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스님이 떠났다.

수경스님은 불교환경연대 대표와 화계사 주지 등 모든 직함은 물론 승적까지 포기하고 11일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수경스님의 떠남은 평소 밝혀온 소신이기는 했지만 막상 결행하자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동안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해온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오늘(14일) 오후 5시 긴급 대표자회의를 소집해 수경스님 공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경스님의 이번 떠남은 그동안 불교환경운동을 이끌면서 가졌던 고민과 한계를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계기로 결단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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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스님께서 쭉 고민을 해왔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를 문수스님이 준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또 “지난 6월 5일 조계사에서 봉행한 문수스님 소신공양 국민추모제에서 한 수경스님의 발언은 대외발표용이 아니라 스님의 속내를 담은 진솔한 발언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경스님의 떠남에는 환경을 비롯해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모두 수경스님을 중심으로 움직여지는데 따른 부담도 일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행사를 하든, 심지어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거기에 따르는 비용문제 등이 모두 수경스님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부담과 화계사 신도들에 대한 미안함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경스님이 불교환경운동을 주도하면서 본의와 관계없이 자신이 부지불식간 권력이 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수행자적 고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불교환경연대 이 관계자는 “수경스님을 다시 모셔온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또한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스님이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것을 결행한 것이므로 더 스님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며 “다만 그 시기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4대강 강행을 천명한 시점이라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수경스님이 빠진 불교환경연대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수경스님이 빠진 불교계 시민사회운동이 어떤 추동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 불교계의 당면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수경스님이 없는 상태에서 실천승가회나 재가연대가 그 빈자리를 메꿔 추동해갈 역량이 있느냐에는 아직은 확신이 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계 환경운동은 수경스님의 부재로 인해 최대의 기로에 서 있게 되었다. 문제는 남아있는 불교시민단체들이 수경스님의 빈자리를 메꾸고 흔들림 없이 활동을 전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더욱이 스님이 소신공양으로 반대를 해도 현 정권이 4대강 강행 의지 밝힌 점이다. 불교환경운동 관계자들은 문수스님 한 분의 희생으로 족하지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수경스님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돌아오도록 노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제 모든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