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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계천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 궁금함에 오랜만에 청계천을 찾았다.

콘크리트 옹벽이 마치 기분 나쁜 협곡처럼 움푹 들어간 청계천의 상류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이 제법 찾아든다.

구간구간 마다 각각의 형태의 분수를 비롯해서 인공개울 주변으로 만들어놓은 인도를 따라 걷는 길은 마치 커다란 분수대 주변을 돌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상류구간이야 지하수를 퍼 올려 뿜어내고 하류의 정수한 물을 역류시켜 흘려보내니 제법 깨끗해 보이고 그 물살을 따라 물고기들까지 노닐고 있으니 얼핏 보면 마치 생태복원을 해놓은 듯 보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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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이 되면 현란하게 발광하는 각종 조명들은 이즈음 연인들이 손 붙잡고 거닐기는 그만인 듯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바라보는 청계천 상류는 온갖 인공의 장치들과 조형물들로 마치 아주 박색한 여인이 분으로 떡칠한 모습이다. 시쳇말로 조명발에 화장발에 이끌려 날아든 사내들 같다고나 해야 할까.

청계천6가를 지나 청계천8가를 지나 9가에 이른다. 개울의 폭이 제법 넓어져있지만 여전히 천변은 담장 같은 옹벽에 갑갑함을 자아내게 한다.

그 벽에는 능소화며 담쟁이넝쿨들을 늘여놓아 그 흉측한 시멘트벽을 가리고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왠지 벽지를 발라놓은 느낌이다.

이곳 구간부터는 사람이 발길이 줄어든다. 특히 요즘은 더위와 땡볕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에 한낮에는 이곳 구간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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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까지 맑아 보이는 개울물을 따라 잉어들이 노닐고 있다. 그리고 청계천9가와 마장동 구간.

그 흉물스런 옹벽이 사라지고 제법 개천의 모습이 드러난다. 천변으로 내려가는 순간, 그래도 제법 맑았다 싶던 개울물이 전혀 딴 판으로 바뀌어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닥이 보이던 개울물은 오간 데 없고 탁도 심한 물밑에서 바닥이 썩어서 생기는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법 개울 흉내를 내며 흐르던 물살 역시 잦아들고 그 위에는 시커멓게 썩은 물이끼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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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20여 미터 아래 작은 보가 물을 가로막고 있어 물살은 느려지고 그래서 물이 갇혀 썩고 있는 듯하다.

다시 천변을 따라 내려갔다. 개천 물의 탁도는 더욱 심해지고 천변에 다가설 때마다 썩은 냄새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곳이 청계천의 중류에서 하류로 가는 구간으로 마장동에서 사근동 구간이다. 상류처럼 천변에 앉아서 물장구를 치거나 개울물에 손을 담그는 모습은 아예 찾아 볼 수가 없다. 천변에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보기 어렵다.

사근동 구간을 지나니 다시 작은 보 하나가 나타난다. 그 천변에는 토종식물 교란종인 외래식물인 가시박 덩쿨이 어지럽다. 이 가시박은 원래 오이나 수박, 참외 등에 접붙이용 대목으로 수입되었다가 지금은 우리나라 강과 천변습지를 뒤덮어버린 유해식물로 지정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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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시박이 점령해버린 곳은 다른 수변식물들이 자랄 수가 없게 된다. 물을 정화하고 강변을 풍성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꾸며주는 갈대나 부들이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뒤바뀐 청계천변은 흉측한 가시박의 독무대다.

지금의 청계천은 애초부터 친환경복원은 염두에 두질 않았기 때문에 이런 토종생태교란종이 오래 동안 자리를 잡고 이렇게 천변을 뒤덮게 된 듯하다.

가시박 무성한 천변 사이로 다시 작은 보에 갇힌 물은 더더욱 그 오염도가 심해 보인다.

문득 MB가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런 대화를 하던 대목이 생각이 난다.

‘한강에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각종 야생조류들이 돌아와 생태계가 살아났다’면서 ‘지금 한강에도 수중보가 있는데 그 수중보가 한강을 맑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강이 맑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난 것은 수중보가 아니라 한강이 수도권의 식수원이기에 그 상류를 오염원에서 지켜냈기 때문이고, 지천 살리기에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지금처럼 수질이 좋아졌다고 관련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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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강은 불행 중 다행인지 몰라도 북한과의 접경지역으로 하구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자연스럽게 생성된 습지가 다시 물을 정화해서 중류에서 하류까지 오염이 되지 않고 흐를 수 있다. 하구언이 없기에 물고기들이 강과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고 바다에서 자란 물고기들이 강으로 와 산란을 하고 바다에서 산란한 물고기들이 강으로 올라와 자랄 수 있는 것이다.

한강의 두개의 보는 단지 유람선을 띄우기 위한 보일 뿐, 실상 한강물의 정화와 수질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한강을 왕래하는 물고기들의 무덤이면 무덤이었지 절대 생태환경에는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시설물이다. 또 수중보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침전물들이 쌓이게 하는 역할을 해서 강바닥을 썩게 하고 있으니 수질개선하고는 더더욱 멀고도 먼 구조물이다.

하구언이 있는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이 죽음의 강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환경과 자연다큐멘터리 몇 편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또 시화방조제를 막아 시화호를 만들었고 결국 그 호수가 바닥까지 완전히 썩었는데, 자신이 현대에 있을 당시 좋은 기술로 다시 시화호를 살려냈다던 이야기는 국민들의 비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시화호가 썩어서 그 방조제를 지나칠 때면 불쾌한 냄새가 진동을 해서 차창을 닫은 채로 지나친 적이 수십 차례였던 것이다. 그렇게 썩어버린 호수를 살릴 길이 없어 수문을 열고 다시 바닷물을 통수시킨 후 그제서야 서서히 시화호가 살아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것은 자연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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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변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하류 부근이다. 여기서 좀 더 큰 보 하나를 발견한다. 가는 길에는 엄청난 깔따구떼들로 가득하다. 하늘이 자욱할 정도다. 천변 자전거 도로를 부지런히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걱정스럽다. 들이마시는 숨에 깔따구가 함께 따라 들어갈까 우려스럽다. 그 깔따구가 안구로 들어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문득, 얼마 전 진해시에 깔따구가 대습격을 했다는 뉴스와 다큐멘터리가 생각이 난다. 진해 신항만 건설장에서 퍼낸 준설토가 썩어 거기서 발생한 깔따구와 파리로 그 인근주민들이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흐르는 물에서는 이런 해충들이 서식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물이 고이고 썩으니까 깔따구 떼들이 기성을 부리는 것이다.

득시글거리는 깔따구 때문 인지 자전거들 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글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지금 4대강구역의 주변 마다 준설토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 모래흙도 있지만 오니토들도 엄청나게 퍼올려지고 있다. 이 준설토가 썩기 시작하면 또 다른 환경재앙을 보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청계천과 중량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제는 시커멓게 썩은 물이끼의 부유물을 보는 것은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 사이로 지느러미가 헐고 피부병을 앓고 있는 잉어 떼들이 종종 보인다.

청계천을 다시 되짚어 걸어 오른다. 천변에 나뒹굴고 있는 물고기의 주검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썩다 못해 말라비틀어진 사체는 죽기 전에 무슨 물고기였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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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썩은 물고기가 나뒹굴고 있는 천변 역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썩은 진흙 위에도 생명이 자란다. 물오리 새끼들이 어미의 뒤를 종종거리며 좇고 있는 모습에서 평화라는 단어보다는 처절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만난 천변의 콘크리트 벽면의 새겨진 대리석 하나. ‘청계천을 복원한 사람들’이란 일종의 공덕비 같은 돌판의 비문이다.

“서울의 600년 숨결 다시 고르고, 천만년 이어나갈 물길을 열어준 분들, 그 이름을 이곳에 새겨 청계천 사랑을 기립니다. 2005년 10월 1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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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부터 청계고가를 철거하는 공사를 시작해 2년 후 2005년 10월에 공사를 끝낸 청계천의 복원공사는 청계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취지의 복원이었다.

하지만 청계천의 대부분은 그 어디에도 자연하고 그다지 닮아있지 않다. 자연형이라 함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하천이 흐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흙이 건강해지고 그 건강한 흙 위에서 수변식물과 수생식물들이 자라서 다시 물을 정화하고 그 안에서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그 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자연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고기가 죽어나가고 흙과 물이 썩고 있는데 자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청계천을 조립하는데도 2년이란 시간을 소요됐다. 그런데 지금의 4대강사업의 공기가 2년이란다.

그렇게 만들어진 4대강이 과연 지금의 청계천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또 청계천을 복원했다는데, 과연 무엇을 복원했단 말인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복원은 보이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물과 화강암 덩어리들의 조립품들만 가득하다.

연간 10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어야 유지된다는 청계천을 보면서 지금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4대강사업은 그 미래가 명약관화한 것이다.

만약 잘못된 사업으로 인해 이 땅의 젖줄인 4대강에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유지해야 한다면 그 앞날은 먹구름 투성이일 것이다.

MB, 지금 4대강 각 유역 마다 청계천에 새겨놓은 공덕비와 같은 비를 세울 것을 꿈꾸고 있는가. 걱정이 천근만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