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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스포츠하면 불교도 스포츠하고<br>중생이 정치하면 불교도 정치해야 한다

이학종 | urubella@naver.com | 2010-04-29 (목) 12:15

“대중을 프렌드십으로 대하고, 글로벌 의식으로 현실을 넓게 보고, 경·율·론 삼장을 치유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현대인에게 맞는 심미적·정의적·인지적 수행방편을 다양하게 개발하며 현대판 선사, 영적 스승으로서의 불교상담심리 전문가 교육과 양성을 해야 한다.”

‘불교의 현대화를 위한 심리적 문화적 접근’이라는 생소한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과 법보신문이 4월 28일 함께 주최한 4월 ‘불교와 사회포럼’ 자리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서광 스님(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의 논문은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과 동감을 끌어냈다.

4월 28일 열린 '불교와 사회 포럼'에서 '불교의 현대화를 위한 심리적 문화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서광 스님. 크게보기

훈고학적, 또는 서지적 학술토론에 익숙했거나, 늘 비슷한 내용들의 발제로 시큰둥했던 여느 학술토론과는 달리 이날 다보빌딩 3층 다보원은 진지와 경청, 관심과 집중이 충만했다. 그만큼 발제의 내용이 신선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는 중생을 위해 존재한다. 중생을 외면하는 불법은 진정한 불법이 아니다. 불법의 존재가치는 오직 중생으로부터, 중생에 의해서, 중생을 위한 것(Buddhism of the Beings, by the Beings, for the Beings)일 때에만 빛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가 현대인의 필요와 취향, 눈높이에 맞춰 변화하고 거듭나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불교 현대화의 의미와 당위성을 설명하는 서광 스님의 논리는 간결하고 당당했다. “수행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개인 내면의 식(識)의 생멸현상을 알아차리고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의 식, 나아가서는 글로벌 의식을 드러내는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의 생멸현상을 알아차리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식과 집단의식의 상호의존성이 커지고 그 속에는 진정한 연기의 도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 서광 스님은 ‘불교의 현대화를 위한 접근’ 방법을 여섯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불자들이 포럼이 열린 다보빌딩 3층 다보원을 가득 채웠다. 크게보기

그 첫째가 ‘스승에서 프렌드십으로’다. 중생이 놀면 불교도 따라서 놀고, 중생이 정치하면 불교도 정치하고, 중생이 스포츠하면 불교도 스포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동사섭이라는 것이다. 서광 스님은 이에 대한 근거로 화엄경의 난승지(難勝地) 보살을 들었다. ‘정복하기 어려운 경지’를 의미하는 난승지 보살은 중생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하는 보살이다. 중생이 원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금도 캐고, 약초도 캔다. 중생을 거치지 않고는 성불이고 뭐고도 없기 때문이다. 대중이 불교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은 수행이 출가자만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둘째로는 ‘개인의식에서 글로벌 의식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마음수행을 자기 내면 세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는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외부 현상 세계에 부딪쳐서 일어나고 반응하는 내면으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은 이제는 인간 간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환경, 생태계와의 관계에도 불교적 가치관과 가르침이 적용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오로지 자신의 내면과의 문제로 씨름하는 협의적 수행풍토를 비판했다.

셋째로 서광스님은 ‘과거 시점에서 현재 시점으로’ 시각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불교학자가 아니라면 굳이 경전을 교학적, 문헌학적으로 연구하려 들지 말고, 경율론 삼장을 현재의 시점에서 보라는 주문이다. 서광 스님은 이 대목에서 “마음공부를 성지순례 하듯이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넷째는 ‘경전을 심리치유적 관점으로 이해하라’는 것이다. 스님은 따지고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중생의 고통을 치료하고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지고지순의 가치처럼 여겨지는 깨달음도 알고 보면 고통에서의 해방, 완전한 마음 치료를 위한 것이지 깨달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째는 ‘심미적, 정의적, 인지적 수행 방편의 다양성을 기하라’는 것이다. 치열한 구도의 방법, 심지어 극한 고통을 유발하는 자학적 고행이 과거에는 관심과 존경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드럽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수행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누가 동굴에서 무엇을 먹고 몇 년을 지냈다던가, 몇 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 있었다던가의 혹독한 수행이야기는 더 이상 현대인의 관심을 끌지 못하며, 그 수행이 중생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주었는가에 현대인들은 주목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인들은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서광 스님은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광스님이 제시한 방법은 ‘현대판 선사, 영적 스승으로서의 불교상담심리 전문가 교육과 양성’이다. 불교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삼장을 심리치유적 관점에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재해석함으로써 현대인의 마음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불교상담심리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며, 현대인에게 맞는 다양한 수행과 치유 방편을 통해서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할 수 있는 현대판 조사를 길러내는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은 서양의 심리 치료가 불교를 자신들의 치료에 도입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그들만의 방법론을 개발했듯이 우리 불교도 서양의 심리 치료를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이날 포럼은 김규칠 진흥원 상임이사의 사회로 안희영 교수와 전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토론자로 참석해 열렸다. 크게보기

서광 스님은 이를 위해 최근 대원불교문화대학에 불교상담심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자격증 프로그램을 개설한 대한불교진흥원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포럼에 앞서 민병천 불교진흥원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광 스님의 주제발표문을 보면서 불교가 이렇게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해야 불교가 우리 사회에 확산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대인들은 아주 복잡한 군중 속에서 살면서도 정작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만큼, 우리 불교도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많은 생각과 연구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김규칠 진흥원상임이사의 사회로 안희영 교수(서불대)와 전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토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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