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대강백으로 칭송됐던 탄허 스님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들어선다.

금강선원 이사장 혜거 스님은 오는 11월 26일 오전 11시 ‘탄허대종사 기념박물관’(이하 탄허박물관)을 강남구 자곡동에 개관한다고 밝혔다.

혜거 스님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탄허박물관 개관은 불교역경사에 큰 업적을 남긴 탄허 스님이 남기신 유물을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후학양성’이라는 스님의 유지를 계승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곳에서는 스님이 남기신 뜻을 계승하여 그동안 단절됐던 한문학의 재정립을 통해 불교의 전통적 문화를 창달하고 민족정신문화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인재불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탄허박물관은 이미 개관 전부터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건물의 외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탄허박물관은 용산 전쟁기념관을 설계한 건축가 이성관 씨가 설계했다.

4층 건물에 건평 450평 규모로 설계된 이 박물관은 단청과 목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전통사찰에 현대식 건물이 가미된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또한 건물 외벽의 한 면에는 금강경을 한자 한자 새겨 넣은 유리벽돌로 가득 채웠다. 또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법당은 기둥을 모두 없애고 공중에 떠있는 형태지어 탄허 스님의 법명에 있는 텅빔, 즉 ‘虛’의 의미를 표현했다.

기념관 입구에는 녹슨 108개의 기둥을 세워 번뇌망상을 떨치지 못하고 들어온 대중이 탄허 스님의 사상에 감화를 받아 번뇌를 모두 씻어버리고 큰 원력을 갖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또 2층 전시실에는 탄허 스님이 출간한 15종 74권의 저서와 140점의 서예, 비명 탁본, 사진, 유물 등과 함께 스님이 아끼던 고서 4,000여권이 전시된다. 박물관 외에도 법당 교육관 강사실ㆍ강의실도 마련됐다.

혜거 스님은 “건물 각 층에 달려있는 방산굴, 일소대 등의 이름은 모두 탄허 스님의 수행처였던 곳”이라며 “탄허박물관이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탄허 스님의 사상을 직접 배우고 느끼고 수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물 곳곳에 스님의 사상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허박물관 개관의 진짜 의미는 건물 외양이 아닌 앞으로 이 건물에서 전개될 내용들이다. 혜거 스님은 “건물 외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짓게 된 것은 탄허 스님의 평생 염원이셨던 인재불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혜거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탄허박물관은 50년 전 탄허 스님과 그 제자들이 약속했던 ‘10년 결사도량’의 초석이다.

“1958년부터 61년까지 영은사를 3년결사도량으로 삼고 탄허 스님이 화엄경을 설하셨는데 그때 탄허 스님 밑에서 공부했던 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3년은 너무 짧다, 10년 결사는 해야 한다’고 스님께 청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후일 다시 모여서 10년 결사를 맺자고 약속했는데 결국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채 스승을 보내고 말았죠. 저는 금강선원을 열면서부터 결사도량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그때부터 계속 결사도량을 준비해왔습니다. 이번에 오픈하는 박물관은 1차적인 불사이고, 박물관 뒤에 확보된 4000평 부지에 금강선원을 신축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불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불전번역 전문 연구소’를 개원할 계획이다.

“유교에는 지곡서당 같이 좋은 한문교육기관이 있죠. 지곡서당 또한 매우 많은 비용이 드는 기관이지만 그곳의 출신들이 학계를 장악하면서 한국 한문학의 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나 또한 그런 기관을 불교계에다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스승의 뜻을 잇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을 길러서 훌륭한 그릇을 만들어내는 것’이 탄허 스님의 일생의 염원이셨습니다. 그곳에 전문적으로 불교한문을 공부할 사람들을 양성해서, 그 연구소를 수료하면 이들이 계속 이곳에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혜거 스님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탄허박물관 개관은 ‘탄허 기념불사’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혜거 스님이 구상하는 탄허 기념불사의 진짜 완공일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