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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월곡동 산꼭대기 청소년센터는<br>웃음과 행복으로 충만한 극락이었네

이학종 | urubella@naver.com | 2011-01-31 (월) 10:06

진정한 아름다움은 모습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 아무리 아름다운 외양도 아름다운 실천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지혜로움과 자비로움이 함께 갖춰질 때 실현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실천으로 지난 1월 29일 하루, 그들은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산악회 백산백사(百山百寺)의 회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함께 산에 오르고 그 안에 어우러진 절을 참배하며 세상을 이야기하고, 인생경험을 나누던 그들이 ‘좋은 일’을 해보자, 뭔가 뜻 깊은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건 지난해 말경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뜻을 모아 연탄 6500장을 녹천마을 독거노인들에게 한 장의 연탄도 깨뜨리지 않고 전달했고 그 때 각자가 느꼈던 감동과 뿌듯함이 이내 설날 명절을 앞두고 다시금 ‘도졌던’ 것이다.

1월 29일 월곡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자비떡국과 함께하는 어울림의 한마당’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엔 이곳에서 방과후 수업을 하는 조손가정의 청소년과 월곡동 지역 독거어르신 등 120명에게 설날 떡국 한 그릇씩 대접하자고 시작된 소박한 계획이 추진과정에서 큰 행사가 되고 말았다. 정작 며칠 후 설날엔 떡이 없어 떡국을 드시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한 사람 당 약 4킬로그램씩의 떡국떡을 나눠드리기로 하니,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자비떡국을 맛나게 들고 계시는 어르신들. 사진=김진호 기자크게보기

떡국을 나르고 있는 민성진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회장과 이남재 월곡청소년센터 관장.크게보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쌀 8가마 분량의 떡국떡이 마련됐고, 떡국을 드시는 동안 대금이나 소리나 한 소절 들려드리자고 한 것이, 가수로 활동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산백사 총무 혜려 보살의 주선으로 어울림예술단 소속 가수 10여분의 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말 그대로 훌륭한 공연 프로그램까지 마련된 것이다.

이 행사를 주최한 미디어붓다를 통해 백산백사의 떡국 4000인분 봉사 및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뜻있는 분들의 후원이 잇따랐다. 백산백사 회원들의 갹출로는 수백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충당할 길이 막막하던 차에 후원의 손길은 가뭄끝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대한불교보문원의 각별한 배려로 8가마의 떡을 뽑고, 뽑은 떡을 일일이 널어 말리고 또 썰고 하는 과정에서 백산백사 이주영 회장과 김진호, 솜다리 산행대장 등 몇몇 회원들은 녹초가 되어버렸다. 지리산을 밤샘으로 거뜬히 종주하는 철인산악인들인데도 몸살을 앓을 정도로 고된 봉사를 한 것이다.

월곡청소년센터에 내걸린 '자비떡국 어울림행사' 안내 플래카드.크게보기

이날 행사에는 각계에서 푸짐한 선물들이 답지했다. 쌀과 모자 떡국떡, 빵, 초코파이, 냄비 등이 진열돼 있다.  크게보기

백산백사의 훈훈한 보살행 소식을 접한 아이엠에스나노텍 이태형 대표이사가 1백만 원을 선뜻 보내왔고,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민성진 회장이 신라명과의 빵 500인분을 제공하고 직접 행사장에 참석해 떡국을 나르기까지 했다. 이번 행사 추진의 총책임을 맡은 세나라플러스 김우 사장은 후원은 물론 직원들까지 함께 참석해 행사를 원만히 치르는 큰 역할을 담당했다. 연수조경 대표, 플러스창호 우상진 사장 등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고, 백산백사산악회 박백용 고문 등 고문단과 회원들도 힘을 보탰다. 특히 어울림예술단을 이끌고 동참한 혜려 총무와 어울림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한국정통가요예술인협회 류한승 사무총장과 서정선, 노성일 등 가수들, 후원금과 노력봉사를 아끼지 않은 주식회사 고비천의 최병비 대표이사, 행사전체를 비디오로 촬영해 기록해준 사단법인 국제문화예술협회 김인기 회장 등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이밖에도 각계에서 모자와 냄비 등의 후원이 답지했다.

세나라플러스 김우 사장과 주식회사 고비천 최병비 사장이 떡국을 나르고 있다. 크게보기

어르신들에게 공연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이남재 월곡청소년센터 관장크게보기

식전행사로 월곡동에서 활동중인 국악공연단이 열연하고 있다. 크게보기

공연을 하고 있는 백산백사산악회의 혜려 총무. 크게보기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월곡동과 장위동 등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씩 월곡청소년센터로 모여들었다.

102세의 할머니를 포함 예상보다 훨씬 많은 200분의 어르신들이 청소년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는 청소년들을 포함하면 무려 250그릇 이상의 떡국이 소요됐다. 식당이 좁아 순서를 정해 떡국을 드셔야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 자비떡국 나누기가 진행됐다. 맛난 떡국을 드시는 어르신들은 마지막 국물까지 후루룩 해치웠다. 오랜만에 맛본 떡국인지라 표정에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묻어났다.

떡국공양이 모두 끝난 오후 1시부터는 어울림예술단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 식당 옆 공간에서 시작됐다. 비록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유명가수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노래실력과 다양한 공연, 봉사로 단련된 예술단답게 능수능란하게 좌중을 휘어잡고 1시간 30분에 이르는 공연을 이끌어갔다. 이 순간 이들 가수들은 조용필을 능가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본공연에 앞서 유마선원 원장 이제열 법사가 간단한 법문을 하고 있다. 크게보기

주방을 맡아 맛난 떡국을 끓여낸 백산백사의 전문 요리사 3분의 보살님.크게보기

102세 할머니.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고령 할머니시다. 끝까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셨다. 크게보기

어르신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박수와 웃음, 그리고 춤을 추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 순간만은 모든 근심걱정을 놓아버린 듯했다. 마침 유마선원 원장 이제열 법사가 격려차 참석해 간단한 감로법문까지 들려주니, 노인들에겐 이 날처럼 좋은 날은 없어보였다.

주방을 맡아 고생한 백산백사의 ‘전문 요리사’ 세 보살님들은 요리솜씨 못지않게 공연장에서도 분위기를 띄우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백산백사 회원들도 박수를 치며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즐거운 공연, 행복한 표정, 이날 월곡청소년센터는 극락세계였다. 크게보기

이날 떡국나누기와 공연을 준비한 주역 백산백사 회원들.크게보기

푸짐한 선물보따리를 나눠주고 있는 장면.크게보기

4킬로그램의 떡국떡과 빵, 초코파이 등이 든 푸짐한 선물까지, 돌아가는 길에 한 봉지씩 받아든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남재 월곡청소년센터 관장은 행사가 끝난 후 “아마도 오늘이 우리 지역 어르신들께서 지금까지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하루였던 것 같다”며 “이 어르신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건강하게 장수하며 사실 수 있도록 미디어붓다 백산백사산악회가 내년에도 우리 센터를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디어붓다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백산백사산악회의 아름다운 보살행이 있었던 1월 29일의 월곡동 산꼭대기 청소년센터는 말 그대로 극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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