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수륙재가 10월 23일 삼각산 진관사에서 봉행됐다. 진관사는 개산 1000년을 기념해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에 걸쳐 1397년부터 거행된 국행수륙대재를 재현하고, 23일 오후 1시부터는 불광동성당에서 연신내사거리, 진관사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태조 이성계의 어가행렬을 재현하는 퍼레이드를 벌였다.
크게보기

진관사는 조선초 국가의 수륙재를 봉행하는 수륙사가 설치됐던 유서깊은 사찰로, 수륙재는 물이나 육지에 떠도는 외로운 영혼들에게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풀어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의식이다.

수륙재는 불심이 두터왔던 양나라 무제(502~549)가 유주무주(有主無主)의 고혼들을 구제하는 일이 제일 가는 공덕이라 여겨 지공(誌公)에게 ‘수륙재의문(水陸齋儀文)'을 짓게 하고, 재를 베푼 것에서 유래하였으며, 이후 당(唐), 송(宋)을 통해서 크게 성행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태조 23년(940) 12월 수륙재가 거행된 것을 시작으로 광종 21년(970)에 갈양사에 최초로 수륙도량(水陸道場)이 개설되었으며, 이후 11세기경 중국으로부터 수륙재 의식 절차를 기록한 의문집(儀文集)이 번역되면서 크게 성행하게 되었다.

크게보기

조선에 이르러서는 태조가 1397년 진관사에 59칸이나 되는 대규모 수륙사를 건립하고 매년 두차례씩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를 봉행하도록 했다. 태조는 고려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피살당한 고려 왕씨들의 영혼을 달래고 조선왕조의 기틀을 바로 잡기 위해 수륙재를 봉행하도록 하였다.

조선시대에 견암사와 관음굴 등에서도 수륙사를 중심으로 국가적 수륙재가 봉행되었지만 진관사는 적극적인 왕실의 지속적인 후원을 배경으로 수륙도량 중에서도 가장 번성했던 사찰로 꼽힌다.

크게보기

하지만 조선중기로 접어들면서 진관사 수륙재는 중단되었고, 최근에 이르러 진관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수륙재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다. 현재 진관사 회주인 진관 스님은 조선시대 수륙재를 복원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82년 자운 스님의 증명 하에 수륙재를 복원, 매 윤년 윤달에 진관사 수륙재를 봉행해오고 있다.

진관사는 지난해부터 수륙재의 학술적 의미를 고찰하는 국행수륙대재 학술세미나를 거행해오고 있으며, 경내의 북서편에 위치한 조선시대 수륙사 터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