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명박 정부에는 일체 예산 요청 안한다. 또 다른 편법으로 추가 예산안이 편성된다는 얘기가 항간에 떠돌고 있지만, 날치기 예산안이 보완돼서 불교계에 추가 예산이 주어진다고 해도 단호히 거부할 생각이다.”

조계종이 템플스테이 예산안과 관련해 조계종은 12월 13일 오전 11시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나라당 규탄에 따른 배경 설명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기획실장)은 “마치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만을 문제 삼는 것으로 잘못 인식될 여지가 있어서 충분한 배경 설명을 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말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했다”며 “우리가 문제시 삼는 것은 정부와 한나라당 4대강 사업 강행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했다는 것, 그리고 민족문화에 대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인식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담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시작돼 이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국의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불교계에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정부 여당은 간주하고 있다”며 “템플스테이뿐만 아니라 팔공산역사공원, 울산역 통도사 병기 문제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몇몇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에 국가정책이 아무런 원칙도 없이 바뀌어가는 실정을 보면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게다가 예산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정부측 인사들이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지켜보면서 절망에 가까운 심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원담 스님은 이어 “이제 조계종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불교 본연의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그 어떤 예산 요청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담 스님은 또 “항간에 편법으로 추가로 예산을 지급하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날치기 예산안이 일부 보완돼서 불교계에 추가 예산이 주어진다고 해도 단호히 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담 스님은 “그동안 불교계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고, 타종교인들의 불교 폄훼 및 공격을 받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관용과 조화를 위해 너무도 많은 것들을 감내해왔다”며 “불교는 언제까지 항상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원담 스님은 “그동안 불교계는 아무런 대가없이 불교 재산을 국가에 제공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정당한 권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사찰 관련 규제를 단호히 배격하고 유물실에 방치된 국립박물관 불교문화재 반환을 추진하는 한편 신규 발굴 문화재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담 스님은 “앞으로 불교 스스로의 힘으로 불교문화를 보전하고 불교 본연의 활동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사찰에서 어려운 이웃을 보듬고, 정치인 대신 국민과 이웃종교인, 시민사회단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4대강 사업에 반대의 기치를 들고 자연의 가치를 일깨우는 활동을 함께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