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방식의 강원 교육을 고수할 것인가, 현대화된 교육을 새롭게 도입할 것인가. 이 부분은 전적으로 해당 승가대학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게 되었다.

조계종 교육원은 7월 1일 승가교육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조정안은 교육원이 지난 4월부터 수차례의 공청회와 세미나, 승가교육진흥위원회의 내용을 반영, 승가 구성원들의 각종 의견들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조정안은 현대화된 승가교육을 추구한다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승가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7월 2일 교육원장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여러 공청회와 세미나를 거치면서 제안된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 승가교육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며 “전통 강원교육을 고수하든지, 새로운 교육개편안을 받아들일 지는 해당 강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학인들의 수요와 공급이 강원 존폐여부를 자연히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또 앞으로 4년간 지방의 승가대학들은 학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더 많은 학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교육원이 제시한 교육안이 4년후 학인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이 개혁안이 폐기될 것이고, 전통 강원교육방식이 외면을 받는다면 이 또한 자연히 소멸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학인들의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원이 발표한 승가교육 기본안은 총 3개의 조정안으로, 기본교육기관(승가대학) 조정안과 기본교육기관 교과과정, 그리고 전문교육기관(대학원) 설립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4년 유예기간 후 정원 미달 강원 존폐여부 결정”

가장 변화된 부분은 승가대학 존폐여부에 '4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는 점이다. 4월에 발표된 기본안에서는 내년부터 정원 미달 강원의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한 반면, 이번에 새롭게 조정된 안에서는 4년간의 유예기간 후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명시했다.

다만 종단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학인 수, 교직자 수, 교육 시설 조건에 부합하는 지방승가대학(강원)을 기본교육기관으로 인정된 승가대학에 한해서 종단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본교육기관 조정과정에서 폐지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본선원은 그대로 유지되게 되었다. 승가교육 조정안에 따르면 “기본선원은 실참과 이론을 통해 수선에 전념하는 선 지도자 양성을 위한 과정이므로, 선에 대한 확고한 발심과 원력을 가진 사미(니)에 한해서 정예화하여 입방을 허가하여 수선에 전념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현응 스님은 “교육원 측에서는 기본선원의 정원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했지만 선원 수좌들에게 이 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기본선원과 일반 강원 교육의 형평성과 질적 수준을 맞추기 위해 앞으로 선원 수좌대표들과 승가교육진흥위원들의 면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본선원 조정안이 여전히 미완성임을 암시했다.

교육원은 또 승가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통학이 가능했던 삼선승가대학의 운영형태를 변경할 것을 권유했다. 교육원 측은 “삼선승가대학은 개인사찰에서 등하교하는 교육기관이라 기숙을 의무로 하는 교육기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교육기관 위상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삼선승가대학은 대학원으로 전환하거나 기숙형태의 승가대학으로 변경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주6일 수업…과목수 15% 내외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

기본교육 교과과정도 각 승가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또한 지방 승가대학에서 강사를 수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교육원이 이를 파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교육원이 발표한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에 따르면, 기본교육기관은 주 6일, 1학기 16주 수업을 기본으로 정규 교과의 교과목을 이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1일 수업은 2교시 이상으로, 오전 연속 혹은 오전 오후 수업으로 나누어서 실시할 수 있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교육이 의무화되었으며, 한문불전 강독은 주 1회 내지 2회로 편성하는 한편, 초기불교와 아비달마는 한글본을 중심으로 수업하고, 팔리어 및 범어에 대한 기초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인들의 습의, 염불교육도 대폭 강화됐다. 학인들은 매일 조석예불, 참회와 기도, 습의, 대중 운력, 사중소임을 담당해야 한다. 또 각 승가대학은 방학기간을 활용해 습의, 염불의례, 참선, 법문실습, 봉사활동 등 일상 의례 및 수행과 전법에 필요한 소양을 집중 교육해야 하며, 또한 방학기간 중 1주일은 염불의례를 실수해야 한다.

교육원은 이같은 기본안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각 승가대학이 수업일수나 교과목에 대해 15% 범위 내에서 가감할 수 있고, 교과과정 내 교과목간 비율조정도 15% 이내에서 변경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또한 교과목의 특성상 외래 교수를 초청하여 수업이 진행될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교과목간의 수업을 변경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교육원이 제시한 교과목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 강원에서 모든 과목의 강사를 수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문불전의 경우 전통교육을 받은 승려들이 담당할 수 있지만, 빨리어나 산스크리트어, 사회경제학, 세계불교사 등의 과목은 전문 강사진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응 스님은 “현재 불교관련 학문을 전공한 학자들과 300여명에 달하는 석박사 스님들의 연구목록을 정리해놓았다”며 “지방 승가대학에서 강사 수급을 교육원 측에 요청하면 교육원이 이들 강사들을 파견하고 강사비 또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학, 초기불교, 율학대학원은 2년 과정, 한문불전대학원은 3년

승가대학원 기본 학제 조정안도 마련됐다. 여러 논란을 일으켰던 대학원의 명칭은 선학승가대학원, 율학승가대학원, 초기불교승가대학원 설립, 한문불전승가대학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선학, 초기불교, 율학대학원의 학제는 2년 과정, 한문불전대학원의 학제는 3년 과정으로 마련됐으며, 연구과정을 두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둠으로써 각 대학원마다 자율적으로 박사과정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학제와 관계없이 모든 대학원이 입학 후 5년 이내에 연구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제시됐다.

또한 화엄, 정토, 천태 등의 교학분야나 기타 불교 관련 전문분야의 대학원 설립을 원하는 사찰에도 설립운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임을 명시했다.

이상의 승가교육기관 개혁안은 7월 6일 열리는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1차적으로 논의되며, 이후 승가교육진흥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11월에 열리는 중앙종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승가교육 개편은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교육원의 승가교육 조정안은 내년 3월 학기부터 전국 승가대학에서 적용되며, 승가대학원 또한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운영된다.

교육원에서 제시한 승가교육 조정안은 별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내년 3월 첫학기부터 전국 승가대학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강원폐지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상당수의 강원교직자 대표들이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찬성의 의사를 밝혔으며, 강원 운영에 경제적, 물리적 어려움을 겪던 주지들도 종단의 지원하에 교육기관 재정비가 이루어질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른 승가교육개혁의 혁신안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는, 승가 내부의 협조와 더불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대안 마련에 달려있다.

교육자의 의식 변화, 교육 내용의 향상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32대 집행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