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이 영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특수대학원을 설립한다. 교육원은 불교영어 대학원 설립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7월 8일 오후 2시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서광스님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 스님과 불교방송 박상필 PD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발제에 앞서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내년 상반기 개원을 목표로 영어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1차적으로 비구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원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응 스님은 이어 “영어대학원은 종단의 지원금으로 학비 전액을 면제하고, 월 5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응 스님은 또 “영어대학원의 학생 수는 학년당 10명 내외, 총 정원은 20명 내외가 될 것이며, 텝스나 토플 점수 등을 통해 영어에 대한 일정 소양을 갖춘 비구니들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광 스님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불교영어 대학원은 2년제 특수대학원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불교영어와 영어불전과 불교 관련 영어논문 습득 등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삼게 되는 한편 각종 명상실습과 심리학, 사회학, 과학과 종교를 통합하는 리더쉽 교육 등을 포함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커리큘럼에 대해 다양한 이견들이 쏟아졌다. 논평자로 참가한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 스님은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불교영어대학원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며 “이 커리큘럼 상으로 볼 때 (대학원에서) 영어로 수행을 하자는 것인지, 해외포교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본각 스님은 “영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미국 현지에 방사를 마련해 UC버클리대처럼 우수한 언어연수프로그램을 갖춘 대학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며, 번역이나 통역을 전담하는 인재는 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에 재학 중인 엘리트 불자 인재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해 ‘불교영어대학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표명했다.

운문사승가대학 강사 명법 스님은 ‘교육목표의 방만함’을 지적했다. 명법 스님은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교육목표가 너무 광범위해 수행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영어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모호하다”며 “글로벌 시대를 맞아 외국에 나갈 기회도 많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이들도 많은 만큼 스님이 영어를 잘하면 충분히 포교에도 효과적이겠지만, 그럼에도 대학원 설립을 통해 우선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가 분명하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법 스님은 “우리 것을 전할 것인가, 그들의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분명히 인식을 해야 하는데, 오늘 제시된 커리큘럼에서는 그런 것들이 모호하다”며 “해외포교를 하든, 불교영어 전문가가 되든, 우리 것에 대한 학습이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불교를 제대로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법 스님은 이어 “현재 강원에서 공부하는 사미니들 중에는 해외연수 경험을 가진 이도 상당수 있고, 해외에서 살다가 온 이들도 종종 있다”며 “영어대학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제대로 홍보되면 이들에게 해외포교나 불교영어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장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 이는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 진우기 원장의 지적이었다.

진우기 원장은 “불교영어대학원을 통해서 영어 통․번역 전문가를 양성할 것인가, 해외 포교 인재를 배출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먼저 정해야 한다. 두 가지를 한 기관에서 배출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진 원장은 이어 “만약 전문 번역가를 양성하려 한다면 이는 전문번역 기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외부의 전문기관에 위탁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 원장은 이어 “영어대학원의 궁극적인 목표가 해외포교 인재 양성이라면, 언어교육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문화 습득이다. 외국인들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건드리고 어루만지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불교의 현지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원장은 ‘영어대학원의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우선 해외인터쉽 과정이 마련돼야 하고, △전통강원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며, △영상언어와 컴퓨터언어 같은 현대인들의 언어 습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해외포교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박영의 충남대 명예교수는 “영어대학원이 번역자, 통역자 양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금 조계종에는 영어를 번역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이같은 인재 부족으로 인해 한국불교를 해외에 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을 맡은 박상필 PD는 “불교영어대학원이라는 명칭은 영어에 국한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앞으로 어학대학원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국제대학원이라는 명칭이 오히려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PD는 이어 “조계종에는 백 수십 개의 해외사찰이 있는 만큼 이들의 1년 정도 현지 사찰에서 부전을 살면서라도 어학연수 코스를 밟을 수 있도록 해외현장실습단계를 반드시 구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원은 전국 비구니사찰을 대상으로 올해 7~8월 영어대학원 설립 사찰을 공모한 후, 1개의 사찰을 지정해 내년 3월부터 개원할 방침이다. 영어대학원은 종단지원금으로 학비가 전액 면제되며, 학생들에게 매월 40~5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내후년에는 비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대학원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영어전문 교육기관의 명칭과 교육과정은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확정될 것이며, 교수사와 학장, 사찰이 선정되면 교육과정 또한 상당부분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