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봉정사 극락전 부재 이탈, 구조안전에는 문제없다.”(1월 4일 문화재청)

“절 몇 번 둘러보고 별 문제없다? 궁색한 변명하지 말라”(1월 5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봉정사 부재 탈락을 둘러싸고 정부(문화재청)와 시민단체가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곳곳에 부재 이탈 현상이 발생한 것은 누가 보아도 문제가 심상치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없다는 식의 공세적 해명에 나섰다. 반면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소장 황평우)는 “문제가 없는지 있는지 함께 정밀한 공동조사를 하자”고 제의했다.

국보로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왠지 정부와 시민단체가 뒤바뀐 모습이다.

문화재청은 봉정사 극락전 부재 이탈현상, 수지처리 문제 및 붕괴 우려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지난 4일 유형문화재과장 명의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봉정사 극락전 곳곳 부재 탈락中」(미디어붓다/1.3.)「봉정사 극락전 목재 곳곳 ‘이탈현상’」(문화일보/1.4) 등과 관련한 문화재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1월 3일 및 1월 4일에 걸쳐 봉정사 극락전 부재 이탈현상, 수지처리문제 및 붕괴우려와 관련해 전문가 현지 확인조사 결과, 안동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 1972년 이전 수리시 기존 부재의 갈라진 틈새를 충진한 목재편이 이탈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탈부재는 폭 1㎝내외 길이 30㎝내외 크기로, 1972년 이전 보수공사시 기존 부재의 갈라진 틈을 전통방식대로 새 목재 편을 다듬어 충전(대신 끼워 넣음)한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틈새가 벌어져 빠져나온 것으로 건물의 구조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또 “최근 2003년 해체수리를 하면서 당시 원형보존의 기본방침에 따라 가능한 한 기존 부재를 재사용하면서 불가피한 경우 목재 부식부위는 제거하고 수지로 보강했는데, 수지충전 보강부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문화재청은 이탈 부재 편을 옛 방식대로 보완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봉정사 극락전의 훼손이 심각하다며 정밀한 대책 필요성을 제기했던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봉정사 극락전에 대한 문화재청의 발표’에 다음날인 5일 즉각 재 반박문을 발표했다.

‘봉정사 극락전에 대한 문화재청의 반박에 재반박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반박문에서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문화재청은 봉정사 극락전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2011년 1월 4일 단 몇 시간의 현지조사를 한 후 급조된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며 “현지조사는 문화재청 추천인사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를 한 본 연구소와 공개적으로 실시해야 공정성이 있다”고 일축했다. 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또 “육안으로 확인한 최소 5곳의 부재이탈과 배불림 현상이 있다고 밝혔지만 문화재청은 2곳의 이탈부재 (폭 1㎝내외 길이 30㎝내외 크기)에 대해서만 1972년 이전 보수공사시 틈을 막는 충진 부재가 이탈했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7년 전, 전면 해체보수를 하면서 30년 전(1972년) 전면 해체공사를 한 곳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없이 전면적인 해체 수리공사를 했다는 것인데 바로 이 점이 부실 문화재보수 공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사실 나머지 3곳에 대한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건물에서 가장 하중을 많이 받는 기둥과 창방(건물 전면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부재)이 내부에서 말려나오기(배불림 현상) 때문이며, 이런 현상이 수지공법 때문인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해체 점검 등의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구소는 또 “문화재청이 현지방문 후 밝힌 입장은 궁색하고, 극히 일부분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며,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점검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고, 7년 전 전면해체보수가 사실상 부실 공사였음을 시인하는 결과를 확인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어 “구조안전과 수지기법에 대해서도 지붕하중을 이기지 못해 배불림 현상이 진행되는 원인을 밝혀야하며, 수지기법에 대한 과학적 점검도 분명히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특히 “한국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構造)와 의장(儀裝)인데, 의장이란 쉽게 말해서 부재와 부재의 결구(짜맞춤)의 아름다움이며, 흔히 우리는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논하며 단아하고 아름답게 결구되어 있는 우리의 건축미를 높게 평가하고 감탄한다”며 “바로 이 의장 측면에서 보면 봉정사 극락전은 잘못된 보수 공사로 누더기 국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봉정사 부재 이탈 현상이 미디어붓다를 시작으로 일간지와 인터넷 언론 지상파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광화문 현판 균영 사건, 석가탑 기단 균열 발생 등과 함께 정부의 중요문화재 관리에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