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의 순교와 법흥왕의 불교공인 과정의 의문을 풀어줄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된다. 이 논문은 신라의 불교공인과 불교와 풍류도의 성공적 습합의 사상적·종교적 배경을 밝히는 논문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표자는 이도흠 교수(한양대). 이 교수는 오는 13일 불광연구원이 주최하는 ‘제5차 학술연찬회’에서 자유주제 논문발표를 통해 ‘이차돈의 가계와 신라불교의 수용’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논문은 법흥왕과 이사부의 갈등과 경쟁관계, 그 팽팽한 긴장이 이차돈의 순교로 일시에 무너지고 법흥왕의 승리와 불교공인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차돈의 가계를 정밀한 고증을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밝혀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 구체적인 과정이 알려지지 않은 채 막연하게 알고 있던 신라의 불교공인 배경이 학술적으로 다뤄지는 첫 논문이기 때문이다.

크게보기이도흠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차돈은 내물마립간의 5세손으로서 우리가 우산국과 가야를 정벌한 장군으로 알고 있는 이사부의 조카다. 당시 신라 정치는 탁부와 사탁부가 권력을 분점한 이원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6세기경 탁부와 사탁부의 수장이 이사부와 법흥왕이었다.

이사부와 법흥왕은 왕위계승을 놓고도 내물왕계와 지증왕계로 맞서고 있었으며, 이들은 사상에서도 풍류도 대 불교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사부를 수장으로 한 탁부/풍류도/내물왕계의 반대로, 말년에 왕위를 내놓고 스님이 되고 모든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의 계율을 모든 백성에게 교시로 내릴 정도로 불심이 깊었던, 사탁부/불교도/지증왕계의 수장인 법흥왕이 왕위에 오르고서 15년이 되도록 불교를 공인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이 교수는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양자의 대립은 사탁부/풍류도/내물왕계에 소속된, 이사부의 조카였던 이차돈이 순교함으로써 무너지게 된다고 밝혔다. 당시까지 가문의 유일한 혈육인 이차돈이 순교하자 이사부는 조카를 죽인 죄책감으로 불교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법흥왕은 이를 계기로 불교를 공인하여 불교를 수용하는 한편, 이사부를 비롯한 신권/탁부/풍류도/내물왕계를 제압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도흠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법흥왕은 불교를 왕권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삼는 한편, 골품제를 시행하여 지증왕계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체제를 확고히 하며, 이후 실제로 지증왕의 후손만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치적 배경에서 불교는 공인된 이후 빠르게 풍류도와 습합하여 하나가 되고, 이에는 용신앙을 믿는 세력이 왕권에 반대했다가 황룡사에 용왕당을 배치하자 호법용이 되는 것처럼, 모든 대립과 갈등을 한데 아울러 하나가 되려는 신라인의 속성이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볼 때, ‘지금 여기에서’ 재앙을 없애고 현실 삶의 복을 불러올려는 제재초복(除災招福)의 풍류도와 밀교의 신주적(神呪的)인 즉신성불(卽身成佛) 사상이 서로 어울려 산신과 용신 등 재래 신격과 부처님이 한데 어울려 중생의 고통을 멸하고 구제한다 생각하였고, 산신당과 용왕당이 있던 자리에 절을 짓되, 산신각과 용왕당을 절 안에 포용하였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이 교수는, 사상적으로 볼 때에도 풍류도와 불교 모두 궁극의 실제인 천(天)과 일심(一心)을 추구하며, 인간관에서도 티끌을 지우듯 망령된 생각만 없애면 맑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듯 부처와 밝은이가 된다고 생각하였고, ‘A or not-A’의 이분법이 아니라 ‘A and not-A’의 퍼지(fuzzy)식 사유를 한다는 것도 두 흐름이 대립하지 않고 하나로 습합될 수 있었던 특징임을 이 논문에서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