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자주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건 재가불교단체가 결성됐다.

서동석 전 민중불교운동연합 의장을 발기인 대표로, 김영국, 성재도, 이남재 등 대불련 출신 불교운동가들과 통일운동가 임수경 씨, 법무법인 신아의 김형남 변호사, 월간 불광 편집장 남동화 국장 등 재가불자 171명이 발기인으로 참가하고 있는 불교자주실천운동본부(가칭, 이하 자주본부)는 4월 8일 오후 3시 장충동 우리함께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의 결성을 발표했다.

크게보기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동석 발기인 대표는 “3월 23일 김영국 씨가 바로 이 자리에서 ‘안상수 외압 발언’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직후 몇몇 재가불자들이 논의를 시작해 단체가 아니라면 개인의 이름으로라도 재가불자들의 뜻을 밝혀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며 “3월 28일 저녁에 10여명 정도 모여서 단체를 결성하기로 결정했고, 오늘 오전까지 계속 참가자들을 받아 현재 171명이 뜻을 함께 하기로 했고, 앞으로 회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주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집권여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안상수 씨는 좌파 운운하며 불교계 내부에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고 종단의 자주성을 침해했다. 우리 불자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가 무조건 정계를 떠나는 것이 사태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자주본부는 또 △안상수 씨의 정계 은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자승 스님의 개혁정신 회복 △종단의 개혁정신회복 위한 실천지침 제시 등을 요구했다.

자주본부는 성명서에서 “봉은사에 대한 안상수 씨의 망언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 자유를 부정하는 위헌적이고 위압적인 폭거”라며 “집권세력의 불교 능멸 사태에 대해 우리 불자들은 이를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주본부의 임시 대변인을 맡은 김윤길 씨는 “발기인 중에는 일부 70 80년대 불교운동을 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직장인이나 주부로 활동하는 평범한 재가불자들”이라며 “주축이 된 10여명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 전화나 이메일로 동참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앞으로 동참의사를 밝히는 이들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번 주부터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불교자주 실천운동’에 대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운동을 펼칠 첫 사찰은 “단체 설립의 도화선이 된 봉은사가 될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또 “서울과 수도권 사찰을 중심으로 4∼5월에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사찰에서 시국법회를 열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과 불교 자주성 훼손에 대해 널리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봉은사 명진 스님 외호를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단체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변인은 “명진 스님의 발언으로 이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분명하지만 봉은사 직영문제에 대해서는 단체 내에서 입장이 정리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특정 한 사찰이나 특정 스님을 옹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적 태도, 문화재사업 지원 등 불교계의 국고 지원 사업를 빌미로 종교계를 정치적으로 예속화하려는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현 종단 책임자와 집행부가 정부의 불교 자주성 말살 흐름에 말려들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설립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우리의 또 한 가지 공통된 문제의식은 현 조계종 집행부가 1994년 종단개혁의 초심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라며 “우리는 불교계 스스로 성숙한 노력을 통해서 종단 내부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건강한 비판세력, 이 사회의 등불로서의 불교의 역할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했다. 그리고 1000만 불자들의 생각을 스님들에게 알리고, 앞으로 스님들의 책임있는 행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주본부의 성명서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불교의 자주성 훼손에 대해 종단적 책임을 지고 진심으로 참회해야 한다”는 구절이 포함돼 있다. 불교단체가 발표한 성명서 가운데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우리의 요구사항 중 하나가 ‘자승 스님의 참회’인데 참회라는 용어를 쓸 때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안상수 씨의 봉은사 발언은 종단뿐만 아니라 불자들이 커다란 상처를 입는 사건이었고 이런 사태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장이 사태의 시발점에 함께 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사자인 자승 스님으로부터 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발언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여일 만에 너무 급하게 단체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서동석 대표는 “우리는 (불교계의 대정부 사건들을 목도하면서) 한 사건이 발발한 후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문제의식이 희석되고 나중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 후에야 후회하는 경우를 아주 많이 경험했다”며 “이번에는 4월 중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뜻을 표출해야 한다는데 발기인들이 뜻을 모았고,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 전반에서 횡행하고 있는 반민주적 행위에 대해 재가불자들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같이 동의해 단체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주연대는 4월 중에 서울 지역의 한 사찰에서 발족법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