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학술원 개원 이후 첫 국제학술대회가 ‘간화선’을 주제로 개최되었다. 2010년 8월 12일과 13일 양일 간에 걸쳐서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국내외의 간화선을 학문적으로 전공한 학자들과 간화선을 실참한 수행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가 마련됐다. 불교학술원장으로 있는 로버트 버스웰 교수가 대회사에서 밝힌 것처럼 ‘학자와 수행자 사이의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는’ 모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국의 간화선을 수행을 대표하는 혜국스님, 고우스님, 수불스님, 진제스님의 기조발제와 회향법문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이는 이제까지의 세미나와는 독특한 형식을 갖춘 국제학술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간화선의 수행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법문 자체가 간화선의 한 부분이기에 이러한 형식이 고안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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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선승들의 법문과 세계적인 학자들의 발표로, 1400여명이 넘는, 학술대회로서는 보기드물게 많은 인원이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는 간화선의 학술적인 측면과 수행적인 측면을 동시에 추구하는 불교신자의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한국어로 이루어진 발표와 법문이 외국학자들에게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어 국제학술대회로서의 면모를 갖춘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는 국제학술대회는 간화선을 비교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간화선의 배경, 전개, 그리고 수행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발표자 각자의 발표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혜국 스님 - 간화선의 유래와 수행방법

제1부에서 前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지내신 혜국스님은 ‘간화선의 유래와 수행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를 하였다. 대혜스님에서 간화선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것은 문자로 정형화된 간화선만을 보는 것이고,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간화선을 있어왔다. 이는 부처님때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언어도단, 심행처멸, 교외별전, 불립문자를 그 특성으로 한다. 몰록 깨달으면 祖師禪인 것이고, 깨닫지 못하고 참구한다면 看話禪인 것이다. 간화선에서는 話頭一念이 되어 화두를 타파한 그 자리가 평상심이고, 중도가 된다. 북종신수계열에서 이 자성청정 가운데 청정에 중점으로 둠으로, 점수돈오라고 하고, 남종혜능계열은 자성청정 가운데 자성을 본각으로 두고, 본각에 중점을 둠으로, 돈오돈수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지, 法 그자체에는 돈이니, 점이니 하는 것이 본래없다는 것이다.

“실참과 관련해서 선원에서는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자리를 話頭라고 한다. 또한 간화선은 구하는 세계가 아니고 덜어내는 길이고, 돈오의 길이다. 돈오란 더 이상 덜어낼 것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처음 참선을 할 때 모든 번뇌망상은 바닷물에서 일어나는 파도와 같다고 알아야 한다. 파도를 없애려고 싸울 것이 아니라, 파도는 없는 것으로 바람만 재우면 파도는 그대로 바닷물인 것이다. 간화선은 말이 끊어진 자리이고, 간화선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모든 말과 글은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서 중언부언 허물을 쌓는 일일 뿐이라고 한다.”

로버트 샤프 - 선공안,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

‘선공안, 어떻게 사고할 것인가’를 발표한 로버트 샤프(Robert Sharf) UC 버클리대 교수는 학자들이 공안을 해석의 형태로 다루지 않는 태도는 잘못 형성된 것을, 적어도 일부 공안들은 본래의 의미나 교리적 취지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논증하고자 했다. ‘공안’이라는 용어자체는 宋이전에 사용되었다는 확정적인 증거가 없고, 공안은 명백하게 불교문학, 교리, 그리고 변증법과 밀접한 관련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趙州의 개” 공안은 무정물의 불성과 관련된 공안으로, 전체 공안 전통을 풀어주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개에게 불성이 “없다”는 것은 결국 개의 불성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그에게 놓여진 개념의 덫을 피하기 위한 수사적 전략인 것이다. 즉 趙州는 불성의 교리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제 삼의 “초월적” 입장 또한 피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는 어떠한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 안에 있는 것이고, 초월은 어떠한 초월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해 안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인과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동시에 인과의 법칙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새로운 3자적 입장도 취하지 않으면서 대답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도 또 하나의 공한 기호일 뿐으로, 달은 항상 손가락인 것이다.

그렇다고 선의 공안이 단지 지적 작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재치 넘치는 비논리적 발언들인 것은 아니다. 공안은 선 수행자들이 교리적 고민이나 과제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믿을 만한 선례이자 수사적인 전형인 것이다. 공안문학은, 겹겹이 쌓여온 응답과 비판을 인가하고 통합하면서, 어떠한 틀도 궁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지 않는 선전승과 완전히 부합하고 있다. 선공안은 논쟁에서의 어떠한 입장이라고 보다는, 불교수행에서 당장 중요성을 가지는 인과, 깨달음, 진리, 죽음과 같은 존재론적 주제를 다루는 데 필요한 변증법적 기술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형식과 내용 즉 손가락과 달은 궁극적으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조사”, “부처”, 또는 “깨달음”과 같은 용어가 사용될 수 있는 확고하고 최종적인 지시대상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선수행자들이 공안을 통해서 인식하고 내면화해야 했던 것이다.

미산스님 - 간화선의 3요체와 37보리분법의 5근ㆍ5력에 대한 비교 고찰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은 불교의 핵심 가르침과 실천방법에서의 공통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본 논문은 각 수행전통들 간의 비교연구 또는 수행체계의 변천사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위한 시론으로써, 초기인도불교의 종합적 수행체계인 37보리분법 가운데 5근ㆍ5력과 간화선의 수행의 3요체 즉 큰 믿음, 큰 분심, 큰 의정을 비교함으로써, 각 수행법의 특징과 공통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먼저 37보리분법에서 30가지는 신ㆍ정진ㆍ념ㆍ정ㆍ혜가 각기 차별되어 나누어진 것이고, 여기에 희ㆍ사ㆍ경안ㆍ계ㆍ심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즉 7가지 수행덕목을 제외하면 5근ㆍ5력의 내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5근ㆍ5력의 수행은 수행의 5가지 장애를 극복하도록 해주고, 이들이 조화되어 있을 때 수행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바른 수행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고봉 원묘의 어록인 <선요>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간화선 화두참구의 3요체 가운데 큰 믿음과 큰 분심은 어떤 수행법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지만, 큰 의정은 간화선 만의 독특한 수행원리라고 할 수 있다. 즉 큰 의정이 없으면 간화선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선정수행을 장애하는 의심과 구분됨은 물론이다. 의정은 “알고자 하는 마음”이 간단없이 지속되는 것으로, 단순한 심리현상이 아니라 신체생리적 현상을 동반한다고 한다. 궁금증으로 인해서 몸 어딘가에서 답답한 감각이 생기게 되는데, 이 “답답함”이 의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간화선 수행에서 의정은 깨달음의 역동적인 동인이면서, 진리에 대한 탐구심의 역할을 한다. 즉 의정은 깨달음과 지혜를 발현케 하는 역할을 한다. 의정은 모든 사유를 한 곳에 모으는 응집력이 있으며 이것은 어떤 분별망상도 붙지 못하도록 끊임없는 부정에 의해서 극대화된다. 화두를 참구하는 과정에서 보면, 정념을 통해서 이루어진 의심은 그 힘이 점점 강화되면서 의정으로 나아가고, 의정이 꽉 차서 더 이상 어쩔 수 없으면 의단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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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의 역할은 화두를 놓치지 않고 챙기는 정념의 역할, 사량분별을 쉬고 무심삼매에 들게 하는 몰입의 역할, 근원적 생사문제를 타파하고 대지혜를 성취하는 역할을 한다. 의정의 세가지 역할은 정념, 삼매, 지혜 즉 염ㆍ정ㆍ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간화선의 큰 믿음은 5근ㆍ5력의 신, 큰 분심은 정진, 근 의정은 염ㆍ정ㆍ혜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간화선에서는 대의정을 축으로 대신심과 대분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5근ㆍ5력에서는 염을 축으로 믿음과 지혜, 정진과 삼매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미산 스님은 설명했다.

나타샤 헬러 - 거울을 닦는 도구: 中峰明本의 재가신자들에 대한 가르침에서 화두

高峰 原妙의 제자인 明本과 대혜는 재가 제자들이 실제로 깨달음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明本이 제시한 도의 삼요는 자기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도를 추구함에 있어서 확고히 하는 것에 대해서 정확하게 전념할 것을 요구한다. 화두의 사용은 유교적 의무와 유교의 일부 수양법과도 양립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목표를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종호스님 - 화두의 내재적 구조 一考

하나의 화두를 타파하면 일체의 화두가 타파되어 완전한 깨달음에 얻게 되는 화두의 내적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첫째로 화두참구가 가지는 목표의 직접지향성이다. 화두참구와 같은 단일 행법으로 곧바로 구경의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오직 간화선뿐이다. 간화선은 계위, 단계를 언급하지 않고, 조도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선정력을 강화한 다음 지혜를 살핀다든지, 지혜이후에 선정이 뒤따른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구종심주, 십삼관법, 삼지삼관과 같은 차제의 내용이 없다. 간화선의 핵심은 화두 참구가 전부이고, 오히려 단계를 세우지 않는 것을 본분으로 하는 것이 간화선이다.

두 번째는 화두 자체가 이미 眞法이라는 것이다. 화두자체가 진법이므로 화두타파는 진법의 현현이 된다는 것이다. 즉 미혹한 상태에서 화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매개체이지만, 깨닫고 나면 그대로 진법이 된다. 화두의 형태는 현상계의 모습이나 본질은 이미 실상의 진법을 담고 있다. 즉 이미 실상의 진법이기에 화두의 타파는 실상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화두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두에는 법계일체가 함축되고 연관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화두 타파는 전체의 타파로 이어진다. 마치 하나의 구슬에 일체의 구슬이 비친다는 인드라망의 화엄 십현문이나, 한 생각 속에 삼천이라는 일체 만상이 내재함을 설하는 천태의 일념삼천설처럼 하나의 화두는 법계 전체를 함축한다. 따라서 하나의 화두를 타파하면 온 법계 전체를 알게 되는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목표의 직접성, 자체의 진법성, 일체의 함축성이 화두의 내재적 구조이고, 이로 인해서 하나의 화두 타파는 일체의 타파로 이어지게 된다.

혜민스님 - 돈오의 점진적 체험: 간화선에 대한 현대 한국 선사들의 다양한 가르침

본 논문은 한국 내의 현대 선사들의 공안 참구에 대한 가르침을 송담스님, 성철스님, 수불스님의 가르침에 초점에 맞추어 소개했다.

송담스님에 의하면 화두수행은 의심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이 난다고 한다. 의심이 없으면 수행자는 활구가 아니라, 사구를 가지고 참구하는 것이 된다. 화두참구의 핵심은 공안의 물음으로부터 의심을 만들어내고 그 의심을 집중적으로 관조함으로써 의심이 점차 절대적인 최고점까지 확대되어 나가는데 있다. 화두 수행과 호흡과 조화시키는 방법은 송담 스님의 특징적인 교습이다. 이는 잡념을 방지할 뿐 아니라 상기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의심을 유지할 수 있을 때는 화두를 반복해서 암송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화두는 결코 진언같은 암송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독이 깨지는 것처럼 깨달음의 순간은 갑작스럽고 순간적이라고 언급하면서 “돈오”를 지지하고 있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화두는 마음의 집중만을 위해 채용된 의미없는 임의적인 구절이 아니다. 적절한 화두는 쉽게 의심을 일으킬 수 있지만, 반대로 적절하지 않으면 수행자를 완전히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화두가 공안과 독립적으로 고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수행자의 깨달음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서 세 가지 질문을 하였는데, 첫 번째는 수행자가 활동하거나 고요히 머물거나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화두를 참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꿈을 꾸고 있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화두를 들 수 있는 상태 즉 몽중일여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꿈을 꾸지 않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화두를 들 수 있는지 즉 숙면일여가 가능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세 가지 질문은 화두 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에 중점을 질문으로, 서양이나 일본임제종에서 보듯 공안을 단계별로 풀어야 되는 수수께끼처럼 여기는 경우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성철스님은 깨달음 이후에는 닦을 것이 더 이상 없다는 “돈오돈수”의 주장을 한다.

수불스님은 수행자의 마음에 의심을 촉발시키는 방법에 큰 특징이 있다. 수불스님은 의심을 일으키기 위해서 공안을 반복해서 되새기지 말고 공안의 답만을 찾도록 가르친다. 일단 수행자가 공안의 전체적인 배경과 그 질문을 이해하면, 그 질문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단지 답을 찾는 데만 열중해야 된다. 수불스님에게는 준비단계로서의 수식관 같은 수행법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망상을 그대로 두고 화두를 참구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화두 수행은 온몸으로 체득되는 것이다. 정신적인 체험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체득과정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이덕진 - 간화선의 ‘한국적’ 이해 - 보조 지눌과 진각 혜심을 중심으로

본 논문은 한국적 토양에서의 간화선을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지눌과 혜심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지눌’과 ‘간화선’의 관계와 관련해서 지눌은 한국에 간화선을 도입하고 소개한 최초의 인물이지만, 간화선을 돈오점수와 선교일치로 대표되는 그의 선법을 보강하는 좋은 재료로 여겼을 뿐, 자신의 선법의 독창적이고도 본질적인 내용을 고수했다. 지눌을 간화선 일변으로 정리될 수 있는 사상가가 아니며,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인 선사상을 일으킨 유일한 존재로써 보다 종합적이고,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지눌’과 ‘혜심’의 관계에 대해서 혜심은 지술의 간화선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이고도 본격적인, 본래적인 의미의, 간화선풍을 최초로 고양했다. 따라서 간화선 진원지를 중심으로 놓고 본다면, 한국 간화선의 실질적인 창시자는 혜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한국적’과 ‘간화선’ 사이의 함수관계에서 우리나라의 구산선문은 모두 조사선을 원류로 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달리 조사선을 화엄불교에 바탕을 두고 수용하고 전개하는 가풍을 가지고 있었다. 조사선을 중심으로 선교를 아우르는 융화의 특징은 간화선이 도입된 이후, 고려, 조선, 현대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한국불교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