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맞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등 3대 종교의 수행자와 성직자들이 단식에 들어가는 등 그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오늘(5월 25일) 오후 2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 옆마당에 서울한강선원이 개원돼 불자들의 자연스런 동참이 확산되고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자리에는 조계사 주지 토진스님도 참석해, 지난 촛불집회에 이어 조계사가 4대강 저지의 성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불교를 비롯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 대표들이 4대강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불교계에서는 종회의장 보선스님이 대표로 참석 4대강 반대와 공사의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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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는 서울한강선원 개원법회를 봉행과 현판식을 시작으로 무기한 정진을 시작했다. 서울한강선원 선원장을 맡은 지관 스님(김포 용화사 주지)는 오늘부터 28일 동안 금식기도를 한다고 인사말을 통해 선언했다. 이에 따라 주요종교 대표들이 모두 단식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4대강 개발 반대움직임은 큰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한강선원 개원식에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은 “신부와 목사님도 이 자리에 오셨으니, 4대강으로 인해 종교와 이념의 갈등도 녹을 것 같다”며 “종교계가 하나가 되어 생명살상 행위를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선원장 지관 스님은 “지율 스님의 낙동강 열린선원, 금강 여강선원에 이어 서울 한강선원이 개원하게 됐다며 뭇 생명에게 지고 있는 빚을 갚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성찰 반성”이라고 선원 개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계종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 스님은 “불교에 역행보살이 있는데 MB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외려 관심을 갖게 됐다”며 4대강 반대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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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는 “4대강은 시작, 과정, 결과가 다 잘못됐다. 시작은 거짓, 과정은 폭력, 결과는 죽음”이라고 규정하고 “그러므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 어둠을 저주하지 말고 촛불을 켜자”고 말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심장인 총본산 조계사에 서울한강선원을 개원한 불교가 부럽다. 개신교에서는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그러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과 마음인 딘식을 통해 4대강의 생명을 지키고자 6월 1일까지 단식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 녹색연합 최성국 사무처장 등이 연대사에 나서 “살육되고 있는 생명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자. 환경운동단체들의 역량이 부족해 스님과 신부, 목사님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지만, 더욱 힘을 내서 4대강 개발 저지에 나서겠다”고 각각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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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가수의 ‘생명의 강의 노래’와,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인 임동확 시인의 시낭송에 이어 참석자들은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4대강 개발 저지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우리의 탐욕을 성찰하고, 뭇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일부 토건세력의 이익을 위해 자연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간절한 호소와 외침을 외면하는 독재적 국책 사업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식에 참석한 여강선원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 화계사 주지)인 현판식 후 기도정진에 들어가는 의미에 대해 “유구무언이다.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한강선원 개원법회가 진행되는 도중,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일주문 맞은편 템플스테이 통합정보관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행사를 방해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 중 일부는 개원법회장까지 난입해 스님들을 향해 “저게 빨갱이지 스님이냐”며 고함을 쳐 행사진행자들에 의해 밀려나는 소동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은 특별한 제지에 나서지 않아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