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려 사

정월을 앞두고 바쁘신 와중에도 많은 스님들께서 모이셨습니다. 그만큼 오늘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라고 하는 이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옛 말에 벼락이 쳐도 태연하게 앉아 짐을 싸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혼자 생각하기를 ｢이 일을 한다 해도 나에게는 이익도 없고, 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을 터, 내가 무엇 때문에 이익도 없는 일로 생고생을 할 것인가｣ 라며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유한 말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불교계에는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애타게 외치고, 소신공양으로 시대의 아픔을 절규하여도, 주위 스님들은 태연한 듯이 ｢지당한 말씀인 줄은 알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혹은 ｢시대를 잘못 만났으니 그 또한 어쩌겠습니까.｣ 하며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여러분, 그것이 오늘날 한국불교 스님들의 믿기지 않는 모습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구하려고 하지 않은 채, 물결의 사나움만을 통탄하는 것과 그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스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한국불교의 중흥을 위해 우리 스스로 이 시대 승가의 허물을 드러내어 깊이 반성하고, 더 나은 불교의 미래를 모색한다는 사실이 조계종에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끄럽게도 이쪽에서 무슨 일이든 마음을 내서 일을 하려고 해도, 저쪽에서 금세 견제를 하고 비방을 하는 것이 오늘날 조계종의 믿고 싶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는 이제 마음을 한데로 모아야만 합니다. 마음만 하나로 뭉친다면 남과 북도 하나가 될 수 있고, 한국과 일본도 무릎을 맞댈 수 있으며, 북한과 미국조차도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물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한 길을 가는 스님들이 마음만 모은다면야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지금까지는 승복 소매 자락에 손을 넣은 채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자비심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승가가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몸소 실천하는 스님들이 되어야만 한국불교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승가교육진흥위원회> 스님들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하여 의지를 굳건히 해주신 스님들께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오늘 이 자리가 우리끼리 나누는 단순히 짧은 시간의 담론으로 그치지 말고, 한국불교를 바꾸고 나아가 한국사회를 바꾸는 사상적 실천적 토대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55(2011)년 1월 27일

중앙종회의장 보 선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