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머물지만 허공과 같이 해서

연꽃처럼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마음을 깨끗이 하여 저 언덕으로 가는

위없는 스승에게 머리 숙이옵니다

處世間如虛空

如蓮花不着水

心淸淨超於彼

稽首禮無上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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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축전에 참석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법어를 통해 발표한 게송이다. 불교계의 수장 자승 스님의 법어에서처럼 만해 선사는 시나브로 연꽃같은 사람, 그리고 위없는 스승이었다. 이는 어쩌면 상징적인 사건이다. 만해의 위대함, 만해의 업적에 대한 가치가 비로소 그의 본가(本家)에서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에….

이런, 만해처럼 연꽃을 닮은 사람들이, 8월의 인제로 모여들었다. 인제는 연꽃 같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연향으로 충만했다. 만해 선사가 평생을 통해 보이신 연꽃 같은 삶을, 닮은 사람들이 제14회 만해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인제로, 만해마을로, 백담사로, 내설악으로 모여든 것이다.

만해의 정신을 이은 이들은 만해 선사를, 또 서로와 자신을 환히로운 모습으로 찬탄했다. 두두물물 부처 아님이 없으니, 서로서로를 찬탄하는 것은 여법한 불공에 다름 아니었다.

“불교의 자비실천 사상과 다르지 않은 로터리의 ‘초아의 봉사’정신을 더욱 실천하여 이웃과 인류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 이동건 국제로타리 2008∼2009년도 회장)

“큰스승이신 만해 스님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이 상의 격려에 힘입어 상에 담긴 큰 뜻을 회향하는데 게으르지 않겠다” (만해대상 실천부문 수상자 성운 스님)

“저는 한용운 선생의 철학에는 타인을 생각해야 한다는 저의 주장이 내재되어 있음을 압니다. 이 만해대상을 휴머니스트 한용운 선생의 그늘 아래 검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 존 랠스톤 소울 국제PEN클럽 회장)

“스승 지훈 선생의 한용운론에서 전개한 바와 같이 ‘선교쌍수의 종장으로서의 만해 선생의 증득이 실천한 민족운동과 서정시로서의 문학을 일관하는 ’님‘에의 가없는 사모는 우리가 이어 받들어야할 큰 문학 큰 시의 길이라고 가슴에 아로새기고자 합니다.”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 정진규 시인)

“만해 선생은 세계사적 안목으로 볼 때에도 20세기를 통해 각 지역 약소민족들의 해방과 자주독립을 위한 운동을 대표할 만한 세계적 위인입니다.” (만해대상 학술상 수상자 존 던컨 UCLA 교수)

“국문학의 연구자로서 이런 저런 몇 가지 상을 받아 본 적이 있지만, 우리 민족혼과 세계평화의 상징이신 만해 한용운 대선사의 정신을 기리는 만해대상 학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내게 있어서는 단순한 광영에 그치지 않고 기쁨 그 자체입니다.”(만해대상 학술부문 수상자 김학성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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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만해축전은 처음으로 백담사 입구 만해마을과 인제읍 두 곳으로 나눠 펼쳐졌다. 명실공히 만해축전이 강원도와 인제군의 축제로 확대된 것이다. 또 이런 변화는 만해축전이 지금까지 백담사와 만해마을 등 불교계 중심이었던 행사에서 강원도와 인제군, 만해마을이 함께 하는 축제로 확대되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12일 오후 4시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인제읍 하늘내린센터 상공엔 대형 애드벌룬이 떠 있고 벽면엔 만해의 시 '알 수 없어요'를 적은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어린이 풍물패의 길놀이가 한껏 분위기를 돋웠고, 시상식장인 대극장은 30여분 전에 자리를 메웠다. 미처 자리를 찾지 못한 참석자들은 복도 계단에 앉거나 로비에서 TV를 통해 시상식을 지켜봤다. 실천 부문 수상자 성운 스님이 주지로 있는 삼천사의 신도 400여명은 대형버스 10대를 이용해 시상식장에 와서 주지스님의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만해대상 시상식 외에도 하늘내린센터에서는 이날 오후 '님의 침묵 서예대전' 시상식과 수상작 전시회 개막식이 열려 관람객들의 줄이 이어졌다.

인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교생 백일장에도 수백 명의 참가자가 몰려 행사장 인근은 오후 내내 인파로 북적였다.

하늘내린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만해대상 시상식을 전후해서는 로비에 전시된 '문인 육필 서화전'의 출품작을 둘러보며 한껏 문향(文香)에 취했다. 이곳에는 전국의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들이 보내온 작품 60점이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다. 시인인 무산오현 스님은 '그곳에 가면'이라는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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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

시민들은 오현 스님의 육필 시를 부착한 나무 조형물 옆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시도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오세영 시인, 박남준 시인 등 이름 난 시인들의 자필시가 하늘내린 센터를 문향으로 장엄했다.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하늘내린센터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신흥사 한주 무산오현 스님, 신흥사 주지 설송 스님, 낙산사 법주 정념 스님을 비롯해 주호영 특임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장관 내정자, 강기창 강원지사 권한대행, 이기순 인제군수, 이재명 성남시장, 최덕용 인제군 의회의장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만해대상 시상식과 만해백일장이 인제읍내로 장소를 옮겨 치러짐에 따라 만해마을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문학행사와 세미나들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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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교한 '만해시인학교' 참가자들은 만해의 숨결이 배어 있는 백담사를 답사하고 저녁 늦게까지 불을 밝히며 강사진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오전·오후로 나눠 계속 이어진 문학·학술 관련 세미나도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1일 오후 6시부터는 유심작품상 시상식과 신인추천작품 시상식이 만해마을 수련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유심작품상에는 권기호 시인과 김교한 시조시인이 특별상을, 김초혜 시인이 시부문, 조동화 시조시인이 시조부문, 서준섭 문학평론가가 평론부문을 각각 수상했다.

12일에는 현대시학 심포지엄, 경남시조시인협회 심포지엄, 계간 시안 심포지엄, 현대불교문인협회 심포지엄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