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담불라 승정(僧正)이자 스리랑카 비구니종단 설립자인 이나말루에 수만갈라(I. Sumangala)대종사가 7월 21일 ‘한-스리랑카 불교우호협회’(이사장 김효율) 초청으로 내한했다. 수만갈라 승정은 방한 2일째 백양사 주지 시몽스님의 초청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수만갈라 스님은 22일 장보고가 세운 천년고찰 서귀포 법화사에서 시몽 스님과 한-스리랑카 불교협력 및 관련 관심사에 대한 특별대담을 가졌다.

두 스님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가운데 마치 오랜 지기가 만난 듯 담소를 나눴다. 최근 기독교 교세에 밀려 어려움에 처해있는 한국불교가 찾아야할 타개책을, 기독교를 앞세운 영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불교국가로서의 면모를 구가하고 있는 스리랑카 불교로부터 배울 점을 물었다. 수만갈라 스님도 최근 스리랑카 불교의 한국전파와 스리랑카 노동자의 한국내 종교활동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두 스님의 대담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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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스님; 제주도는 처음 방문하십니까?

수만갈라; 그렇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몇 차례 왔지만 제주도에 와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를 아름다운 제주에 초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몽스님; 평소 스리랑카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침 스리랑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스님께서 방한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한-스리랑카 불교우호협회에 부탁해 이렇게 모시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까지 내려오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스리랑카 불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첫째, 스리랑카 승가(僧家)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불교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남동아시아의 테라바다 불교의 수행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어서입니다.

수만갈라; 스리랑카 승단의 스님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스님들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 가서 봉사에 주력하고, 직업교육도 시키고, 복지활동에 앞장서는 등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입니다. 사실 스님들의 절대 다수는 이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 부류는 메디테이션, 즉 명상수행에 전념하는 스님입니다. 이 스님들은 오직 풀타임 명상수행만을 합니다. 이들은 숲속에 살며 위빠사나 수행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는 200∼3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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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스님; 저는 그동안 대부분의 스리랑카 스님들이 명상수행에 전념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식으로 분류할 때, 교화승과 수행승 가운데 교화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교화승들은 어떻게 수행을 하고 있습니까?

수만갈라; 스리랑카에서는 모든 불교적 행위를 수행으로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어째서 명상수행만 수행입니까. 사회현장에서 교화하고, 가르치고, 봉사하는 것이 다 수행입니다. 명상수행에 비해 조금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도 가르치시길 어디든지 가서 불법을 전하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각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시몽스님; 세계불교대회 등에서 스리랑카 스님들이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행사를 주도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스리랑카 불교의 높은 수준과 적극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 스리랑카 불교의 장점을 한국불교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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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갈라; 그렇습니다. 저도 스리랑카 스님들이 세계 기구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리랑카 불교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스리랑카의 장점이 세계 각지의 불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용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몽스님; 그런 의미에서 스리랑카의 테라바다 불교에 대해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수만갈라; 열반에 이르는 길은 크게 3가지가 있다. 마하야나(대승), 히라야나(소승), 바즈라야나(금강승)가 그것입니다. 각자 자기들의 전통에 따라 열반에 이르는 길을 가는 것입니다. 어느 길을 가도 좋은데, 각 나라마다 관습이 다르고 기후와 성격이 다르니 그것에 따라 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스리랑카의 테라바다 수행방법이 오리지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대승불교는 조금 변화(조정)된 것입니다. 조절된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은 인도에서 태어났고, 스리랑카는 인도와 지리적으로, 또 기후도 비슷한 곳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인도와 모든 것이 다릅니다. 조건에 따라 모든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그것은 또 당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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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스리랑카 불교는 늘 팔리 경전에 의지해왔습니다. 팔리 경전은 부처님의 경전입니다. 따라서 모든 테라바다 스님들은 팔리 장경을 따릅니다. 스리랑카뿐 아니라 태국, 미얀마 등도 팔리 경전을 반드시 의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리랑카의 모든 스님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팔리어입니다. 그밖에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고, 영어공부도 한다. 그러나 팔리어는 불법을 배우고 가르치기 위해서 공부합니다. 스리랑카에서 불법을 설할 때는 팔리어를 사용합니다. 일반인들도 팔리어를 알기 때문에 팔리어로 법문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스리랑카 절에 불교학교가 있는데, 이곳에서 팔리어를 무료로 가르칩니다. 스리랑카에는 2만개의 불교학교가 있습니다. 스리랑카에 약 2만5천여 사원이 있으니, 대부분의 절이 다 학교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담불라 사원에도 6세부터 18세까지 1200명이 담불라 사원의 불교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각 절에서 세운 불교학교는 스리랑카 정부에서 지원을 합니다. 책도 무상 제공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부를 위한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단 선생님들은 자원봉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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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스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 스리랑카 불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행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수만갈라; 찬팅(부처님 찬탄)이 대중적인 수행법이고, 보리수나무에 예배하는 것도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행해지는 수행법입니다. 생활 속에서 부처님을 늘 찬탄하고, 보리수나무를 찾아 예배하고, 절에 가고, 공부하고, 순례하고, 공양 올리는 것이 스리랑카에서는 다 수행입니다. 또 매일매일 스리랑카 신도들은 절에 와서 스님들께 공양을 올립니다. 스리랑카 절에서는 음식을 만들지 않습니다. 아침과 점심 두 번 공양을 올리는데, 먼저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리고, 그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립니다. 어떤 절에서는 밖으로 음식을 얻으러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탁발인데, 이것이 사실 오리지널 부디즘입니다. 부처님도 탁발을 하셨으니까요.

아마도 스님께서는 명상수행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명상에는 사마타(선정)와 위빠사나(관찰) 두 가지가 있습니다. 사마타는 부처님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의 보살시절에 사마타 수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위빠사나 명상은 고타마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사마타는 불교뿐만이 아니고 힌두 쪽에서 하는 것이지만 위빠사나는 오직 부처님의 수행법입니다. 위빠사나야말로 열반을 목표로 삼는 수행법입니다.

시몽스님; 스리랑카가 쭉 부처님 법을 이어왔지만, 한 때 영국의 지배를 받지 않았습니까. 당시 불교가 부득이하게 위축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948년 스리랑카 독립 당시의 종교분포에서 50% 정도가 비불교도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세계 모두가 부러워하는 불교국가로 회복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수만갈라; 스리랑카는 영국의 통치시절에도 불교의 세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전 국민의 80%정도가 불교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스리랑카 불교신자의 분포가 전 국민의 76%로 파악됐는데, 이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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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지배 당시 스리랑카 불자들의 완강한 불교 지키기가 있었습니다. 왕들의 절대적 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던 사원들이 앞장서서 영국의 통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알렸습니다. 영국의 통치에 반대하는 불교협회가 구성되었고, 거기에 제가 속해있는 담불라 사원이 앞장섰습니다. 또 파아나두라 대론과 같은 중대한 사건으로 인해 불교세가 결코 물러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물론 당시 가톨릭으로 개종해야 고위직에 오를 수 있게 한 조치로 일부 지식인 가운데 가톨릭으로 개종한 경우는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불교가 위축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직전 스리랑카 여자 대통령인 쿠마라퉁가의 할아버지 반다라나이까도 가톨릭으로 개종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집안은 영국 통치가 끝나면서 다시 불교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만큼 스리랑카인들에게 있어 불교는 흔들림 없는 절대적인 신념체계였던 것이지요.

가톨릭이 스리랑카에서 한 일은 병원, 학교를 짓고 각종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밑바닥에 깔린 목적은 선교였지요.

시몽스님; 스리랑카와는 달리 한국에서 불교는 불과 반세기 만에 가톨릭과 개신교로 대표되는 기독교에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스님께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만갈라; 한국의 스님들이 산에만 살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제안합니다. 부디 한국불교가 대도시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유력한 사람들, 부자들, 여론지배층은 다 대도시에 삽니다. 교육받은 스님들이 대도시로 가서 봉사하고 교화해야 합니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21세기 불교는 21세기에 맞는 불교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또 22세기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인터넷 시대, 지식사회로 가는 길에 불교가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합니다. 공부한 스님들은 도시로 나가고, 각 사찰들은 어린이 불자들과 젊은 불자들, 여성불자들의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산중사찰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적응해야 하고, 도시사찰과 산중사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활동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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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스님; 저도 한국불교가 크게 변화하지 않고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한 스리랑카 스님과 대화에서도 한국불교의 변화는 한국 승려만 가지고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한국 스님들에게는 불편한 말이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보다 우수한 스리랑카 스님들이 한국에 와서 불교를 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수만갈라; 그렇지 않아도 내 제자 중에 22세 된 젊은 상좌가 있습니다. 컴퓨터에 밝고, 팔리어, 산스크리트, 싱할라어 등에 능통합니다. 한국어 공부를 시키기 위해 한국에 유학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제자가 시몽스님이 원하는 그런 일을 한국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몽스님;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런데 스리랑카에서도 불교가 포교나 교화에 전념하지 않아 위축된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의 기대는 한국불교가 지금의 암담한 상황을 헤치고 나갈 지혜를 스리랑카 불교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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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갈라; 시몽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스리랑카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사회에 봉사하는 역할을 한 동안 소홀히 했더니 사람들이 불교와 멀어지는 경향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래서 스리랑카 불교계는 그 잘못을 즉시 바로잡고, 열심히 사회활동을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절로 몰려들었습니다. 스리랑카도 한국불교처럼 과거에는 산중에 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독립 후 스리랑카 불교는 생각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기독교에 대항하기 스님들은 위해 도시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했습니다. 요즘은 이런 정책을 더욱 강화해서 불교학교, 직업학교, 인터넷 교육과 같은 첨단교육까지도 절에서 실시하니까 많은 젊은이들이 절을 찾아옵니다.

지금 담불라 사원에서 세운 직업학교(6개월 과정)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약 200여명입니다.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 웨어, 인쇄(프린팅) 등의 전망이 밝은 학과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는 불교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도 훌륭한 수행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예불, 찬탄만 해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사찰이 이제는 복지와 교육의 센터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제는 절이 정책을 바꾸어서 스님과 신도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도시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시몽스님께서 원한다면 역량이 허락하는한 자문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시몽스님; 고마운 말씀입니다. 아무튼 한국불교의 현실을 생각하면 참 걱정스럽습니다. 적지 않은 스님들은 그저 염불과 불공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수만갈라 스님의 생각에 크게 공감합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는 5천년 역사상 한민족 국가를 유지해온 나라입니다. 그러다가 최근 10년 간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이들과 함께 사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로 급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혹시 우리나라에 방문하셔서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만나본 적이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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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갈라; 이 나라의 법과 전통을 따라라, 그리고 이곳에서 존경받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온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한국의 법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만일 이곳 법화사 주변에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해주신다면 얼마든지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보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에 오려고 한국대사관에 비자를 내려면 여러 가지 요구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한국을 오기가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일반인들은 한국에 올 수가 없습니다. 한국정부의 규칙이 그렇습니다. 시몽스님께서 스리랑카 스님들을 이곳에 오도록 하고 싶어도, 한국정부의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시몽스님; 그렇군요. 시차적응도 안 되었을 텐데, 오랜 시간 대화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만갈라; 아름다운 섬,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제주도로 저를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을 인연으로 저희 담불라 사원과 제주 법화사가 좋은 관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스리랑카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감사드리고, 정중하게 스리랑카 방문을 초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