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승가 내에서는 물론 율원에서조차 이같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율원을 찾는 학인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어 기존의 율원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고, 계율을 전공하는 스님들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조계종의 위기를 계율의 붕괴에서 찾는다. 스님들의 바른 지계행을 찾아볼 수 없어 승가는 타락하고 불자들의 귀의심도 엷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가 사회적 의제에 답변을 못하는 원인도 계율 연구의 부진에서 찾는다. 율학을 전공한 스님도 찾아보기 힘들고, 스님들이 쓴 율학 전문서적도 거의 없다보니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불교적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戒로 인하여 定이 생기고 定으로 인하여 慧가 생긴다’고 했는데, 조계종에는 慧만 있고 戒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계율의 위기를 외치는 이 시기에 『조계종 단일계단 30년』이 발간됐다. 조계종은 단일계단 30년 발간을 기념해 ‘출가자의 계율정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율장연구회 회장 철우 스님은 “이번 토론회가 교단에 계율정신이 분명히 살아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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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율학 전문가 스님 3명이 현대 비구계의 문제점, 비구니계의 정신, 대승보살계 정신의 부활을 주제로 각각 발표를 했다.

‘한국의 승가와 비구계’는 송광사 율원장 도일 스님은 “출가할 때 비구계만 주고 생활은 율장에 의한 대로 대중의 삶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바른 승가라고 할 수 없다”며 “오늘날 바른 승가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율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일 스님은 “승가다운 승가가 되려면 계율의 올바른 이해와 율장의 보편적 보급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청정한 승가를 세우기 위한 여섯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비구는 율장과 율의를 몇 년에 걸쳐 익혀 철저한 불교식 사고에 입각한 교육을 받을 것 △보름마다 모든 스님이 반드시 포살을 할 것 △갈마법을 익히고 이를 모든 생활에 적용할 것 △좌차대로 자리를 정할 것 △평상복에 관해 표본을 제시할 것 △각 정진 처소에 계율에 밝은 사람을 의지사로 둘 것 등이다.

‘사분율 348계(비구니계)를 중심으로’를 발표한 중앙승가대 교수 경성 스님은 “비구니들에게만 있는 8경법, 비구보다 100여개 이상 많은 비구니 348계는 비구 혹은 남성이 우월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성 스님은 “비구니에게 부과된 8경법은 법랍에 기초한 승가의 위계질서를 준수하여 2부 승가의 화합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라며 “비구 승가는 비구니 승가보다 먼저 조작되었기 때문에 법랍에 의거하는 승가 고유의 전통에 따라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의 의식과 절차를 존중하며 수순하는 것으로 전통에 동참하고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화합을 도모하게 되었다. 이는 먼저 출발하여 조직의 정비를 갖춘 승가에게 공경과 존중의 예를 갖추며 수순하기 위한 것으로, 세속적인 나이나 출신성분, 학력 등에 관계없이 뒤에 출가한 후배가 먼저 출가한 선배에게 예를 갖추도록 한 범례의 차원에서 다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성 스님은 “비구니에게 비구 250계보다 훨씬 많은 348계가 부과된 것은 비구니에게 부과된 차별이나 불합리한 조건이 아니라, 섬세한 감정과 연약한 육체 등 생리적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고 배려한 조치이며 방편”이라며 “비구와 비구니의 계상(戒相)과 조목의 차이는 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제약을 뛰어넘어서 평등한 수행과 깨달음을 실현하기 위한 처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출가자의 대승보살계 정신’을 발표한 통도사 영축율원장 덕문 스님은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할 때 수계산림의 기간과 교육내용을 보다 확대해서 수계가 실제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되게 해야 하며, 수계 이후 최하 5년 이상 계율공부를 통해 (비구가)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은 적어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계율교육의 확대를 강조했다.

덕문 스님은 “현재 계율 경시 풍조가 극도로 만연해서 청정한 지계자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구족계를 중요시해서 그 바탕을 튼튼히 하고 모든 율장을 대승의 입장에서 연구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