사가 상구보리하화중생의 사찰 본연의 위상과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고, 양 종단간의 분규종식과 선암사를 불교도가 자주적으로 관리한다는데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조계종과 태고종이 ‘선암사 분규상태’가 종식되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한국불교사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크게보기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양 종단은 ‘전통사찰보존법’의 관련규정에 의거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순천시장의 재산관리인 해임을 요청하고, 조계종과 태고종 선암사 주지가 공동으로 재산관리권 인수를 진행키로 했다. 인수 후 관리․운영에 대해서는 향후 협의하여 시행키로 했다. 아울러, 부동산과 성보문화재 등의 일체의 재산현황을 공동으로 조사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제16조(재산관리인의 임명) ①항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전통사찰의 주지가 제6조제2항, 제9조제1항·제2항 또는 제15조를 위반하거나 분규(紛糾)로 인하여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그 사찰의 재산관리인을 임명할 수 있다”로 명기되어 있고, ②항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전통사찰이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되었다고 인정되면 지체 없이 재산관리인을 해임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양 종단이 16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3개항의 합의사항은 △양 위원회는 순천시장으로부터 선암사에 대한 재산관리권을 공동으로 인수한다. 공동인수위원장은 조계종 선암사 주지(덕문)와 태고종 선암사 주지(경담)로 한다. △양 위원회는 선암사의 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응한다. △양 위원회는 선암사의 정상화를 위하여 부동산, 문화재 등 선암사 소유인 일체의 재산현황을 공동으로 조사한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