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날, 군위의 둑방에서 소신공양을 올린 한 승려의 법구가 발견된 지 40여일이 지났다. 지난 40여일간 이 스님의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수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의협심이 넘치는 승려의 객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했고, 또 일각에서는 4대강 반대를 위한 민주투사의 ‘분신자살’이라고, 또 한켠에서는 유체이탈의 경지까지 오른 대선사의 분연한 회향이라고 평했다.

그의 입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순전히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이처럼 분분한 논란 속에서 문수스님의 입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7월 9일 오후 4시 만해NGO교육센터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 재가연대 세미나’를 개최했다. 7월 17일 문수스님 추모제와 7월 8일 49재를 1주일 앞두고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문수스님 소신공양의 사회적 의미와 불교적 생명사상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가 전개되었다.

‘문수스님 소신공양의 사회적 의미’를 발표한 박희택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원장(위덕대 불교사회학과 교수)은 문수스님의 속가에서의 삶을 조명하고, 다음으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사회적 의미를 밝혔다.

문수스님은 기독교를 신앙하는 집안에서 자라서, 전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월정사로 출가하였다.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직대통의 사면을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파동으로 인해서 당시 학생회장이 물러나면서 1998년 새롭게 등장한 학생회장을 역임하였다. 승가대 졸업 이후 1년 동안 주지소임을 맡기도 하였으나 이외의 시간에는 참선수행에 집중하였다. 소신공양 이전에 손가락 4개를 소지 공양한 상태이고, 무문관 수행을 회향하면서 소신공양을 결행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박 원장은 “첫째 법(法)대로 행하여 약왕보살의 후신이 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분신자살로 폄하할 수 없다는 점, 둘째 문수스님은 소신공양으로 법사(法師)의 위의를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 셋째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한국불교의 사회적 자아형성에 크게 이바지 했다는 점”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법화경󰡕 ｢약왕보살본사품｣에 나오는 대로 여법하게 소신공양을 하신 모습은 약왕보살의 본보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는 또는 문수스님이 󰡔법화경󰡕에 나오는 법사의 지위에 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수스님 추모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신 수경스님, 생명살림을 위해서 단식을 하신 지율스님에게 우리가 많은 빚을 지고 있듯이, 문수스님에 대해 우리는 한없는 의무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박 원장을 밝혔다. 따라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사회화와 연결되어야 하고, 깨달음의 사회화는 생명살림의 사회화로 계승되어야 한다”고 박 원장은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문수스님의 쓰신 4대강 사업 중지, 부정부패 척결, 서민을 지원하라는 세 가지 유서내용을 각각 지혜의 성취, 용맹의 성취, 자비의 성취로 해석했다. 즉 유서의 내용이 자비일체를 넘어서 자비용일체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인간계획의 허망함을 도마(토마스)복음이 설하고 있듯이, 지금이라도 (4대강 정비사업의) 치수와 이수를 최소화하고, 환경과 참여로 생명의 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잘못된 계획이 무상함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발맞추는 불교계 일각의 진정성 부족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백찬홍 에코피스아시아 운영위원장은 “소신공양이 보통의 자살과는 그 목적과 동기가 차별화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함에도, 여타 분신에 비해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해석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백 위원장은 또 문수스님처럼 대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독립 운동가이자 대종교의 창시자인 나철선생, 천도교 춘천교구장이였던 이도천 선생, 1988년도의 조성만 열사, 범민련 초대의장이였던 강희남 목사의 예를 들었다. 즉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신격화하는 듯한 모습보다는 남은 자들이 유지를 받들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문수스님의 소신공양과 강희남 목사의 자살의 공통점을 MB정부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담지하고 있는 ‘정치적 죽음’ 이라는 사실, 종교지도자의 죽음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수행자에게 자살은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의 거리가 급격하게 좁혀들 때 실행된다고 할 수 있는, 경계해체의 종교적 자기초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왜 지금 시점에서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김 연구실장은 “자살의 일반적인 양상 즉 고통지수와 연동해서 해석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 다음으로는 대안적 해석체계의 부재와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의 경우도 박 원장이 문수스님의 소신공양과 일반적인 분신자살을 이분화하는 서술방식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치적 자살과 종교적 자살을 이분화하는 것은 결국 박 원장이 주장하는 사회적 의미를 희석시키는 것이 되지 않는가라는 주장한다. 그리고 ‘여법하게’ 행하지 않은, 부처님 말씀이나 경전적 해석의 전통에 근거하지 않은 죽음은 ‘생명경시’인가라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김 연구실장은 “이처럼 불교적 수행의 전통을 특화시키는 순간 종교적 배타주의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오히려 더 많은 정치적 죽음들, 불교와 특별히 관계가 없는 것까지도 불교적 가르침의 외연에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신공양의 불교적 해석이 종교적 배타주의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두 번째 발제는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의 ‘불교적 생명사상과 문수스님 소신공양- 문수스님의 방생법회’였다. 우 교수는 소신공양의 불교적 의미를 ‘생명, 비폭력, 방생’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조명했다. 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소신공양은 자신에게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현하는 행위이며, 무명으로 고통 받는 중생에게는 구제를 위한 비폭력 저항정신이며, 가장 적극적이고 치열한 실천적 저항의 모습이다. 또 생명은 열린 관계성을 바탕으로 ‘interbecoming’ 즉 관계 속에서 생성하는 과정이다. 폭력이 관계의 단절이고 왜곡이라면, 비폭력은 열린 관계성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방생이며, 이러한 세 가지 차원에서 보면 소신공양은 관계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이고 이타적 목적을 위한 자기헌신이자 희생이다. 생명존중과 비폭력의 총체적 모습이고, 진정한 방생, 생명의 존엄성, 생명존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희조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는 초기불교에서의 자살의 동기와 유형의 예를 들고서는 그 예 가운데 하나인 󰡔자따까󰡕에서 부처님이 보살로 있을 때 육신을 보신하는 형태의 자살은 보시의 궁극적인 형태 즉 보시바라밀로써 이러한 경향은 대승불교로 전해지고 있음을 제시했다. “초기불교에서 아라한의 성취를 목표로 하는 것과는 달리, 대승불교에서는 붓다의 성취를 목표로 하므로 붓다의 전생이 부각되었고, 바라밀의 윤리가 중시되었다. 금강경의 무주상보시, 법화경의 소신공양은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윤 교수는 또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관계성이라는 연기적 관점과 세간의 윤리와 출세간의 윤리의 구분이라는 도덕적 관점을 함께 염두에 둘 때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출세간의 윤리는 자타의 측면에서 열반의 성취와 중생의 구제라는 목표에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이러한 출세간의 윤리가 정립될 때, 종단과 일반에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교수는 “소신공양의 실천적 의미를 ‘일체의 생명이 생명스럽게 생명을 유지하라는 것’이고, ‘나와 4대강, 중생과 기세간의 관계에 대한 철저한 실천적 자각을 요구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실천적 자각’이 우선되어야 그 이후의 실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추모실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논평에 임했다. 정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소신공양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해한다는 것”이라며 “승려들조차 소신공양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정서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러한 것이 비단 지금뿐만 아니라 󰡔남해기귀내법전󰡕의 지은이인 의정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것이 또 하나의 살생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사무총장은 “소신공양에 대해서 남방불교권과 북방불교권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의 경우 스님은 물론이고 일반인조차도 자살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다른 남방불교국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어 정 총장은 “반면 베트남은 35명의 출재가자들이 소신공양을 한 바 있고, 일본에서도 16세기 15명의 스님이 집단으로 소신한 사계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충담스님이 소신을 한바있고, 중국에서는 혜가가 팔을 자른 일화가 있다. 티벳은 전통적으로 자살을 금지하지만, 중국강점에 항거해서 분신한 스님의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