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에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절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런 말은 사실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혹자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다보니 절집도 자본주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따라서 절집에 빈부격차가 나타나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절집에 들어와 횡행하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가장 천박한 점들이 크게 부각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 봄이 왔는데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 자연히 옷의 띠를 느슨히 하는 건

非是爲腰身 몸매 가늘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

흉노의 추장에게 시집간 왕소군의 쓸쓸한 심경을 그린 시이다. 절집에 자본주의가 들어왔지만, 자본주의의 장점이 아닌 문제점만 잔뜩 드러내고 있으니, 자본주의의 장점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봄처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평론>이 의미 있는 주제로 열린논단을 마련했다. 주제가 ‘불교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는가’이다. 연사로 윤성식 고려대 교수가 초청됐다. 우리 시대의 민감한 화두에 대한 불교적 고찰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인 이 달 열린논단은 어쩌면 빗나간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적용에 따른 폐해로 신음하는 절집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달 열린논단은 부처님오신날 준비관계로 하루 앞당겨 세 번째 수요일(19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장소는 불교평론 세미나실(서울 강남구 신사동 512-9. MG타워 3층). 참가비 1만원. 문의: 불교평론 편집실(739-5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