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urubella@naver.com 2010-07-08 (목) 16:34“강은 생명이다. 무분별한 4대강 개발 중단을 촉구한다.”
문수스님 추모와 4대강 개발 중단 촉구를 위한 조계종 승려 5000여 명의 생명평화 선언이 8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발표됐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오전 11시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종교인도지원위원회 명의의 '4대강 지지' 호소문을 발표함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생명평화 선언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81명 전원과 전국 선원의 수좌 등 조계종 전체 승려의 절반에 가까운 스님들이 동참했다. 당초 참가승려는 4812명이었으나, 발표문 작성 이후에도 우편으로 수백 명의 스님들의 동참선언이 접수돼 2시 현재 5000명을 넘어섰다고 기자회견 참석 스님들은 밝혔다. 이 숫자는 사회 현안에 대해 스님들이 의견을 개진한 역대 선언 중 최대다.
조계종 5천여 스님은 직지사 주지 성웅 스님이 낭독한 생명평화 선언문에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자연에 깊이 의존하는지를 몰랐던 무지(無知), 무분별한 개발행위를 방치·동조해온 우리안의 무관심, 무지한 국가지도자에게 생명과 평화의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한 우리의 무능력을 머리 숙여 참회한다”며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대장정에 망설임 없이 나서, 우리 어깨에 내려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화답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5천여 스님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한 수행자가 목숨을 던졌다. 더 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기를 희생했다”며 “지금이라도 생명파괴를 염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스님들은 선언문에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보살행을 이어받아 쉼 없이 정진해 갈 것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4대강 개발 방식을 즉각 중단하고 특정구간 1곳을 시범적으로 실시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한 후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5천여 스님들의 선언이 있기에 앞서 오늘 오전 11시 문수스님소신공양추모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종교인도지원위원회가 4대강 사업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 '선언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에는 이 위원회의 위원장 영담 스님과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이 참석했다. 영담 스님은 회견에 참석 ‘이미 많이 진척된 4대강 사업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여론을 모아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성타 스님이 위원회 위원들을 대표해 ‘4대 강 및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국민통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낭독했다.
호소문에는 ‘4대강 사업은 평균 21%의 공사 진척을 보이고 있고, 특히 보 설치는 42.4%의 공정을 끝낸 현 상황에서 사업의 중단은 더욱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됨은 물론 더 큰 환경재앙으로 귀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편 조계사 5000여 스님 생명평화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화, 도법, 성웅, 지현, 진오, 지관 스님 등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후 4시 현재 총무부장 영담 스님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추후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