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사찰 관리인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관리인 후보를 추천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한다. 또한 독자적인 인사기준에 따라 2년 주기로 평가를 실시하고 기준 미달시 면직하도록 했으며 종회의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다.”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가 봉은사 직영문제의 해결점으로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를 제시했다. 화쟁위원회는 10월 12일 오후 2시 총무원 2층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사찰제도 종합적 개선방안 및 봉은사 운영과 문제해결방안>(이하 봉은사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화쟁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봉은사 소위원회가 제출한 <봉은사 해결방안>을 채택했고, 이날 오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총무원 집행부 및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게 이 내용을 각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화쟁위원회의 <봉은사 해결 방안>은 지난 6월 16일 봉은사 소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이후 6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다.

화쟁위는 <봉은사 해결방안>을 통해 △봉은사 주지 후임 문제는 봉은사가 종단의 인사권을 존중할 것 △종단은 징계 문제 등에 대해 봉은사의 입장을 배려하여 합리적으로 정리할 것 △상호 예의와 격식을 갖춰 종도 앞에 그동안의 부족한 점을 참회하고 화합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한 향후 직영사찰 관리인의 임기는 4년을 보장하고 관리인 임명은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추천받아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봉은사 소위원회 위원장 지홍 스님은 봉은사 주지 임명 및 운영에 관한 문제는 향후 중앙종회에서 법제화할 사안으로, 중앙종회가 이 문제를 잘 다뤄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또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되 차기 관리인 임명 및 운영부터 개선된 직영사찰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찰운영위원회 운영, 살림공개, 중장기 발전계획인 ‘봉은 VISION 2015' 등 기존의 긍정적 성과는 보완하여 계속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선종수사찰로서의 역사성과 역경도량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려나가고 직할교구 활성화, 도심사찰의 롤 모델 창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화쟁위의 결론은 봉은사 문제의 시발점인 ‘직영의 외압 및 타당성’ 부분을 제외한 채 향후 직영사찰의 관리인 임명 및 운영방안만을 제시한 것이어서 “봉은사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직영 지정의 타당성 여부는 간과한 채 부수적인 문제만 다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이번 제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위원회’의 구성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미흡한 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인사추천위원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구성되어야 종도들의 지지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화쟁위) 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도법 스님은 또 “봉은사 직영 문제가 외압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미 봉은사 토론회를 통해 일단락 되었고, 화쟁위는 직영사찰 운영의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데 주력했다”며 “이번에 발표된 해결방안은 총무원과 봉은사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만든 것인 만큼 최상은 아닐 지라도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봉은사와 총무원이 양극단을 버리고 94년 개혁정신의 계승, 한국불교와 지역불교의 균형발전이라는 중도적 관점에서 문제 해결이 이뤄지길 바라는 전제 하에서 <봉은사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며 “이 방안을 통해 여러 갈등이 해소되는 한편 종단 발전을 위한 협력적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화쟁위는 이번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총무원과 봉은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써 봉은사 문제에 관한 공식적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