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라! 대중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향한 자비심으로 신과 인간의 이익과 복락, 행복을 위하여. 둘이 함께 가지 마라.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좋은 법, 뜻도 말도 참된 법을 가르치라. 온전히 청정한 범행(梵行)을 보이라. 눈 밝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니, 바른 법을 듣고 그들 또한 해탈을 이룰 것이리라! 나도 우루벨라로 가겠다.”

부처님의 저 유명한 전도명령이다. 지난 3월 20∼21일 백담사 만해마을에서는 56명의 재가 불제자가 새로이 포교사 품수를 받고 전도의 길에 나설 것을 다짐하는 성스러운 의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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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개 불교대학에서 온 포교사들은 각 대학 이사장과 학장, 고문스님 등이 걸어주는 포교사 낙자를 목에 걸면서 전법의 의지를 새로이 가다듬었다. 마치 부처님께서 60명의 제자들이 당신의 가르침을 완전히 깨달아 아라한이 되었을 때,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내린 전도명령의 순간을 떠올리는 광경이었다.

한국불교교육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제8회 연합포교사 연수 및 품수식이 지난 3월 20∼21일 양일간 강원도 인제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포교사로 새롭게 탄생한 56명의 포교사들은 낙자를 포교사법복 위에 걸친 채 합장했다. 이들 중에는 장애우들도 보였다. 신체의 장애가 전법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눈빛에 섞여 있었다.

한국불교교육단체연합회 회장 안동일 동산불교대학이사장의 ‘함께 사는 길에 정진합시다’라는 주제의 인사말을 경청하는 포교사들의 눈빛은 푸르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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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와 품수식을 하는 것은 우리 불자로서의 삶을 다시 바르게 다지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쌓여있는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수련이기도 하고, 포교사로서 자기 점검을 위한 소중한 의식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포교사로서의 품격을 갖추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품격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일정한 시험을 보고 자격을 얻는 그런 형식과는 다르게 인식하여야 합니다. 하나의 통과의례라기보다는 진정한 목적의식을 가진 삶을 사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연수는 끝없는 배움의 길입니다. 우리 몸이 게으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작지만 무게가 실린 안동일 회장의 말에 포교사들은 더욱 마음을 다잡는 듯 보였다.

“품수는 위로부터 얻는 것입니다. 닦고 배운 결과로 얻은 깨달음의 증표를 확인하는 것이 바로 품수입니다. 몸으로 받고 뜻으로 받아야 합니다. 본래는 부처님으로부터 얻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대신해서 우리는 선지식으로부터 품수를 받습니다. 연수와 품수를 통하여 우리는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제자는 부처님처럼 행동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불자의 첫 번째 행동도 부처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께서 제일 먼저 하신 것이 전법입니다. 전법은 사람을 찾아나서는 길입니다. 나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가까이는 가족부터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이르기 까지 우리는 찾아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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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이기에 쉽지 않은 길이며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하는 길이기에 어려움도 많을 것이므로 거칠고 험한 길이기에 이 길은 보살의 길’이라는 당부로 안동일 회장이 인사말을 끝내자 포교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통불교시대의 포교사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활안 스님(연합회 상임고문)의 법문이 이어졌다. 활안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는 고비를 맞고 있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불교중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 모두 불조의 혜명이 끊이지 않고 온누리에 퍼져가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김형중 법사가 나서 ‘포교사의 마음자세와 포교방법론-법사론과 설법방법론’을 강의했다. 교법사로 일선 포교현장에서 평생을 전법으로 살아온 베테랑 법사의 노하우가 짧은 시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포교사들에게 전달됐다. 묵직한 자료와 쉼없는 달변으로 포교사들에게 교육을 하는 김형중 법사의 이마에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다. 포교현장에서 가장 요긴하게 사용될 금과옥조 같은 강의에 포교사들은 하나가 되어 집중했다.

추담 김기성 포교사 등 선배 포교사들의 포교활동 사례발표 시간은 새 포교사들에겐 더 없이 필요한 나침반이었다. “포교에 지레 겁을 먹지 말라. 마음을 내어 부딪히면 된다.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각 불교대학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현장에 부딪히면 된다. 편하게 마음을 먹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해야겠다는 사명감만 있으면 누구나 훌륭한 포교사가 될 수 있다”는 추담 김기성 포교사의 설명에 새내기 포교사들은 자신감을 갖는 듯 했다. 이어 이들은 제8기 포교사회 회장으로 동산불교대학 출신 김연희 포교사를 선출했다. 동기 포교사로 앞으로 정보교류와 상호 지원을 위한 조직을 만든 것이다.

백담사 삼조스님의 지도로 발우공양을 하고, 백담사를 찾아 경내를 돌아보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낸 56명의 포교사들과 대학관계자들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 품수식 밀 연수회에는 고문 활안 스님과 덕산불교대학 학장 혜암스님, 동산불교대학 안동일 이사장, 보현불교대학 오상현 이사장 등이 참석해 신규 포교사들을 격려했다.

이번 연합포교사 품수식에는 6명의 눈에 띄는 신규포교사가 포함돼 있었다. 3쌍의 부부가 포교사 품수를 받았는데, 이들은 모두 예천 덕산불교대학 출신이다. 덕산불교대학은 예천이라는 작은 지방도시에서 지방의 불자들에게 불교공부를 시키기 위해 불교대학을 설립한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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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장애우를 위한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 덕산불교대학에는 심신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공부를 했고, 이번에 포교사 고시를 거쳐 모두 6명의 포교사를 배출했다. 특징은 6명은 부부 세쌍인 점이다. 덕산불교대학 학장 혜암 스님이 부부불자 중심으로 불교공부를 시킨 것이 오늘의 뜻깊은 경사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이들 중 법광 이성일 포교사는 예천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지체장애 2급 장애법우다. 본래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불편했는데, 최근 불교 공부를 하면서 건강도 좋아져 힘겹지만 걸을 수 있는 정도로 회복됐다. 부인 구선영 보살도 이번에 함께 포교사 품수를 받았다. 3쌍 포교사 부부가 앞으로 예천지역 포교와, 특히 장애우 포교에 어떤 역량을 발휘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협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